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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주

중원대 한국학과 교수

2015년 10월 9일 한글날이다. '유기아'는 아침 일찍 필수 장비를 챙겨 숙소를 나섰다. '2015년 괴산세계유기농산업엑스포' 행사현장을 조사하기 위해서다. 괴산행 시외버스를 탔다. 좌석 번호는 9번. 행운의 숫자이다. 출발 직전 옆 자리에 남한 청년이 앉았다. 첫눈에 반한다는 말을 실감케하는 외모다. 가벼이 목례를 했다. 그는 '자기를 아느냐'고 묻는다. '그냥 옆자리에 앉아가게 돼서 예의상 인사하는 거예요' "특이한 분이군요. 어디 가십니까." '유기농산업엑스포을 관람하러 갑니다.' 그 남한 청년도 나의 범상치 않은 미모에 반했는지 묻지도 않는데 자기소개를 한다. "제 이름은 유기농이며 저도 유기농엑스포를 관람하러 갑니다". '저와 항렬이 같은 가봅니다. 저는 유기아입니다.' 우리는 친척을 만난 듯 금세 친해졌다. 괴산까지 가면서 많은 얘기를 조심스럽게 했다.

유기아는 유기농산업엑스포 현장을 상세히 관찰 보고하라는 임무를 부여받았다. 체험학습장은 크게 6개소이다. '유기농 의·미(醫·美)관' '충북무형문화재관' '유기식품가공''체험학습장' '염전,우렁이·민물고기 전시장' '동물농장'등이다. 엑스포행사장엔 가건물을 여러 개 웅장하게 지어놓았다. 가건물 안에 유기농관련 내용을 영상으로도 보여주고 도표도 부착해 이해하기 쉽게 해놓았다. 농작물재배포도 둘러보았다. 근래 외국에서 들어온 작물도 있다. 면화, 기장, 수수, 율무 등도 보았다. '1970년대까지 농촌에서 모두 이런 농작물도 심었잖아. 옛날농법이 모두 유기농법 아닌가. 엑스포 행사준비 하느라 돈 많이 들었겠네. 유기농도 돈에 비례하겠지. 유기농가공식품자료가 모두 유기농법으로 지은 것인가'. 유기농이 대구했다. "그렇겠지. 다는 아니래도 그렇게 했겠지. 미래에 더 그렇게 한다는 거겠지"

현수막에 '유기농이 건강이다.' '가족건강은 유기농으로'라는 문구를 넣었다. 내가 무심코 말했다. '사람들 이 말에 혹했겠네. 인민의 건강을 생각하는 게 대단하네'. 나도 모르게 인민이라는 말이 튀어 나왔다. 유기농이 "농담도 잘하네. 누가 들으면 북한에서 온지 알겠네."하고 내가 무안할까봐 먼저 둘러댔다. '알어, 인민이 아니라 국민. 남한에서 국민배우 북한에서 인민배우라고 하는 말이 갑자기 생각나서 무심코 나왔어.' 십년 감수했다.

이제 서울행 버스를 탈 시간이다. 그는 고향집 할머니를 뵙기로 약속했으며 구곡도 볼 겸 내일까지 더 머물다 간단다. 유기농은 나에게 "주소와 핸드폰 전화번호를 알려주세요". 내가 묻고 싶었다. 그러나 나는 그럴 수 없다. '인연이 있으면 또 만나겠지요. 우리는 동성동본이잖아요' 넋 나간 사람마냥 내 얼굴을 바라보는 그 눈엔 진한 사랑의 이슬이 맺혔다. 내 가슴속엔 이미 강이 흐르고 있었다. 유기농엑스포에서 진짜 유기농을 만났다. 떨어지지 않는 발길을 돌리며 마지막 그에게 인사했다. '유기농으로 만난 인연 이 다음 엑스포에서 만나요. 사람은 만나면 헤어질 걸 염려하듯 헤어지면 다시 만날 것을 굳게 믿는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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