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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4.07.03 18:46:55
  • 최종수정2014.07.03 18:46:55
ⓒ 사진=홍대기
기억조차 희미한 '호드기'라는 말.

호드기(풀피리)를 30년 가까이 만들어 온 사람이 있다는 얘기가 들렸다.

어떤 사람일까· 커진 궁금증을 눈으로 확인하는 순간까지 시간은 느리게 흘렀다.

작업실과 연결된 현관문을 여는 순간, 가늘고 곧은 모습으로 가지런히 놓여있는

풀피리와 해를 거듭해 작업한 풀피리 재료들이 눈에 들어왔다.


"어릴 때 할아버지께서 호드기를 만드셨어요. 어깨너머로 배우게 되었는데,

할아버지 돌아가시고 나서 문득 걱정이 되더라고요. 아무도 이걸 만들지 않으면

호드기 소리는 사라지게 될 것 같았어요. 시간을 내서 틈틈이 만들었지요."

그 시절 소 풀을 뜯기러 가는 물가에 버드나무가 있었어요.

물오른 버드나무 곧은 가지를 잘라 고루 비틀어 껍질을 벗기면

쁘으 호~드~윽~ 하고 젖은 소리가 나는데, 그걸 호드기라 불렀지요.

소가 풀을 뜯는 사이, 풀밭에 누워 하늘도 바라보고 호드기도 불다보면

해가 뉘엿뉘엿 져요. 해 저무는 서쪽하늘은 왜 그리도 곱던지요."

할아버지와의 기억을 더듬으며 호드기를 만드는 동안은 유년의 그 시간 속에

사는 것 같다며 미소 짓는 장인의 얼굴엔 순수의 빛이 어렸다.

ⓒ 사진=홍대기
"이건 새소리를 내는 풀피리로 새를 부르는 풀피리지요.

아침에 우암산에 가서 이걸 불면 새도 따라서 지줄대며 노래를 해요."

호드기는 몸체부터 입으로 불어 소리를 내는 부분까지 일체형 단일로 되어있고,

입으로 부는 부분이 분리가 되는 것은 해뜨기라 해요.

관의 두께에 따라 음량이 달라지고 음도 같이 달라져요.

쌍호드기, 쌍피리는 길이를 달리 한 것을 두 개 붙여서 화음을 낼 수 있게 만들죠.

음정을 맞출 때는 부는 사람의 목소리 청과 호흡, 성량을 생각하고

음역대를 맞춰서 만들어요."

"풀피리의 재료는 밀짚과 버드나무 등의 여러 소재가 있지만

내구성이 있는 갈대를 주로 사용하지요. 갈대도 길고 짧음에 따라

암대와 숫대가 있는데 주로 암대를 써요. 갈대 뿌리는 호드기를 묶는 끈으로 쓰고,

풀피리의 주가 되는 관은 갈대의 줄기로 만들어요.

너무 얇아도, 너무 두꺼워도 안 되니 기계로 할 수는 없어요."

7월쯤 채취한 재료들은 약 1년 정도의 휴지기를 거쳐 다음 해에 작업을 하게 되는데,

줄기의 내경의 크기와 밀도 등을 주의해서 보게 되지요. 얼마나 영글었느냐에 따라서

작업이 달라져요.

ⓒ 사진=홍대기
가느다란 도구로 갈대줄기 안에 넣어서 안쪽에 남은 얇은 막들을

다 갈아내요. 내경이나 밀도에 따라 소리가 아주 민감하게 달라지니까요. 깨끗하게 정리가 되어야 맑고 정확한 음을 들을 수 있어요. 내경이나 밀도만 보아도 어느 음역대의 소리가 나겠다는 판단이 서죠. 곧은 가지가 소리가 곧은 소리를 내니까, 관으로 쓰이는 갈대의 줄기 부분은 불에 가까이 대고 1차적으로 휜 부분을 바로잡아요. 그 다음엔 틀로 눌러서 입으로 부는 부분의 모양을 잡아요. 그리고 소죽을 쑬 때나 밥할 때 여러 대를 묶어서 한번 쪄요. 그 다음엔 미지근한 소금물에 하루저녁 약 12시간정도 담가두죠. 살균처리도 되고 소리가 야무지고 맑아져요. 밥에 찌면 밥물의 풀 성분이 갈대에 코팅이 되어 내구성과 탄성을 높여주고요. 다시 2차적으로 눌러주면 입구부분이 딱 붙어서 입으로 불 때 떨어지질 않아요. 그럴 때는 물에 잠시 담가서 물기를 주면 입구의 끝부분이 벌어져서 불기 좋은 상태가 되죠. 그 정도로 민감해요. 아주 세밀한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하니 손이 많이 가지만 완성된 작품의 소리를 듣다보면 고생했다는 생각은 안 들어요." 호드기 이야기를 들려주는 그의 얼굴이 호드기소리처럼 맑았다.

ⓒ 사진=홍대기
아무도 알아주지 않고, 경제논리로 따져도 실익이 거의 없는 소리를

30년 가까이 홀로 우직하게 지켜 온 장인의 마음이 애절한 호드기 소리로 전해온다.

이제는 너무나 귀해서 듣기 힘든 그 소리를 듣는 동안 해는 기울어

그 옛날 소를 몰고 집으로 돌아가던 시간에 이른다.

호드기소리를 뒤로 하고 장인의 작업실을 나서며

마음에 담은 호드기 소리를 꺼내어 많은 분들께 들려드리고 싶었다.

숨겨두기엔 너무 아까운 정영권 장인의 호드기와 해뜨기의 모습을 보며

그 옛날 호드기 소리를 추억해 보시면 좋겠다.

/글·사진=홍대기(사진작가)·이옥주(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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