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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4.05.22 19:07:33
  • 최종수정2014.05.22 19:07:33
ⓒ 사진=홍대기
청주 수암골 아래 금강 불교미술원은 무형문화재 단청기능보유자 권현규(62·충청북도 무형문화재 제9호·62) 단청장의 연구실이다.

계단을 올라가니, 연구실은 그림과 물감으로 가득하다. 물감의 농도와 붓의 상태는 작업에 열중한 시간을 짐작하게 했다. 마르지 않은 붓을 내려놓으며 권현규장인은 이야기를 시작했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어머니를 따라 절에 다녔고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게 됐어요. 20대 중반에 영봉 남인식스님 밑에서 배우기 시작해서 단청과 불화 그리는 일을 지금까지 40년 넘게 하고 있어요. 전에는 단청이나 불화를 따로 구분하지 않았어요. 단청을 배우고 잘하게 되면 불화까지 하게 되었지요. 요즘 단청과 불화를 나누기도 하는가 봐요. 단청은 궁궐이나 사찰의 건축물 위에 그림을 그리고 색을 칠하는 것으로 청, 적, 황, 백, 흑색을 기본으로 하지요. 불화도 기본색은 같아요. 동서남북과 중앙의 5방위와 화, 수, 목, 금, 토로 나누어지며,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절기까지 우주의 기운을 상징하는 음양오행설을 나타내지요."

ⓒ 사진=홍대기
장인의 연구실엔 단청과 불화의 구분 없이 여러 종류의 불화 작품들이 구석진 곳에까지 가득 놓여 있었다. 단청을 위해서는 아교를 넣고 묽게 끓인 물을 바탕에 바르고 가칠을 반복한다. 그 위에 정확한 크기와 길이로 문양초 초안을 그려 놓는다. 문양초 중에서도 가장 기본이 되는 초안인 '연등초'는 권 장인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다.

전국에서 단청하는 사람들이 연등초를 기본으로 하면서도 각각의 구성요소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잘 알지 못했다. 학문적인 호기심으로 연구를 거듭하던 권현규장인은 '연등초'가 연꽃, 석류동, 주화, 항아리, 골팽이, 휘(광명·밝음)라는 것을 불경 대장경의 '적연보주'라는 말 등을 근거로 하여 밝혀내고 이를 체계화·이론화해 '연등초에 관한 고찰'이라는 논문으로 발표했었다.

"이 그림을 잘 보세요. 어느 분의 부탁으로 그리고 있는데 용주사의 단원 김홍도의 후불탱화의 부처님 얼굴을 옮겨 그리고 있어요. 당시 국가 공식문서인 수원지령등록이나 정조의 일기인 '일성록' 등의 기록을 보더라도 용주사의 후불탱화는 1790년 용주사 창건 당시 김홍도와 이명기, 김득신 등 궁중 화원과 상겸(尙謙) 같은 화승(畵僧)들이 서양화법을 창의적으로 원용해 그린 기념비적인 걸작이 확실해요. 지방문화재로 돼 있는 것을 하루빨리 국가지정문화재로 상향해서 보존에 힘써야 한다고 했는데, 며칠 전에 전통문화학교 강의를 갔더니 많이 물어와요. 용주사에 대해서 말이에요. 3년 전에 해체를 했다는 거예요. 해체를 하면 단청이 그대로 있겠어요· 기울기가 기울었다든지 이유야 많겠지만 해체작업으로 훼손된 것은 나중에 되돌릴 수 없을 텐데 어떻게 하나 걱정되더라고요."

여러 학자들이 인정은 하면서도 아직까지 뚜렷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용주사 해체작업이 있었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전한다. 권 단청장은 경기도 화성시에 있는 용주사의 후불탱화가 단원 김홍도의 그림이라는 것을 '용주사 불화의 단원 관련설'이라는 논문을 통해 제시했었다.

ⓒ 사진=홍대기
40여년간 그린 그의 단청과 불화는 용화사, 명장사, 보살사, 월리사 등 사찰과 보은 속리산 법주사 및 주변 암자 등 전국적으로 100여곳이 넘는 사찰 등에서 볼 수 있다. 전문가들의 인정도 받고 있지만, 그는 작품 활동을 하면서도 전통을 지키고 원형을 되살리려는 노력도 게을리 하지 않고 연구와 조사를 거듭했다.

공주 마곡사 금강역사 복원사업을 통해 전통의 소소입상을 복원 완성 시켰으며, 제천 신륵사 극락전 벽화 및 단청 조사보고서를 작성하여 조선 후기불화 및 단청의 변천 과정을 연구하는데 기여했다. 지난 2005년에는 제천시 덕산면 신륵사 극락전 외벽의 벽화가 사명대사의 일본행을 그린 그림인 '사명대사행일본지도'임을 밝혀내기도 했는데, 사명대사의 일본행을 묘사한 그림은 경상남도 밀양 표충사에 있는 8폭 병풍 형태의 '사명대사일본상륙행렬도팔곡병(四溟大師 日本上陸行列圖八曲屛)'과 신륵사 벽화 단 2점뿐으로 그 문화·역사적 가치가 매우 높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고 한다.

최근 권 장인은 외부적인 일보다 작품 활동에 더 전념해 왔다. 곳곳에 놓인 그의 작품들이 각고의 노력으로 정진해 온 그의 시간들을 말해주고 있었다. 머지않아 권현규장인의 불화들을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작품전에서 만나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글·사진=홍대기(사진작가)·이옥주(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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