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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만난 친구의 얼굴은 늦가을을 지나 한파가 몰아치는 한겨울이다. 앙상한 몸은 잎을 모두 떨군 겨울나무 모습이다. 건드리기만 해도 뚝 부러질 것 같이 애잔하다. 바짝 마른 그는 작은 바람에도 쉼 없이 흔들릴 것 같다. 볼 살도 빠졌고 까칠한 얼굴엔 깊은 한숨이 묻어난다. 늘 밝은 얼굴로 분위기를 띄우던 모습은 간데없고 얼굴엔 표정이 없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은 저마다 이야기꽃을 피우는데 그 친구는 조용하다. 친구를 유심히 살펴보니 많이 달라진 것 같다. "무슨 걱정거리 있어·" 하고 물으니 고개를 젓는다. "남편하고 싸웠어?" 하고 또 묻는다. 남편하고 트러블이 생기면 그걸 감추고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 사람 나를 너무 힘들게 해 뭔 고집은 그렇게 센지 모르겠어! 그 인간 바보야 이제 지쳤어 이혼 할 거야!" 하면서 목소리를 높였었다. "마누라가 없어져야 마누라 귀한 줄 알지"하면서 핏대를 세우던 모습도 사라졌다. 그냥 모든 것이 덤덤하다고 한다.

사람을 만나기 싫고 모임도 나오고 싶지 않단다. 특별히 즐거운 일도 없고 아무것도 하고 싶지도 않다며 한숨을 내쉰다. 무엇이 그 친구를 그렇게 무력하게 만들었을까 늘 건강하고 밝으며 성실하게 살았던 친구다. 세월 탓인지 모르겠다. 나이 먹었다고 모든 사람이 우울해 하거나 무기력해지지는 않는다. 그러나 무엇인지 모르지만 그에게 직면한 현실이 그를 우울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그 친구를 그냥 두어선 안 될 것 같았다.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찾다가 친구 남편에게 조심스런 마음으로 전화를 걸었다.

요즈음 친구가 힘들어 하는 것 아느냐고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지켜 봐 달라고 그리고 다독여주고 인정해 주면 좋겠다고 말이다. 처음엔 무슨 소리냐고 그게 다 그 사람 탓이지 자신은 아무잘못이 없다고 펄쩍 뛰었다. 내가 본 친구의 상태를 말하자 말 안 하고 산지는 꽤 여러 달이라며 자신이 사회의 일선에서 퇴직을 하고 백수 생활을 하고 있는데 그것을 견디기 힘들어 한다고 말했다. 이제 인생의 계절에서 겨울을 맞이했지만 친구는 그것을 인정 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자연이 사계가 있다면 인생도 사계가 있다. 봄 그 따뜻하고 포근하며 여리고 순한 봄이 지나고 나면 격정의 계절 욕망이 요동치는 여름이다. 그런가 하면 스산한 가을이 앞을 막는다. 겨울로 가는 길 침묵의 계절은 성찰의 시간이며 응축의 시간이기도 하다. 그러나 우리는 인생의 사계가 뒤죽박죽된 세상에 살고 있다. 봄을 살고 있을 나이에 여름의 치열한 경쟁의 계절을 보내기도 하고 멋진 청춘을 살아야 하는 젊은 청춘들이 취업난 때문에 연애를 기피하고 스스로 가을의 계절에 살고 있기도 하다.

그런가 하면 이제 자신의 뒤안길을 돌아보고 자숙의 가을을 보내야하는 나이에 아직도 경쟁으로 내몰려 숨을 헐떡이며 물불 가리지 않고 기를 쓰며 일거리를 찾아 헤맨다. 그렇다 지금 우리는 청춘만을 강조하는 시대에 살고 있는 것 이다. 100세 시대에 살고 있으니 계속해서 일을 해야 한다고 다그치는 사회의 분위기 때문이기도 하다. 경쟁에서 밀리면 끝이라는 강박관념이 청춘으로부터 해방을 방해하고 있다. 내 친구는 남편의 무능함과 안일함 때문에 백수생활을 한다고 단정 지으며 청춘처럼 계속해서 열심히 일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큰 것 같다. 그로인해 우울증이라는 병이 찾아온 것이다. 우울증이란 정신적 에너지가 정체되거나 자신이 원하는 대상을 갖지 못하여 자기 마음 되로 되지 않았을 때 찾아오는 병이라고 한다. 그 말이 꼭 맞는 것 같다. 우울증을 극복 하려면 원하는 바를 이루지 못했다고 스스로 부정하는 마음을 갖기 보다는 현실을 직시하고 조금 느슨해질 필요가 있다. 그 동안 경쟁사회에서 많은 고생을 했으니 지금까지의 삶을 뒤돌아보고 잠시 쉼을 가지는 것도 좋을 것이다. 존엄한 인생의 2막이 이제 시작이다. 경쟁의 욕망에서 벗어나 바람직한 삶의 방향을 향해 여유를 가졌으면 한다. 우리는 계속 청춘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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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