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충북을 뒤흔든 현대사 사건·사고 (9) - 충주댐 건설, 청남대 개방

청남대 개방 - 준공 20년만에 ‘주민의 품으로‘

  • 웹출고시간2007.11.22 09:21:57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지난 주말 충주댐 주변엔 늦가을의 정취가 물씬 풍겼다.

햇빛에 반사된 충주호반의 은빛 물결은 고요한 정적에 사뭇 신비감을 더한다. 그 빛은 호반의 억새풀에게도 손짓한다.

다소 을씨년스럽기도 한 날씨지만 호반에 갇혀 있는 그리 높지 않은 산 중턱엔 검붉게 물든 단풍이 막바지 자태를 뽐낸다.

따끈한 올갱이국 한 그릇에 허기를 달래본다.

‘충주호’냐 ‘청풍호’냐.

최근 충주댐의 담수호 명칭을 놓고 충주시와 제천시가 맞닥뜨리고 있다.

제천시가 충주호 명칭의 청풍호 변경문제를 제기한 것은 1998년이다. 이로부터 9년만에 다시 논쟁이 되고 있다.

제천시는 충주댐 담수호 전체면적 가운데 청풍면 등 수몰 마을을 포함해 64%가 제천지역여서 특정지역(충주)을 지칭하는 명칭보다는 청풍호가 바람직하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반면에 충주시는 담수호의 명칭은 댐의 이름과 동일하게 하는 게 일반적이고 ‘충주호’의 이름이 이미 고유명사로 정착돼 있어 명칭 변경은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여하튼 담수호 명칭을 둘러싸고 이웃 지방자치단체 간에 벌이는 ‘이름 싸움’은 젖혀 두고 호수 아래 수몰 마을의 모습을 그려 본다.

기자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곳이 있다.

당시 행정구역상 제원군 한수면 함암리.

지금은 충주호에 쾌속선이 물살을 가르고 있지만 당시엔 도선(導船)배가 버스와 트럭 등을 실어 날랐다.

1983년 7월 한여름. 함암리에 남아 있던 고인돌 발굴을 위해 배에 몸을 실었다.

당시 몇 년만에 섭씨 35도를 오르내리는 폭염이 찾아왔다. 보름 동안 진행된 발굴현장 주변엔 마을주민들이 떠나면서 두고 간 자두나무에 열매가 그득했다. 구멍가게조차 없던 그곳에서 자두는 우리에게 유일한 간식거리였다.

충주댐은 1978년 6월에 착공해 1985년 10월 준공됐다. 충북 북부의 내륙지역에 인공호수가 생겨난 것이다.
남한강 상류 단양읍이 70% 가량 물 속에 잠겼고, 전국에서도 사람이 살기 가장 좋은 곳이었던 청풍은 더 이상 지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충주댐 건설은 신단양이라는 새 도시를 만들어 냈고, 충북 북부권을 물의 관광도시로 탈바꿈시켰다.

남한강 수계의 유일한 다목적댐인 충주댐은 40만㎾가 넘는 국내 최대의 전력 생산용량을 갖추고 있다. 높이 97.5m, 길이 447m의 충주댐은 연간 30억t 가량의 용수를 수도권에 공급하는 국내 최대의 콘크리트 중력식 댐이다.

호수 주변엔 월악산국립공원, 금수산, 옥순봉, 구담봉 등 충주, 제천, 단양을 잇는 이 인공호수의 53㎞ 뱃길은 관광객에게 환상의 코스다.

수몰의 애환을 물 속에 묻어 둔 충주댐.

우리나라 전력생산의 중추이면서 충북 내륙 관광의 백미다.
단풍이 끝자락에 닿은 지난 16일 옛 대통령 별장이었던 청남대를 찾았다.
4㎞ 남짓한 청남대 진입로 양쪽엔 흩뿌려진 노란 은행나뭇잎이 늦가을의 문턱에 서 있음을 실감하게 했다. 산림청 주최의 ‘2004년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아름다운 거리로 장려상을 받은 그 길이다.
그 길목에서 맞닥뜨리는 다음과 같은 글귀.
“당신의 발길 멈춘 이곳이 바로 섭밭 떠나기 못내 아쉬워 눈물 감추며 무거운 발길 뒤로 한지 벌써 스무해……나의 태가 묻힌 곳 조상의 뼈를 두고 간 땅 못 잊어 망향의 회한을 가슴에 안고 우리는 이 자리에 다시 섰습니다.”

1978년 대청호에 물이 잠기면서 정든 고향을 떠나야 했던 청원군 문의면 신대리 섭밭마을 주민들이 고향을 잃은 지 20년만에 세운 망향비의 일부분이다.

그 깊은 물 속에 잠겨 있는 고향. 용궁이나 됐으면 한 번 찾아보련만.

대전의 큰 대(大), 청주의 맑을 청(淸)을 합친 대청호.

그 대청호반의 한자락에 자리 잡고 있는 청남대.

184만4천843㎡의 부지에 지어진 대통령 전용 별장이었던 이곳은 계절에 따라 제 모습을 바꾸는 조경수 100여종 3만2천여 그루와 야생화 130여종 20여만 본이 볼거리다. 자연생태계도 잘 보존돼 멧돼지, 고라니, 삵, 너구리, 꿩 등이 노니는 곳이다.

조상 대대로 대물림한 땅을 물 속에 홀로 두고 떠난 1만9천여명의 수몰민이 망향가를 부르며 그토록 원망했던 그 청남대.

2003년 4월 18일.

그 곳에 굳게 닫혀 있던 철문이 열렸다.

준공 20년만에 일반인의 발길이 닿은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대선공약으로 내세운 ‘청남대 개방’이 실현되는 역사적인 날이었다.

이날 노 대통령이 이원종 충북지사에게 청남대 열쇠를 전달하는 순간, 행사장에 모인 1천여명의 주민은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단 한 사람만을 위해 존재했던’ 청남대가 마침내 지역주민의 품에 안긴 것이다.

노 대통령은 “청남대는 애초 원성 속에서 출발한 만큼 돌려드리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며 “선뜻 내놓는다고 했는데 진작 와서 봤더라면 못 내놓을 뻔했다”고 털어놨다.

문의면 주민들은 이날 청남대 본관 입구에 돌탑을 쌓아 개방에 대한 고마움을 표시했다. 폭 3m, 높이 2.7m가량의 이 돌탑은 문의면 주민 수를 상징하는 5천800개의 돌로 이뤄졌고 32개 마을 이름이 새겨졌다.

이어 나흘 후 청남대는 일반에 개방됐다.

청원군은 20년만에 일반에 공개된 개방 첫날인 22일 오전 9시10분 문의면 미천3리 청남대 셔틀버스 주차장 청정농산물직거래장터 앞에서 청남대 개방기념 이벤트를 가졌다.

청남대는 일반에 개방된 이후 지난달 말까지 모두 338만8천273명의 유료 관람객이 입장했다.

이는 소득유발효과 310억원, 순간접세유발효과 332억원이며, 고용유발효과는 1천812명에 이른 것으로 분석됐다.


/ 기획취재팀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배너

랭킹 뉴스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배너

매거진 in 충북

thumbnail 308*171

정효진 충북도체육회 사무처장, "멀리보고 높게 생각해야"

[충북일보] 정효진 충북도체육회 사무처장은 "충북체육회는 더 멀리보고 높게 생각해야한다"고 조언했다. 다음달 퇴임을 앞둔 정 사무처장은 26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방체육회의 현실을 직시해보면 자율성을 바탕으로 민선체제가 출범했지만 인적자원도 부족하고 재정·재산 등 물적자원은 더욱 빈약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완전한 체육자치 구현을 통해 재정자립기반을 확충하고 공공체육시설의 운영권을 확보하는 등의 노력이 수반되어야한다는 것이 정 사무처장의 복안이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학교운동부의 위기에 대한 대비도 강조했다. 정 사무처장은 "학교운동부의 감소는 선수양성의 문제만 아니라 은퇴선수의 취업문제와도 관련되어 스포츠 생태계가 흔들릴 수 있음으로 대학운동부, 일반 실업팀도 확대 방안을 찾아 스포츠생태계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선 행사성 등 현장업무는 회원종목단체에서 치르고 체육회는 도민들을 위해 필요한 시책이나 건강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의 정책 지향적인 조직이 되어야한다는 것이다. 임기 동안의 성과로는 △조직정비 △재정자립 기반 마련 △전국체전 성적 향상 등을 꼽았다. 홍보팀을 새로 설치해 홍보부문을 강화했고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