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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길

충북대병원 내과교수

생활이 풍족해 질수록 건강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조금이라도 몸에 도움이 되는 식품이나 약을 찾게 된다. 인터넷의 발달로 여러 좋은 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지만, 우리 주변에는 생각보다 많은 수의 근거 없는 잘못된 정보들이 넘쳐나고 있고, 어설픈 정보들은 함부로 전달되어 많은 혼란을 일으킨다.

병원에서 많이 듣는 질문 중 하나가 신장에 좋은 음식은 뭐가 있는가 하는 것이다. 지금 이 글을 쓰다가 잠깐 검색 창에"신장에 좋은 음식"을 찾아 보니, 어설프게 신장의 기능을 소개하고 나서 복분자, 산수유, 장어, 팥, 미역, 검은콩, 호박, 율무, 옥수수 등 수많은 음식들이 나열되어 있다. 놀라운 것은 이 음식들이 왜 신장에 좋은지, 무슨 이유로 소변을 잘 나오게 하고 신장 기능을 보호해 주는가에 대한 설명은 전혀 없다. 신장 기능이 정상인 분들을 대상으로 설명한다면 소변이 가장 잘 나오게 하는 음식은 수분이 많이 포함된 음식이다. 필요한 양보다 물을 많이 마시면 당연히 소변이 많이 나올 것이고, 채소나 과일에 수분이 많으므로 그런 종류의 식품을 섭취하면 소변이 많이 나오게 된다. 소변이 많이 나오면 신장이 좋아지는가· 답은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물을 많이 섭취한다는 것은 탈수를 예방한다는 것이고, 심한 탈수가 되면 신장으로 가는 혈액양이 부족해져 일시적으로 나마 신장 기능이 나빠질 수 있다. 심한 설사나 구토를 해서 응급실에 오면 신장기능이 나빠져 있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되며, 충분히 수액을 맞으면 다시 회복되기도 한다. 신장이 "좋아지고" 싶다고 해서 특정 음식을 먹는다고 사구체 여과율 (신장에서 노폐물을 청소하는 능력)이 90이던 신장이 갑자기 120이 되지는 않는다. 소변양이 늘면 콩팥 기능이 좋아져 소변이 많이 나오는 것처럼 생각되지만 실제로는 그냥 물만 많이 내보내는 것이다.

팥이 신장에 왜 좋은지 읽어보니 팥의 모양이 우리 신장 (콩팥)과 닮아서 그렇다고 하던데, 21세기에 아직 이런 것을 믿는 분들이 있다는 것이 놀랍다. 호박이나 옥수수 수염은 이뇨 작용을 도와서 노폐물을 내보낸다고 그럴듯하게 설명하는데 이뇨작용은 물을 많이 내보내는 것일 뿐 노폐물 제거 속도는 항상 일정하다. 오히려 물만 많이 빠져나가면 혈액 속의 노폐물 농도는 더 진해진다. 이는 마치 국이 오래 끓어서 물이 증발하면 국물이 더 진해지는 것과 같다. 가장 두려운 것은, 사람들이 신장에 좋다고 잘못 믿고 있는 많은 식품들은 신장이 나쁜 신부전 환자분들이 드시면 오히려 더 위험하다는 점이다. 지난 주에 응급실에 심장 부정맥으로 실려오신 할머님 한 분은 평소 신부전으로 치료 중이었는데, 신장에 돼지감자가 좋다고 계속 드시다가 혈청 칼륨이 지나치게 높아져 심장근육이 높은 칼륨 농도를 이기지 못해 부정맥이 와서 응급처치를 받았다. 돼지감자가 좋다고 누구에게 들었는지 여쭈어 봤더니, 역시 누가 그러더라는 대답이었다. 아무 근거도 없고 책임도 지지 않는 명의의 이름이"누가"라는 말은 의사들 사이에 씁쓸한 유머로 통하는 이야기이다. 미역, 토마토, 오이, 당근 등 신장에 좋다고 잘못 알려진 음식들 상당수는 칼륨을 많이 포함하고 있다.

건강이 걱정되어 혹시 좋은 음식은 없는지 의사에게 물어보면 의사들은 없다고만 하는데, 주변에서 좋다더라 라고 들으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그런 음식을 드시게 된다. 사실 시원한 대답을 못 드리게 되니 전문의로서 환자분들에게 죄송하기도 하다. 그러나 대답을 못 하는 이유는, 의사들은"과학적인 근거"가 없이 함부로 대답하지 않는 것 뿐이다. 제철에 나는 음식을 골고루 드시고 건강하셨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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