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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자

수필가

벚꽃들이 몽실몽실 피어나는 봄날 오후다. 별일 없으면 걷기나 하자고 친구로부터 전화가 왔다. 집밖으로 나가 오랜만에 미세먼지없는 공기를 마시며 기분 좋게 둘레길을 사뿐사뿐 걸었다. 한참 걷다보니 해가 너울너울 서산마루에 걸렸다. 친구는 혼밥족끼리 어디 가서 밥을 먹자고 했다. 같은 민족끼리 뭉쳐보자고 하며 ‘세상에서 제일 억울한 것이 돈 왕창 벌어 놓고 죽는 것이고, 세상에서 제일 서러운 것이 몸이 아플 때 아무도 찾지 않는 것이며, 세상에서 제일 처량할 때는 혼자 밥 먹는 사람이다’라고 말했다. 어디에서 무엇을 먹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누구와 먹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무엇을 먹을까 하다가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는 보리밥집으로 향했다.

친구와 마주앉아 식탁위에 놓인 숭늉을 마셨다. 색색의 나물 반찬과 구수한 된장찌개가 식욕을 돋워 주었다. 커다란 스덴그릇에 보리쌀과 쌀이 반반 섞인 밥위에 열무김치, 무생채, 방풍나물, 콩나물, 고사리나물, 된장찌개, 고추장을 듬뿍 넣었다.

가까이 하고 싶은 사람을 만나면 스스럼없이 밥 한번 먹자는 말이 쉽게 나온다. 밥을 함께 먹는 것은 식사를 통해 친밀한 관계를 맺고 싶다는 의미가 담긴 말이다. 밥상머리에서는 얽히고설킨 마음의 갈등도 자연스럽게 풀어 낼 수가 있고 인간관계가 부드러워지기 때문이다. 정담을 나누며 밥 한 끼 함께 하는 일은 따뜻한 정과 마음을 나눌 수 있는 매개체라고 생각한다.

한 집에 살아도 온 가족이 한데 모여 식사시간을 맞추기가 어렵다. 학업이나 직장관계로 집 떠난 젊은이들과 자녀들을 출가시키고 나면 부부나 혼자 사는 편부 편모 등 1인 가구가 늘어나는 시대다. 그와 동시에 혼자 밥 먹는 사람도 그 만큼 많이 늘어나고 있다. 산업사회에 살다보니 혼밥, 혼술, 혼영, 나홀로족, 1인 가구, 고독사'라는 신조어들이 난무하는 요즘이다. 이는 사회가 발달하면서 문화적으로 차별화 되고 있는 현상이라 생각된다. 참으로 외롭고 쓸쓸한 노릇이다.

젊은 세대들 간에는 혼자 밥을 먹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 이유를 들어보면 밥을 혼자 먹으면 식사 약속을 잡거나 식당을 찾는데 허비되는 시간을 아낄 수 있고, 원하는 메뉴를 선택할 수 있으며, 불필요한 인간관계를 맺을 필요가 없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한다. 혼밥족이 증가하면서 이들을 겨냥한 메뉴와 자리 배치에 신경을 쓰는 음식점도 부쩍 늘어난다고 한다. 또한 외식을 하거나 인스턴트나 배달음식을 많이 먹게 되다보면 영양을 챙긴다는 것보다는 대체로 한 끼를 때우는 식이다. 그러다보니 음식을 골고루 섭취하지 못하여 과식이나 비만 또 영양균형이 깨져 건강을 잃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 현상이 늘어나는 것은 인간미가 사라지고 극도로 자기중심적이며 개인주의가 팽팽해지기 때문이다. 이 현상은 짙어가는 시대의 그늘이 아닌가 한다.

어떨 때는 알약처럼 입에 넣고 물 한 모금 마시면 배가 부르는 대체양식은 없을까 하고 망상을 해보기도 하지만 밥을 안 먹고는 살아갈 수 없다. 일단은 배가 부르다는 포만감을 느껴야만 만족하니 말이다. 어떤 사람은 내게 온갖 반찬 갖춰놓고 여왕처럼 식사를 하라고 말하지만 혼자 먹기 위해서는 이것저것 만들어 먹는 것이 잘 안 된다. 또 음식도 조금하는 것보다 많이 해야 맛도 난다. 혼자 먹는 밥은 아무리 잘 차려진 밥상이라도 맛이없다. 맛보다는 의무이고 일상의 의례처럼 마지 못해 먹게 된다. 어떤 음식이고 혼자 먹는 것보다는 여럿이 먹으면 없던 입맛도 되살아나고 별 반찬 없이도 맛이난다. 혼밥을 먹다보면 가끔은 온 가족이 옹기종기 밥상에 둘러 앉아 밥 먹던 그 시절이 아련히 떠오른다. 그때가 그리워 가끔은 찔끔 나오는 눈물에 밥말아 먹기도 한다.

친구와 겸상을 하고 앉아 이런 저런 인생의 단맛, 쓴맛, 신맛, 매운맛, 떫은맛, 쌉싸래한 맛을 한 그릇에 넣고 싹싹 비볐다. 푸짐하게 비빔밥을 큰 술로 떠 입안 가득 넣고 마주보며 웃음꽃을 피워본다. ‘진수성찬이 별건가 맛나게 먹으면 진수성찬이지’하며 친구와 맞장구를 치며 만족한 웃음을 지었다. 오늘은 겸상으로 인하여 행복한 만찬에 흠뻑 젖어본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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