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웹출고시간2010.11.04 18:27:38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초등학교 5학년때로 기억된다. 흑백 TV를 통해 수출의 날 시상식 중계방송이 나왔다. 모든 것을 기억할 수는 없었지만 장내 사회자는 흥분된 어조로 이렇게 외쳤던 것 같다.

"국민여러분 드디어 우리가 100억불 수출을 이룩했습니다. 이제는 우리나라도 본격적인 수출대국의 길이 열리게 됐습니다…"

이어서 1억불 수출탑 시상, 2억불 수출탑 시상 등 수출실적에 따라 은빛 찬란한 트로피가 주어졌다. 상을 주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 모두가 감개무량한 표정이었다. 그들의 얼굴에는 해냈다는 자부심과 자신감이 동시에 배어 있는 듯 했다.

1977년 11월 말일날 있었던 수출의날 시상식은 그렇게 성대하고 화려하게 펼쳐졌다.

그로 그럴 것이 당시 박정희 대통령 시절 우리 경제는 100억불 수출 달성이 지상목표였다. 40대 중반 이후의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100억불 수출 달성, 1천불 국민소득 달성'을 기억하고 있을 정도니 당시 수출 100억불 달성은 현재로서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대한민국 경제에는 획을 긋는 크나큰 사건이었다.

그로부터 30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수출은 눈부신 성장을 거듭해 왔다. 한 해 수출액이 4천억달러를 넘을 정도로 이제는 세계적인 수출국가 반열에 올랐다. 실로 격세지감이란 말이 절로 나온다.

30여년전 온 국민을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던 100억불 달성에는 못미치지만 충북에서도 이러한 감격적인 순간이 도래했다.

현재로서는 어디까지나 예상이지만 올 연말 충북도 100억달러 수출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다.

반도체 호황으로 인한 하이닉스의 괄목할 성장과 2차전지의 세계적인 기업으로 부상한 LG화학 등의 선전에 힘입은 바 크지만 오랜 세월 내실을 기해 온 지역 중견기업의 역할도 매우 컷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물론 우리나라 전체 경제에서 충북이 차지하는 비중이 2~3%인 점에 비춰볼때 100억달러 수출달성이 뭐 그리 대수냐고 할 수 도 있다. 하지만 그런 단순한 잣대로 볼 일이 아니다.

수출 인프라가 타 지역에 비해 형편없는, 심하게 말해 황무지와 같은 여건에서 일궈낸 값진 성과라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40여년전 충북에는 변변한 공장이 없었다. 충주 비료공장이 큰 기업일 정도였으나 충북의 산업기반이 얼마나 취약했는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그러던 충북이 잠에서 깨어나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 초반 공단을 조성하면서부터다. 청주 초입에 자리한 청주공단은 그러한 아픔을 딛고 태동한 충북수출의 심장부였다.

때문에 청주산단의 역사는 사실상 충북수출역사와 궤(軌)를 같이 해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처럼 성장과 좌절을 딛고 100억달러 수출달성이라는 찬란한 금자탑을 목전에 두고 있는 도내 기업과 기업인들에 우선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들의 땀과 노력 없이는 결코 얻을 수 없는 결과이기 때문이다.

요는 앞으로의 과제다. 힘들게 일궈낸 토대를 바탕으로 얼마만큼의 더 큰 결실을 맺느냐 하는 것은 바로 우리들 모두의 몫이다.

100억달러 달성이라는 달콤한 결과에 심취해 있다보면 우리 앞에 어떠한 시련이 닥칠지 모를 일이다.

충북의 수출기반이 많이 나아졌다고 하지만 아직도 가야할 길이 멀고 험하다.

험난한 파고를 넘기 위한 지혜와 역량을 모아야 할때다. 다행히 충북은 정도(定道)이후 가장 좋은 기회를 잡았다.

6대 국책기관의 오송입주와 KTX오송역 개통이란 엄청난 호재를 만났다.

이제는 단순한 지정학적인 국토의 중심부가 아니라 첨단산업과 국기기간교통망의 중심으로 명실상부한 대한민국의 허브로 '욱일승천'(旭日昇天) 할 수 있는 호기를 맞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인프라만으로는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기업과 경제의 요체인 기업인들이 신바람나게 일할 수 있는 기(氣)를 불어넣어 주어야 한다. 모든 것이 결국은 사람의 손에 이뤄지는 것인 만큼 경제의 주체가 되는 경제인들에 대한 유무형적인 배려와 지원이 필요하다. 경제인들을 '가진자'로 분류해 거리를 두는 근시안적인 생각은 버려야 한다. 그들을 끌어안고 충북에 더 많은 투자를 할 수 있도록 유인하는 슬기로운 대처가 필요하다.

세밑 청주 상당공원에 세워질 100억달러 수출의 탑을 보면서 하루하루 늘어나는 충북의 수출을 모두가 지켜보자. 그리고 내일의 희망도 그려보자.
배너
배너
배너

랭킹 뉴스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배너

매거진 in 충북

thumbnail 308*171

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