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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밤, 베짜는 소리 - 삼베장 최문자

삶고 돌리고 짜고…30년 '금포인생'

  • 웹출고시간2014.04.03 15:27:38
  • 최종수정2014.04.03 15:27:38
"어서오세요."

속리산 자락에 병풍처럼 둘러싸인 보은의 산골마을인 내북면 봉황리.

흙벽돌 전통가옥의 작업실에서 금포(전통삼베)를 짜는 그녀가 인사를 건넨다.

멀리 산을 향한 솟대가 있는 그곳은 세월이 거꾸로 흐른 것처럼 보였다.

ⓒ 사진=홍대기
무쇠솥에 베를 삶고, 물레를 돌리고, 베틀에 앉아 익숙한 손으로 베를 짜는 최문자 장인의 모습이 있었다. 고향인 충남 서산시 성연면 '베 짜는 마을'에서도 삼베 짜는 솜씨가 뛰어났던 할머니와 어머니의 영향을 받아 자연스럽게 삼베짜는 일을 배웠다. 본격적으로 뜻을 두기 시작한 것은 열 아홉살이 되던 1983년부터다.

삼베는 베라고도 불리며 한자로는 마포, 포라고도 한다.

ⓒ 사진=홍대기
삼베의 시작은 신석기 궁산패총에서 뼈로 된 바늘에 마사가 감긴 것이 출토 된 것으로 보아 그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려시대에는 기술이 발달되어 중국으로 수출되기도 했다. 옛날처럼 사람의 손으로 직접 직조하는 전통방식의 삼베를 한폭 얻기까지는 많은 수고가 필요하다. 삼베를 베어 쪄서 삼껍질을 이어 실을 만드는 '삼기'를 하고 무릎에 비벼가며 실을 꼬아 질기게 하는 물레질을 한다. 잿물에 삼껍질을 담가 껍질을 씻어내는 '이기기'를 하고 씨줄과 날줄을 만드는 '나르기'를 한다. 여기에 습한 날에는 화로도 사용해야 하는 씨줄에 풀을 매기는 '베매기'를 한다. 그러고 나서야 베틀에 씨줄을 걸고 날줄을 북에 넣어 두 손과 한발을 이용하여 짜게 된다. 베틀에 앉으면 허리에 부테를 매고 허리 한번 제대로 펴지 못한 채 일해야 한다. 낮에는 습도가 낮아 날실이 끊어지기 때문에 주로 이른 새벽과 밤에 베를 짜야 했다. 낮엔 들에 나가 일하고, 삼시 세끼를 챙기며 새벽과 밤에 베를 짜는 삶은 얼마나 고달팠을까.

ⓒ 사진=홍대기
"원래 손도 시커멓게 변하고 이로 삼베를 삼아야 해서 이도 입술도 형편없어요. 전에 어떤 분들이 배우러 왔다가 이렇게 힘든 줄 모르고 쉽게 생각했다며 며칠 지나지 않아 못 하겠다고 그냥 돌아갔어요. 베틀에 앉아 베만 짜면 되는 걸로 알았나 봐요. 그런데 저는 이상하게도 쉬운 일보다 힘든 일이 좋았어요. 요즘도 외출할 때 일거리를 가지고 다녀요. 잠시라도 짬이 나면 손을 부지런히 움직여요. 습관이 되어서 항상 일거리를 손에서 놓지 않게 되더라고요."

혼자 있는 시간과 삼베짜는 것이 좋아 30년째 전통삼베 짜는 일을 하고 있다는 최문자장인의 말이다. 느리지만 베틀에서 조금씩 만들어지는 삼베를 보면 나만의 예술품이 탄생되는 것 같아 기쁘다며 삼베에 대한 지극한 애정을 보인다. 밥을 못 먹어도 삼베없이는 살 수 없을 것 같다고 한다.

"국산 삼베는 옷감이 질기고 단단하며 향균력도 뛰어나지만 찾는 이가 줄어 전통삼베가 사라져 가는 것이 아쉬워요. 이런 형편에선 짜 놓은 삼베가 팔려나가면 좋아해야 하는데 한편으론 서운하고 허전해서 팔린 만큼의 베를 다시 짜야만 직성이 풀려요."

사람과 자연의 경계를 허물어 넉넉한 품속으로 자연의 바람이 드나들던 삼베옷에는 더운 여름을 견디던 서민들의 삶이 있었다. 그녀의 할머니와 어머니께서 그러하였듯 그녀의 여문 손끝은 앞으로도 한결 같이 삼베와 함께 할 것이다. 삼베를 찾는 이를 기다리는 일에만 그치지 않고 삼베의 다양한 쓰임을 연구하며 애쓰는 최문자 장인의 노력과 정성이 좋은 열매로 맺혀지길 바란다.

/글·사진=홍대기(사진작가)·이옥주(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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