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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원

수필가

고대 그리스 아테네 법정에 '프리네'라는 이름의 창녀가 재판장에 섰다. 믿을 수 없을 만큼 아름다운 그녀는 당시 유명한 화가에 의해 그려져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의 이름을 제목에 달았다. 이에, 창녀와 여신이 동급으로 취급됐다하여 신성모독의 죄로 법정에 서게 된 것이다. 웅변가인 애인의 변호에도 불구하고 '사형'의 분위기로 궁지에 몰리자 여인은 옷을 훌러덩 벗었다. 법정의 남자 배심원들이 그 여자의 벗은 몸을 홀린 듯이 보았다. 그리고는 만장일치로 무죄를 판결했단다.

정말 예쁘다면 죄를 지어도 용서받을 수 있을까. 대놓고 말하지 않지만, 요즘도 예쁘거나 잘생긴 사람이 이득을 보는 일은 종종 있다. 예쁜 사람이 연봉이 더 높고, 잘생긴 남자가 승진이 빠르다는 것은 통계로 확인되는 일임을 우리는 모르는 척 알고 있다. 그런 연유에서인지는 몰라도 새해를 맞아 여전히 성공할 가망이 없는 다이어트 계획을 그렇게 또 '올해 할 일'의 리스트에 넣었다 빼기를 반복하며 갈등한다. 매년 계획하지만 해마다 실패하는 다이어트. 온 국민 절반 이상의 새해계획이며, 결심한 사람의 성공확률이 0.5%도 안된다는 건 누구나 아는 비밀이기도 하다. 물론 다이어트의 뜻을 '살 빼기'에 한정적으로 해석했다고는 하지만, 아무 일 없이 평범하게 사는 중년의 새해계획에도 몇 년째 단골이 되어버린 '다이어트'라는 글자는 여전히 뻔뻔스럽다.

아름다운 몸에 아름다운 정신이 있다는 말은 그럴듯하다. '저와 같이 완벽하게 아름다운 몸에서 나쁜 생각이 나올 수 없다'고 생각해 무죄를 내린 법정 안 배심원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아직도 텔레비전에 나오는 걸그룹의 얼굴들을 구별하지 못한다. 볼 때마다 그 얼굴이 그 얼굴 같고, 그 이름이 그 이름인 것이다. 아름다움의 편협한 기준에 개성이 없어진 텔레비전 속의 그녀들은 물론이고, 텔레비전 밖의 우리도 끊임없이 외모 가꾸기를 강요하는 사회의 피해자이긴 마찬가지다. 또한, 규격품처럼 만들어진 아름다움에 대한 인식을 기준으로 타인의 외모 평가에 아무 거리낌이 없었던 우리들 모두가 가해자임을 부인할 수 없다.

반면, 우리 조상들은 인물을 그릴 때, 젊잖고 공부를 많이 한 학자들은 상체가 길고 다리를 짧게 그렸다 한다. 그러나 말구종 같은 아랫사람은 머리는 작고 다리를 길게 그렸다.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일하기 좋으라고 말이다.('옛 그림 읽기의 즐거움'―오주석저) 요즘 사람들이 그토록 갖고자 바라는 8등신의 롱다리를 하인의 실용성에 던져 준 것이다. 책 읽고 글 쓰는 선비에게는 큰 머리가 지식과 지혜를 많이 담기에 유용하리라 생각했으려나, 그림 속의 선비들은 짧은 다리로도 여유롭고 당당하게 걸었으리라.

아름다움의 기준을 기능성에 맞추는 일은 오히려 지금의 시대에 필요한 덕목이 아닐까 한다. 기계체조 선수의 작고 단단한 몸이 아름답고, 여느 여인네의 허리만 한 팔통을 가진 역도 선수가 멋있어 보이듯이 말이다. 발레리나의 굽고 굳은살 가득한 발은 어떤가. 우리는 상처투성이의 그 발이 만드는 수고와 노력을 아름다움과 행복으로 읽는다. 예쁜 얼굴이든 날씬한 몸이든, 그것의 가치는 행복에 근거해야 한다. 뚱뚱한 몸이든, 동그란 얼굴이든 행복하면 그만이다. 살 좀 찌면 어떤가, 아프지 않으니 감사하고 행복한 일이고, 살이 붙으니 주름이 줄어들어 다행한 일이라 생각하면 좋을 일이다. 다이어트가 목표가 아니라, 몸을 위해 내가 할 일은 건강하게 만들고 오래 유지하는 일임은 이미 알고 있다.

해마다 실패하고도 여전히 순위를 지키고 있는 뻔뻔한 다이어트는 지우고 올해의 새해계획을 다시 적는다. 운동하기, 또 운동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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