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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7.03.16 14:53:38
  • 최종수정2017.03.16 15:05:59

권순길

충북대학교 내과 교수

김과장은 같은 부서 서대리가 다쳐서 병원에 입원했다는 말을 듣고 부하직원과 함께 퇴근길에 병원에 들렀다.
 
저녁 시간의 병원 로비는 분주했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김과장 옆으로 마스크를 쓰고 온 몸을 비닐로 감싼 환자가 간호사와 함께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간다. 병실에 들어서니 팔 다리에 붕대를 감은 할머니들이 누워있고 한쪽에 서대리가 어머니와 함께 앉아있다.
 
"어머, 과장님?" 서대리는 오늘 아침 빙판길에 미끄러져 손목을 다쳤는데, 응급실에서는 입원해서 내일 수술해야 된다고 듣고 병실로 올라왔다. 화장은 다 지웠고, 얼굴은 부어 있고, 머리 모양도 엉망인데, 직속 상사인 김과장과 신입사원 둘이 들어서자 무척 당황스럽다. 마침 저녁 식사 시간이어서 밥이라도 한 술 뜨려는데, 밥은 한쪽 구석에서 식고 있다.
 
"김대리, 몸은 괜찮나?"

"네, 과장님. 감사합니다. 이렇게 와주셔서……."

"회사 걱정은 말고 푹 쉬고 빨리 회복해." "감사합니다."

"대리님이 안 계시니 제가 더 덤벙대는 것 같아요."

"아휴 과장님 우리 애 때문에 여기까지 와주시고…… 음료수라도 드세요"

이런 흔한 대화가 있고 어색한 침묵이 흐르고 나서, 피곤할 텐데 푹 쉬라는 말을 남기고 김과장은 병원을 나선다.
 
김과장은 선의를 가지고 부하직원 서대리를 위해 초등학교 다니는 딸과의 저녁 시간도 포기하고 병원에 왔지만 서대리에게는 불편과 스트레스만 주게 되었다. 이뿐만 아니라 병원 로비와 병실을 스치면서 수많은 감염환자들을 스쳐 지나갔으며, 김과장은 집에 가자마자 딸을 꼭 껴안으면서 병원에서 묻어 온 균을 고스란히 아이에게 옮겨 줄 예정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정이 많다. 지인이 입원을 하면 꼭 병문안을 간다. 그러나 병문안을 하는 사람들은 내가 찾아가지 않으면 환자가 서운해 할 것이라는 생각과 내가 찾아가면 환자가 기뻐할 것이라는 두 가지 큰 잘못된 생각을 아직도 하는 것 같다.
 
의사 입장에서 보면 병원에 입원한 환자는 평소보다 더 초췌하고 예민하고 우울하고 불편하다.
 
사랑하는 가족이 아닌 다음에는 그 누구도 찾아가서 환자를 위로하기 어렵고, 오히려 아픈 사람에게 더 큰 스트레스를 줄 수 있음을 아셔야 할 것 같다.
 
암이나 위중한 내과질환의 경우에는 특히 찾아오지 말아야 할 것을 강력히 권한다.
경과가 어떨지 알 수도 없으며 가족들 및 환자 자신의 부담이 아주 큰 상태이다. 실제로도 자신의 회사 부하직원들이 본인이 입원한 것을 모르도록 해 달라는 사장님도 많았다. 그래도 사람이 아프다는데 가봐야 하지 않겠냐는 분들을 위해 아래와 같이 그 부담을 덜어 드리고 있다.
 
병원들은 전국적으로 병문안 문화개선 캠페인을 시작하여 면회 시간을 제한하고 면회도 병실이 아닌 지정 장소에서 하도록 안내하고 있으며, 보호자도 출입증을 가진 분들에 한해서만 가능하도록 통제하고 있다. 메르스 사태에서 보았듯이 한국 의료 시스템은 값이 싸고 질이 높기는 하나, 다인실 사용이 너무 많아 질병의 전파에 취약하며 사생활의 침해가 많은 편이다. 이제 아픈 친구나 동료의 위로는 문자메시지로 하시도록 하고 빨리 회복되어 밖에서 만나시기를 바란다.
 
독자분들이 병문안을 안 오시면 감염의 위험도 줄어들고 다인실도 더 조용해지고 의료진도 치료에 더 집중할 수 있으며, 이렇게 되면 독자분들이 찾아가서 위로하고 싶은 그 환자분의 회복을 앞당길 수 있다. 병원에는 문자를 주시고 나중에 건강하게 퇴원하면 밖에서 더 자주 만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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