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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원

수필가

"우산을 처음으로 만든 사람은 왜 우산을 만들었을까·"

어떤 이가 대답했다.

"자기만의 지붕을 갖고 싶어서···."

사람들은 가끔 혼자 있고 싶어 하고, 가끔은 함께 있고 싶어 한다.

예닐곱 개의 가느다란 살이 모여 둥그런 지붕이 된다. 엄지로 손잡이의 버튼을 누르는 순간 비와 바람은 물론이고 타인의 시선까지 막아주는 아치 모양의 아늑한 공간이 하늘로 두둥! 펼쳐진다.

우산은 비 오는 거리를 이리저리 떠돌며 유영하는 길 잃은 큐피트의 화살이다. 뼈대 사이 지느러미를 너풀거리며 하늘을 떠다니다 갑작스러운 빗방울에 운명처럼 뛰어드는 빗물 냄새 풀풀 나는 사랑을 꿈꾼다. 한쪽 어깨가 젖어 휘감기고 축축해지더라도 기꺼이 좁디좁은, 좁아서 더 행복한 공간이 되기를 소망한다.

눈물이 비처럼 흐르던 젊었던 날, 세상을 모두 잃은 듯한 상실감은 무시로 아프게 했었다. 온몸으로 비를 철철 맞아도 상처는 아물지 못하고 덧나기를 반복하던 때 자연스레 검은 우산을 펼쳐 들었다. 타인의 시선을 피할 공간이, 몸을 숨기고 마음을 숨길 곳이 필요했다. 그 지붕 아래서 여름이 다 지나도록 비를 가렸고, 해를 가렸고, 눈물을 가렸고, 사람들의 시선을 가렸다. 한 계절을 우산 그늘 아래에서 햇빛을 볼 수 없는 땅속의 굼뱅이처럼 지내는 동안 눈물은 마르고, 마음은 어느새 우화(羽化)를 꿈꾸고 있었다. 그렇게 우산은 내게 특별한 무엇이 되어있었다.

비 오는 날 우산을 받쳐 들고 나선다. 얇은 천 하나를 경계에 두고 우산만큼의 심리적 거리를 확보한다. 오롯이 혼자다. 머릿속을 어지럽히던 생각의 가닥을 잡고, 우산 동굴 속에서 나를 두드리는 빗소리를 듣는다. 빗소리는 공명이 되어 마음을 휘돈다. 젖은 운동화 따위는 상관없다. 바짓부리를 타고 흐르는 빗물은 설익은 보리수 열매 맛이 날지도 모른다. 내 안에 들큼하고 시큼한, 떫고도 쓴 감정의 찌꺼기들을 걸러 내보내기에 비 내리는 우산 속만 한 곳이 없음이다.

한참을 걷다 으스스 한기가 몰려올 때쯤, 너무 멀어져 불안해진 변덕스러운 마음은 북적이는 사람들 사이에서 안도한다. 어느 문화 인류학자는 인간의 거리를 이야기했다. 3.6 미터 이상의 공적거리부터 사회적 거리, 개인적 거리 또, 사랑하는 사람에게만 허락되는 46cm 이내의 눈을 맞추고 속삭일 수 있는 밀접거리를 구분했다. 그 거리는 사람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그만큼의 거리에서 자신을 보호하려 하기도 하고, 그 간격 안에서 서로에게 따뜻한 사람이 되고자 한다.

하나의 우산 속은 초 밀접거리. 어깨를 나란히 한다. 비릿한 빗물 냄새를 함께 공유한 느낌은 상대를 우호적으로 이해한다. 그리고는 서로에게 따뜻한 존재가 되었음에 안도한다. 그것도 잠시뿐, 서로의 밀착거리가 부담스러워진다. 한쪽 어깨를 우산 밖으로 내밀어 기꺼이 빗물을 견딘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따뜻함은 얼마가 적당할까. 너무 뜨거워 데지 않고, 너무 추워 외롭지 않은 온도를 유지하는 것이 가능할까. 사람들은 가끔 뜨겁고, 때때로 차다. 어느 때는 몸이 감기 걸리듯, 마음도 감기에 걸려 신열이 올라 주위 사람들까지 들뜨게 하기도 한다. 가끔은 차다 못해 얼음처럼 굳어버려 아프기도 하다. 목욕물 같은 온도, 체온보다는 높지만 뜨겁지 않게 몸을 데워 줄 수 있는 온도로 적당한 거리에서 따뜻한 마음을 유지하며 산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인 것 같다.

팽팽하게 당겨진 천위로 퉁기는 나지막한 빗소리, 계속되는 빗방울의 토닥임에 웅크린 마음은 어느새 아이스크림처럼 녹아버린다.

빗소리, 하늘에서 떨어지는 위로 같은 투덕거림을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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