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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자

수필가

개나리, 진달래, 철쭉꽃이 피어나는가 싶더니 찔레꽃, 아카시아꽃, 이팝꽃이 가는 곳마다 흐드러지게 피어 꽃대궐을 이룬다. 꽃세상이 되는 어린이날을 시작으로 어버이날, 스승의 날, 성년의 날, 부부의날 등 가족행사가 일 년 중에서 가장 많은 달이기도 하다. 이렇게 우리에게 가장 소중하고 고마운 사람들에게 감사의 마음으로 따뜻한 가족애를 느낄 수 있는 오월은 환희의 계절인 듯 싶다.

어머니의 고마움을 생각하며 우리 7남매는 어머니를 기쁘게 해 드리기 위해 매년 생신 때마다 경치 좋고 아름다운 곳을 찾아가 1박 2일을 연례행사처럼 해 왔다. 올해 봄에는 연로하신 어머니를 모시고 멀리 가는 것은 무리인 듯 걱정이 앞섰다. 그래서 집에서 가까운 장소를 물색하다보니 2년 전에 가서 본 속리산 숲체험휴양마을이 떠올랐다. 그때는 조성 중이었는데 완공되면 한 번 와서 쉬었다 가야겠다고 했던 곳이다. 한적해 편안하게 휴식할 수 있을 것 같아서 그곳을 추천했더니 모두 좋다고 했다.

오월 초순 어머니를 모시고 우리는 아스팔트로 된 꼬부랑길을 따라서 푸른 숲 사이로 난 길을 돌고 돌아 속리산숲체험마을을 찾아갔다. 달리는 동안 녹색바람 솔솔 불어 와 볼에 닿는 촉감과 코끝에 스치는 솔향이 신선해 마음은 한껏 부풀어 올랐다. 드디어 우리가 묵게 될 숲속에 있는 너와지붕으로 된 황토집 앞에 닿았다. 곧 이어 아들, 며느리, 딸, 사위, 손자, 외손자, 외손녀들이 바쁜데도 불구하고 앞서거니 뒤서거니 모여들었다. 자손들의 얼굴을 마주대하는 어머니의 얼굴이 웃음꽃으로 환하게 빛났다. 황토색 짙은 실내는 간단하고 편리한 시설로 꾸며져 있어서 마음에 들었다. 마루 끝에 앉아 맑은 바람에 솔솔 번져오는 솔 향에 흠뻑 젖어 심호흡을 해 보았다. 천혜의 자연이 내뿜는 자연치유의 휴양림이 바로 여기임을 온 몸으로 느껴본다.

동생과 함께 마을길로 이어지는 둘레길을 천천히 걷다보니 산기슭에는 당귀, 산 마늘, 눈개숭이, 고사리 등 각종 산채나물이 쏙쏙 돋아나는 모습이 보인다. 그뿐만 아니라 여기저기 분홍색 철쭉꽃이 우리를 반겨주는 듯해 기분이 더욱 좋았다. 싱그러운 햇살도 초록빛 나뭇잎 사이로 일렁이며 파도타기를 하고 있는 한가로운 산책길이다. 오월의 대자연 속에서 신선한 바람과 솔 향을 만끽하며 일상을 잠시 잊고 느리게 걸었다.

이곳에 머무는 모든 사람들이 저녁 식사시간에 맞춰 식당으로 갔다. 머뭇거리는 식객들에게 직원들은 친절하게 안내해 줘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우리 가족은 안내를 받은 장소에 자리를 잡았다.

어머니께서는 자손들이 한자리에 모여 식사를 함께 할 수 있게 된 것을 만족하게 생각하셨다. 93세 어머니의 생신을 축하드리기 위해 준비해 간 떡 케이크에 촛불을 켜고 카네이션 꽃을 안겨드리며 축가를 불러 드렸다. 생일축가의 합창 소리가 조용한 숲 마을에 울려 퍼져나갔다. 어머니는 멋지게 폼 잡고 좋아하며 환하게 웃는 모습이 마치 어린아이같이 순수해 보였다. 어머니께서 늘 입버릇처럼 했듯이 내 자손 모두 건강하고 우애 있게 지내야 된다는 말씀을 잊지 않고 하셨다.

저녁식사는 여러 가지 맛있는 산채나물과 반찬을 자기 취향대로 골고루 담아다 먹을 수 있게 뷔페식으로 준비돼 있었다. 보은군 농산물로 만들어진 건강식으로 된 식사를 하니 봄 타던 입맛이 돌았다. 먹고 마시며 늦은 시각까지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숙소로 돌아온 우리는 밤이 깊어가는 줄도 모르고 한자리에 모여앉아 이야기보따리를 풀어 놓았다. 피붙이들이 자주 만나야 할 텐데 산업화 시대에 살다보니 서로 할 일 때문에 만나지 못해 늘 아쉬운 마음이 든다.

이튿날 오전에는 이곳에서 운행하는 셔틀버스를 타고 속리산 숲휴양마을을 두루두루 돌아보며 산자락의 아름다운 경치를 구경했다. 말티재 정상은 보은성이라는 새로운 모습으로 꾸며져 있어 깜짝 놀랐다. 중학교 때 이 꼬부랑길을 걸어서 법주사로 소풍갔던 생각이 주마등처럼 아련히 떠오른다. 보은성문위에 있는 카페에 들려 대추차 한 잔에 옛이야기를 버무려 마시며 따뜻하고 끈끈한 가족사랑을 다졌다.

사랑하는 어머니와 형제들 그리고 어린 조카들이 한데 어울려 숲속마을의 봄 동산에서 정을 나누니 이 보다 더 행복 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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