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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자

수필가

영조대왕이 두 번째 왕비를 간택할 때 일이다. 왕비 후보자들을 모아놓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이 무엇이냐.' 하고 물으니 많은 처자들은 대부분 모란이나 난초라 대답했다. 그런데 그 중 정순왕비만이 목화 꽃이 제일이라는 답하였다. 그 이유를 물어보니 '목화에서 나오는 실이 헐벗은 백성의 옷이 되고 이불이 되어 따뜻하게 해주기 때문입니다.'라는 대답을 하여 왕비로 간택되었다고 한다. 이 목화는 오늘날까지 우리 모두에게 사랑 받고 있는 섬유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서울에서 의상디자인으로 옷을 만드는 일을 하는 딸은 다양한 종류의 직물을 다룬다. 그 때문인지 섬유에 대한 관심도가 매우 높다. 그런 이유로 우리 민족의 옷이라 일컫는 면직물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직접 체험해 보겠다고 결심한 모양이다. 지난해 목화를 화분에 심어 열심히 가꾸어 간신히 씨를 받았다며 가지고 왔다. 할머니가 계시는 텃밭에 심어야 한다며 신신 당부를 했다. 그 씨를 친정어머니께 외손녀의 선물이라며 드렸더니 따뜻한 봄날 마당가에 심었다. 딸은 "씨를 심었느냐 싹이 돋았느냐 꽃이 피었느냐." 며 전화할 적마다 안달이다. 어머니께서 아침저녁으로 물을 주고 가꾸어서 1m가 넘는 키에 싱싱하고 튼실한 모습으로 잘 자랐다. 땡볕으로 가물고 무더운 찜통더위 속에서도 목화 꽃은 우아하게 하얀빛으로 피었다가 분홍빛으로 변색되어 지고 있는 상태다. 꽃이 일찍 피었다가 진자리에는 목화다래가 올망졸망 많이 달렸다. 그것을 보고 밤톨만한 다래를 얼른 따서 어머니와 나누어 씹어보니 씁쓰레한 맛이다. 둘이서 마주보고 탐탁하지 않은 맛에 상을 찌푸리며 쓴 웃음을 지었다. 어린 시절에는 다래의 부드러운 속살을 씹으면 달착지근한 물이 톡튀어 나오던 맛이었는데 왜 쓴맛인지 모르겠다. 혹시 먹을 것이 부족하고 주전부리조차 귀했던 시절이라 달게 느껴졌는가, 아니면 단맛에 익숙하게 변해버린 입맛 탓인가 참 모를 일이다. 목화꽃이 피고 다래가 실하게 달린 모습을 사진을 찍어 딸에게 톡으로 보내줬더니 땅힘 때문에 목화송이를 볼 수 있게 되었다며 신이났다. 그 목화솜으로 예쁘게 쿠숀을 만들자고 희망에 부풀어 있다.

목화와 우리 민족의 인연은 잘 알려진 대로 고려 말 원나라에 사신으로 갔던 문익점 선생으로부터 시작되었다. 나라와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이 컸던 그는 붓대 롱에 몰래 숨겨 들어 온 귀한 목화씨를 장인에게 드려서 널리 전파시켰다. 목화 농사를 짓다가 목화솜에서 씨를 빼내는 씨아와 실을 잣는 물레를 만들어 보급하면서 목화의 생산량도 늘어났다. 그리하여 목화씨가 들여온 지 30여년 후에는 온 나라 백성들이 목화 농사를 지었다고 한다. 그 후 조상들은 목화에서 뽑아낸 무명으로 지은 흰옷을 즐겨 입었고 그것이 일반화되면서 우리 겨레의 옷이라 여겼다. 이렇게 목화는 백의민족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고려 백성의 의생활을 바꿔놓은 위대한 식물이다. 베옷으로 겨울을 나던 조상들에게 무명옷은 대단한 인기를 얻었다. 또 값비싼 비단 직물을 사용할 수 없는 서민들에게 이보다 더 좋은 선물은 없었기 때문이다. 비단이 귀족들의 옷이라면 면화는 서민들의 옷으로 몸을 따뜻하게 감싸주는 매력적인 직물이라 여겼다. 식물에서 뽑아내어 사람들의 손으로 직접 정성들여 짜낸 옷감이다.

세월이 흐르고 농경사회가 산업사회로 변하면서 과학의 발달로 편리하고 경제적인 면을 추구하다보니 화학섬유가 등장했다. 공장에서 만들어지는 화학 섬유로 인하여 우리네 의생활도 빠르게 변화하였다. 그렇지만 면은 그 어떤 섬유보다도 보온성이 있고 열에 강하며 땀흡수가 좋고 통기성 또한 좋다. 자연과 더불어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섬유라 생각된다. 그러한 이유로 이 시대에 우리들의 의생활로 각광받으며 사랑받는 옷이다. 목화 꽃의 꽃말처럼 어머니의 사랑이 따뜻하게 느껴지는 옷감이기에 그 가치가 더욱 소중하다.

목화솜을 생산해서 실을 뽑아내 옷감을 짜는 일이 힘들고 어려운 일이다. 그렇더라도 사라져가는 귀중한 전통직물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계승, 발전시키는 일에 힘을 쏟아야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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