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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자

수필가

아파트 사이를 벗어나서 산길로 들어서면 발길을 멈추게 하는 곳이 있다. 수줍은 듯 피어난 천상의 나팔꽃과 길 양편으로 흐드러지게 핀 천인국꽃이 활짝 웃는 얼굴로 맞이해 주기 때문이다. 숲길로 가려면 이 꽃길을 거처야만 되니 이곳을 지날 때마다 환대받는 기분이 든다. 오랜만에 미세먼지 없는 쾌적하고 맑은 날씨라서 심호흡을 하며 걷는 기분 좋은 아침이다.

집 근처에 있는 사직공원의 숲길은 야트막한 동산으로 언제 와도 새롭다. 그래서 아침이면 그윽한 풀 내음을 만끽하며 걷기 운동을 하기위해 찾게 되는 장소다. 숲길로 들어서면 풀 향과 더불어 힘차게 들리는 뻐꾹뻐꾹 뻐꾸기의 나발소리가 정적을 깨트린다. 이어서 깟깟깟 산 까치가 화답을 하고 구구구 산비둘기 소리와 짹짹짹 참새소리, 이름 모를 산새들의 지저귐에 귀를 쫑긋 세워 대자연의 합창소리에 빠져들게 된다. 바람이 불어주면 나뭇잎이 사각사각 서로 부딪치는 소리 또한 조화로운 하모니를 이루는 숲속의 음악회다. 이렇게 웅장한 숲속공연장의 음악회를 그 어느 음악회에 비하랴.

한가로이 여유를 부리며 걸어야 볼 수 있고 걸어야만 마음의 창이 열린다'는 말과 같이 걸으면서 사색하게 되는 풍요로운 분위기다. 이곳의 둘레길은 그런대로 등산의 묘미를 한층 재미를 더해준다. 오르막길을 오를 때는 가쁜 숨도 쉬고 평평한 곳에서는 숨고르기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먼동이 틀 무렵부터 해거름 녘까지 이 주변의 주민들은 물론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찾아들어 걷는 사람들로 붐빈다. 낯선 사람도 매일 오가며 만나다 보면 인연이 되어 눈인사도 하고 담소를 나누기도 한다. 낯익은 얼굴들이 가끔 안보일 때면 은근히 걱정이 되다가 다시 만나면 반가운 낯빛이 되기도 한다. 이렇게 이웃과 끈끈한 정이 살아있는 정다운 숲길이다.

단단한 아스팔트길이나 돌길이 아니고 흙길이라 발을 디딜 적마다 감촉이 너무 좋다. 걷는 내내 발걸음이 가볍고 편하여 걷기에 아주 좋은 곳이다. 간혹 지팡이를 짚고 간신히 걷던 사람도 매일 꾸준히 걷다보면 얼마가지 않아 회복되어 지팡이 없이 걷는 모습을 보면 감탄하기도 한다. 이렇게 아픈 이도 낫게 하는 치유의 숲길이기도 하다.

이런 숲길을 걷노라면 저절로 신바람이 나고 누군가의 고마움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걷게 된다. 세상을 살다 보면 많은 사람을 만나게 되고 그 중에는 만나면 기분 좋은 사람이 있다. 해마다 이른 봄부터 단단한 땅을 파서 꽃길을 조성해 놓아 정서적인 마음을 갖도록 노력하는 고운 마음을 지닌 분이 있다. 가뭄이 심할 때는 물통으로 물을 지어 나르며 물을 주고 풀을 뽑아가며 정성껏 가꾸는 일에 앞장선다. 화려한 꽃길을 걸을적마다 즐겁고 고마운 마음 이루 표현할 수 없다. 그런가하면 아름다운 꽃이 피었다 진 후 뒤처리까지 깨끗이 하는 성품을 지닌 고마운 분이다. 그뿐만 아니라 비탈진 숲길을 그냥 걷지 않고 둘레둘레 살펴가며 걷다가 버려진 쓰레기를 서슴치않고 줍기도 한다. 우리를 기분 좋게 해주고 최선을 다해 봉사하는 공로자임에 틀림없다. 그 어른은 사도의 정신이 남다른 전직 교장 선생님이셨고 아동문학가로 유명하신 이상성교장선생님이시다. 그 분의 따뜻한 손길로 가꾸어 놓은 숲길은 이 뜨거운 여름에도 풍성하고 아름다운 고운 꽃을 피워내고 있다.

또 다른 분은 하루의 일과처럼 이른 아침부터 손에는 삽이나 괭이 아니면 빗자루를 들고 일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땀을 흘려가며 비탈진 길은 미끄러져 넘어질까 염려되어 계단을 만들고 빗물에 패인 곳은 흙으로 메워놓고 물이 고인 곳은 고랑을 파서 물길을 내주기도 한다. 그런가하면 비바람에 떨어진 낙엽을 깨끗이 쓸고 뻗어 내린 나무를 잘라주며 다듬어놓고 안전하도록 샅샅이 그의 손길이 닿는다. 즐기지 않고는 절대 할 수 없는 일을 부지런한 심성으로 남들이 알게 모르게 봉사하는 소대섭씨다. 이분들이야말로 노령임에도 불구하고 사회를 밝게 밝혀주는 등불과 같고 기둥이 되는 큰 나무가 아닌가 한다.

숲길을 걸을 때마다 그분들의 노고로 인하여 발걸음도 가볍고 마음도 상쾌하니 마음이 풍요로워지는 느낌이 든다. 신선한 공기와 바람결에 묻어오는 숲 향기를 마음껏 누릴 수 있으니 이 보다 더 좋을 수가 없다. 보잘것없는 들꽃 하나를 보아도 그 고귀함에 감탄하는 순간이 곧 행복이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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