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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자

수필가

새 학기가 시작되는 3월 첫 주 월요일이다. 입학식 후 '흥부전'을 공연 해 달라는 증평초병설유치원 선생님으로부터 부탁을 받았다. 좀 먼 곳이라 이른 아침 재능기부를 하기 위해 출발했다. 교문 안에 있는 주차장에 도착하여 주차를 하고 소품을 챙겨 들었다.

강당을 향해 가다가 앞서가는 이들의 모습이 아름답게 보여 눈여겨보았다. 새 옷에 새 신발을 신고 엄마의 손을 잡고 폼 나게 아장아장 걷는 모습이 입학생인 모양이다. 그 자태가 참으로 귀엽고 앙증스러웠다. 그 아기가 생활 할 유치원이 활기찬 웃음꽃이 활짝 필 것을 상상하니 웃음이 절로 나왔다.

담당 선생님의 안내로 강당으로 들어서니 입학식장 정면위에 '힘찬 새 출발을 축하합니다.'라는 현수막이 반겨주었다. 입학생과 학부모들을 반갑게 맞이해 주는 글귀가 내 가슴을 마구 뛰게 했다.

아가와 엄마들이 얼마나 고대하던 입학식인가. 새학기, 새학년, 새교실, 새친구, 새담임선생님, 새가방에 새학용품을 챙겨 넣고 손꼽아 기다렸던 그들이다. 그야말로 모든 것이 낯설고 서툴고 어설픈 긴장 속에 새로운 환경으로 옮겨진 아가들이다. 그들은 새로운 친구를 사귀고, 즐겁게 뛰어놀고, 공부하는 가운데 호기심의 천국에서 점점 성장한다. 인생의 첫무대의 주인공이 되는 이 날은 기쁘고 행복한 날이 아닌가한다. 새롭고 순수한 마음으로 이루어지는 이 순간을 오래도록 잊지 못할 추억이 될 일들이다.

순간 초등교육에 몸담았던 그때 그 시절의 일들이 새록새록 돋아났다. 1학년을 주로 담임했기 때문인가 보다. 입학식날은 입학준비와 함께 기대와 흥분으로 늘 바쁘고 긴장으로 보냈다. 생활계획표를 짜고 어린이들의 이름을 익히고 좌석을 정해주고 기본 질서를 지도하는 일로 분주했다. 그뿐만 아니라 그들의 생활습관도 바르게 지도해야만 하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시켜야하기 때문이다. 매년 반복되는 일로 허둥대며 일을 했지만 허투루 넘길 수 없는 일이다. 그들과 첫 만남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생각만 해도 가슴이 벅차오른다.

공연 중에 무대 위에서 객석을 내려다보니 휑하니 빈자리가 너무 많았다. 이 자리가 너무 썰렁하고 기분이 묘했다. 관객은 유치원 선생님을 비롯해 90여명도 안 되는 신입생들이 전부였다. 이 자리에 있는 입학생을 보고 해마다 줄어드는 저출산의 결과로 빚어진 현장에서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이날만은 그래도 시끌시끌하고 떠들썩하며 북적부적 붐비는 잔치마당 같아야 할 것 같다. 너무 심심하고 조용한 분위기라서 쑥스럽기까지 했다. 하루빨리 정부차원에서 젊은이들이 마음 놓고 결혼하여 출산하고 마음편히 육아할 수 있는 출산장려정책을 펴 주었으면 좋겠다. 그래야만 우리의 미래가 밝아지고 신선한 기운이 충만한 사회가 되리라 생각된다. 아무리 매섭고 혹독한 겨울도 봄을 이겨낼 수 없다.

달력의 첫 장은 1월부터 시작되지만 계절은 모든 만물이 잉태되고 생동하는 봄부터 시작된다. 봄은 새 학기가 시작되고 새싹은 새 희망을 품고 새 출발을 한다. 이렇게 3월의 봄은 곳곳마다 새로움의 기운이 가득차고 모든 일들의 출발점이 되는 계절이기도 하다. 이 모든 것은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의 변화로 성장하는 기쁨을 누리게 된다. 그래서 사계절 중에서도 봄은 반갑고 사랑스러운 계절이다. 인원수는 적지만 크게 감동을 준 유아들의 초롱초롱한 눈빛을 보며 미래에 대한 희망을 기대해 본다. 오늘 공연은 그 어느 때 보다도 더 큰 의미가 있는 무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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