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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석

숲 해설가

함박웃음처럼 환하게 피어나는 꽃들이 어여쁜 오월이다. 이제 막 피어나기 시작한 줄장미가 울타리를 감아쥐고 요염한 자태를 뽐내며 웃고 있다. 장미꽃이 필 때에 새로운 대통령이 오월의 아침처럼 맑고 시원한 모습으로 새로운 시작의 첫 걸음을 시작했다. 오월이 오면 금아(琴兒) 피천득 선생이 그리워진다. "오월은 금방 찬물로 세수를 한 스물한 살 청신한 얼굴/하얀 손가락에 끼어 있는 비취가락지/오월은 앵두와 어린 딸기의 달이요, 모란의 달/전나무의 바늘잎도 연한 살결같이 보드랍다. 신록을 바라다보면 내가 살아 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즐겁다." 이번 새로운 정권은 맑게 씻긴 청순한 얼굴처럼 밝고 맑아 우리가 살아있다는 사실을 참으로 즐거워할 수 있는 세상이 되기를 바래본다.

오월은 참으로 감사한일도 고마워야할 일도 많은 계절이다. 일상을 훌 훌 털어버리고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계절이지만 그럴 수 없는 계절이기도하다. 노동절을 비롯하여 석가탄신일,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부부의 날, 등 기념하고 감사하고 챙겨야 할 일들이 갈등과 연민 그리고 죄책감이 앞서게 하는 달이기도 하다. 부처님 오신 날 하루는 신심을 다해 가정의 평화와 안녕을 비는 연등달기 행사를 꼭 해야 심적으로 일 년이 편안하다. 손자가 있으니 열일 재처 놓고 어린이날은 손자가 좋아하는 선물을 건네고 함께 시간을 보내야 한다. 어버이날은 어버이는 안 계시지만 손위 시누이와 친정 큰언니에게 어머니 아버지를 대신하여 찾아뵙는 것을 연례행사로 챙겼으니 건너 뛸 수는 없는 일이다. 이런 저런 기념일로 숨 가쁘게 오월을 거의 다 보내고 숲을 보니 신록은 어느새 여름으로 치닫고 있다.

삭막한 도시를 버리고 제주에 정착한 친구가 정원에 많은 종류들의 예쁜 꽃들이 피었다며 사진을 찍어서 보냈다. "너의 집 장독대에 피었던 모란도 나의 정원에 지금 한창이야 이 꽃을 보고 있으니 네가 생각나서...." 사진속의 꽃은 우리 집 장독대 옆에 피어나던 함박꽃이었다. 그때는 그 꽃 이름이 함박꽃 인줄 알았다. 함박웃음을 웃는 것처럼 탐스럽게 환하게 핀다고 그리 말했나보다. 어른들이 그리 부르니 또한 이름이 함박꽃인가보다 하고 늘 함박꽃이라고 불렀다. 함박꽃은 우리 집 옷장에 박힌 거울에도 있었으며 할머니가 사용하시던 요강에도 푸르게 그려져 있었다. 아버지가 아끼시던 가끔 사용하던 병풍에도 커다랗고 화려하게 함박웃음을 짓는 모습으로 그려져 있었다. 어머니가 한 땀 한 땀 수놓았다던 옷 가리개에도 커다란 함박꽃이 있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 꽃 이름이 목단이라고도 했고 또는 모란이라고도 했다.

그러나 함박꽃나무라는 우리이름을 가진 꽃이 다로 있다. 함박꽃나무는 우리나라 숲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는 낙엽 작은 키 나무이다. 꽃은 5∼6월에 피며 꽃잎은 흰색으로 향기가 좋다. 북한에서는 함박꽃나무를 목란이라고 부르며 나라꽃 국화로 대접하고 있다고 한다.

모란 [牡丹] (한국민족문화대백과, 한국학중앙연구원)에 의하면 "모란은 예로부터 부귀의 상징으로 여겨왔다. 설총(薛聰)의 「화왕계(花王戒)」에서도 모란은 꽃들의 왕으로 등장하고 있다. 강희안(姜希顔)은 그의 저서 『양화소록(養花小錄)』에서 화목 9등품론이라 하여 꽃을 9품으로 나누고 그 품성을 논할 때, 모란은 부귀를 취하여 2품에 두었다. 이와 같은 상징성에 따라 신부의 예복인 원삼이나 활옷에는 모란꽃이 수놓아 졌고, 선비들의 소박한 소망을 담은 책거리 그림에도 부귀와 공명을 염원하는 모란꽃이 그려졌다. 왕비나 공주와 같은 귀한 신분의 여인들의 옷에는 모란무늬가 들어갔으며, 가정집의 수 병풍에도 모란은 빠질 수 없었다. 또, 미인을 평함에 있어서도 복스럽고 덕 있는 미인을 활짝 핀 모란꽃과 같다고 평하였다. 고 밝혔다.

"내 나이를 세어 무엇 하리 나는 시방 오월 속에 있는 것을."피천득 선생의 말이다. 모란의 계절 함박꽃 같던 오월도 꽃잎이 뚝뚝 떨어지는 끝자락이다. 오월을 보내기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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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