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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7.06.25 15:52:56
  • 최종수정2017.06.25 15:53:13

신종석

숲 해설가

덥고 짜증나는 일상을 팽개치고 길을 나섰다. 타는 가뭄에 논바닥은 갈라지고 밭곡식은 타들어가고 있다. 소나기라도 한바탕 쏟아졌으면 좋으련만 하늘의 태양은 온힘을 다하여 바싹 마른 햇볕을 쏟아내고 있다. 물기가 말라버린 강바닥은 허옇게 속살을 들어내고 누워있다. 창문을 여니 더운 바람이 열기를 뿜으며 훅훅 달려든다. 지독한 가뭄이다. 지인 부부와 도시락을 싸들고 강원도 일대를 국도를 경유하여 천천히 가는 길은 가뭄걱정으로 마음은 편하지 않다. 멀리 보이는 마을 어귀에 그늘을 드리우고 있는 늙은 느티나무는 시원하고 편안해 보인다. 느티나무 그늘에서 두런두런 옛날이야기가 들려오는 것 같고, 배를 깔고 누워있는 등줄기에 할머니의 부채바람이 솔솔 내려와 잠을 부르는 것 같은 아주 오래된 기억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간다. 잔뜩 굽은 허리를 늘어뜨린 할머니는 땅을 보며 느릿느릿 땡볕을 걸어간다. 멀리서 바라보니 흡사 물음표 모양이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저 노인은 아직도 궁금한 것이 있나보다 생각하는 찰나 갑자기 허리를 쭉 펴고 하늘을 바라보는 모습이 느낌표 모양이다. 혼자 쿡 웃음이 났다. 저 어른은 너희가 이 세상을 왜 사는지 아니· 하고 물으시고 그에 답으로 서로 다른 삶으로 다르게 느끼는 것이 답이란다. 하시는 것 같다. 오늘의 여행길에서 또 하나의 인생의 답을 찾는 순간이다. 어느 날 부터인지 자꾸 낡고 오래된 것에 눈이 간다. 나무도 어린 나무 보다는 오래되고 늙은 나무가 좋아지고 젊음으로 주채 할 수 없는 청춘들 보다는 삶의 지혜를 함축하여 멋지게 늙어가는 사람들이 보기 좋다. 옛것을 버려야 새로움을 채울 수 있다고는 하지만 흘러간 시간만큼의 소중함이 스민 오래된 것들이 마음을 붙든다. 오래되고 낡은 것에 숨어있는 이야기는 나를 늘 궁금하게 만든다.

우리일행은 여행길에 단양군 적성면 오지의 숲속에 숨어있는 헌 책방을 방문했다. 숲속의 헌 책방은 영화의 한 장면으로 유명해진 이유로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것 같았으나 우리가 방문한 날에는 아무도 없었다. 굽이굽이 산 도로를 돌아 도착한 그곳에 숲속의 헌책방 이정표가 보였다. 차를 세우고 걸어 들어가니 도로를 막아서는 것이 있다. 이곳은 사유지 이므로 무단 출입 시 법정 책임을 묻겠다는 경고문이다. 시골 인심이 참으로 박하다 싶어 여기저기 기웃거리니 조금아래 입간판 하나가 더 있다. 길이 아닌 좁고 가파른 산자락을 따라 걷다보니 이가 빠진 늙은 노인이 괭이로 길을 내고 있다. "오래전부터 사용하던 길을 갑자기 사유지라는 이유로 길을 막아서 협조를 구했으나 성사되지 못하여 할 수없이 산길을 내고 있다는" 책방 주인은 편안한 웃음으로 우리를 반긴다. 화가 나지 않느냐는 물음에 도리가 있겠냐며 빙그레 웃는다. 도시 사람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여유가 묻어난다. 아마도 영화의 한 장면으로 유명해지자 도시사람들의 무분별한 행동에 농사를 지으며 묵묵히 살았던 사람들의 심기를 건드려 불편하게 만든 것이 원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숲속의 헌책방은 수많은 책들로 가득 찼다. 특유의 헌종이의 냄새가 가득하다. 책방 운영을 도시에서 하다가 이런저런 이유로 시골에 내려 온지는 14년이 되었다는 주인장을 보면서 어떻게 이 많은 책들을 이 깊은 숲속에 자연의 일부로 부려 놓았는지 범상치 않은 인물로 보였다. 오랫동안 서성이며 낡은 것들에 취해 책장을 넘겼다. 날고 빛바랜 책과 숲의 조화는 이질적이면서 아름다웠다. 어두컴컴한 책장 사이로 비추는 빛은 자연의 신비를 전해주는 듯하다. 누렇게 탈색된 시집을 펼치자 "인경아 예쁜 시인이 되었으면.... 아빠가"라는 글이 쓰여 있다. 가슴이 뭉클하다. 책장을 넘기니 또 다른 필체로 "모두가 바람처럼 지나가다"라는 글도 보인다. 시집 두 권을 샀다. 낡고 오래된 것들은 결코 멀리하고 버릴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거기에 스며있는 사람들의 숨결과 이야기는 나를 뒤돌아보게 한다. 우리는 또 다른 오래된 것들의 이야기를 찾아서 길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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