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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년(庚寅年)이 저물고 있다.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누군가에게 지나간 세월을 되돌아보며 향수에 젖는 것은 나약한 감상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하지만 매년 이맘때면 습관처럼 한해를 반추하게 된다.

후회를 남기지 말자는 각오로 때론 잔잔하게, 때론 폭풍처럼 정신없이 뛰고 또 뛴 한 해지만 뒤돌아보면 아쉽기만 하다.

유달리 긴 것처럼 느껴진 한 해였다. 이런저런 일들이 한 달이 멀다 하고 터져 나왔다.

교수들이 뽑은 올해의 사장성어로 '장두노미(藏頭露尾'가 선정됐다. 전국의 대학교수 212명이 설문조사에 참여했고 41%가 이를 꼽았다. 원나라 문인 왕업이 지은 '도화녀'라는 작품에 나오는 말이다. 쫓기던 타조가 머리를 덤불 속에 처박고 꼬리는 미처 숨기지 못한 채 쩔쩔매는 모습을 이르는 것이다.

즉 진실을 감추려고 진땀을 빼는 인간들을 이르는 말이다. 4대강 논란과 천안함 의혹, 총리실의 불법사찰, 날치기 예산통과에 이르기까지 유난히 개운치 않을 일들이 많았던 한 해였다. 그러나 감춰진 것은 머리일 뿐 꼬리는 만천하에 드러나 있다.

여와 야의 관계도 국정의 동반자이거나 선의의 경쟁자가 되지 못했다. 주먹질과 발길질로 지샌 한 해였다. 예산안과 각종 부수 법안의 날치기 통과가 연말의 대미를 장식했다.

보수와 진보 또한 마주 앉아 대화하기를 거부했다. 서로를 판에서 밀어 내느라 사력을 다했다. 4대강을 둘러싼 극단적인 편싸움과 무상급식 논란 등에서 이성의 모습은 찾을 수가 없었다.

국가의 안위를 위태롭게 한 천안함 사태조차 각자의 서 있는 위치에 따라 조작설, 자작극 따위의 언어가 춤을 추었다. 한 때 정권 수호의 첨병이라는 죄업이 있었다지만 국가 안보가 짐이 되는 세상까지 되는 현실은 분명 비극이었다.

외교부 장관 딸 특채 파문으로 불거진 공정성 논란도 국민을 우울하게 만든 사건의 하나였다. 연초부터 시작된 아동성범죄 문제는 우리 사회에 드리워진 암영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건이었다. 여중생을 성폭행 후 살해한 김길태 사건을 시작으로 김수철 사건과 장안동어린이성폭행사건 등 잇단 성범죄는 우리를 진저리 치게 만들었다.

경제계에서도 한반도를 들썩이게 만든 사건이 적지 않았다.

그 중 하나가 이건희 삼성 회장의 경영일선 복귀다. 장남인 이재용 부사장과 장녀 이부진 전무의 사장 승진을 통해 3세 후계경영을 본격화한 것도 눈길을 끈 사건의 하나다.

신한CEO 3인방의 동반퇴진도 은행권을 들썩이게 만든 사건의 하나다. 김장철을 앞두고 배추 값이 폭등해 서민가계들의 주름살이 깊어지기도 했다.

충북 사정 역시 희비가 교차했던 한해였다.

6.2지방선거에서 '세종시 원안 사수'와 '정권 심판론'을 앞세운 민주당의 바람이 거셌다. 민주당은 충북지사와 청주시장, 청원군수 등 청주권을 무두 석권하고 충주시장과 진천군수, 증평군수도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민심의 무상함과 지방 권력의 무상함을 실감케 한 한해였다.

세종시설치법이 12월8일 충북도민들의 염원대로 국회를 통과했다. 경부고속철도 오송역 개통과 식품의약품안전청을 포함한 6대 국책기관 이전으로 본격적인 '오송시대'가 개막되기도 했다.

6.2지방선거 이후 수개월간 무상급식 예산분담액 등을 놓고 갈등을 빚던 충북도와 충북도교육청이 전국에서 처음으로 초·등학생에 대한 무상급식을 전면 시행키로 했다.

정부가 행정구역 개편을 겨냥해 진행했던 청주·청원 3차 추진은 실패로 끝났다.

4대강 사업과 관련한 각종 논란과 갈등은 충북에서도 뜨거운 이슈였다. 결국 충북도는 일부 보완을 전제로 예정대로 추진하는 쪽으로 결정이 내려졌다.

이제는 다사다난했던 2010년도를 역사의 뒤안길로 보내고 희망찬 새해를 맞이해야 할 때다.

다가 올 새해 2011년은 신묘년(辛卯年) 토끼해다. 새해는 좀 더 밝고 편안했으면 좋겠다. 나날이 쪼그라들어 가는 서민들의 주머니가 두둑해질 수 있는 기적을 바라고 싶다.

소수의 이익이 아니라 전 국민의 이익을 위해 일하는 정부를 보고 싶다. 우리에게 참다운 리더십의 모범을 보여줄 겸손하고 현명한 지도자를 보고 싶기도 하다.

이시종 지사가 '오송탱천(五松·天:오송의 정기와 기운이 하늘을 찌른다)'을 신묘년 신년 휘호로 정했다. 민선5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새해에는 충북이 이를 통해 국토의 중심에서 실질적인 대한민국의 중심으로 도약하는 한해가 됐으면 한다.

길고 어두운 한 해를 보내면서 간절히 빌어보는 소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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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