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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전 본보에는 재미난 기사가 실렸다.

눈길을 끌만큼 큰 비중있는 기사는 아니였지만 기사를 접하고 순간 마음이 일렁거렸다.

기사 내용은 고등학교를 졸업한지 30년이 지난 충북고 5회 졸업생들이 재학당시 은사님을 모시고 30년만에 제주도로 추억의 수학여행을 다녀왔다는 것이다.

졸업 30주년을 기념하는 모임이나 행사를 기획하는 동문들이 있다는 것은 주변에서 간간이 들었다.

하지만 까까머리 고등학교 시절을 회상하며 은사님들을 모시고 무려 100명이 넘는 동문들이 추억의 수학여행을 다녀왔다는 대목에서는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순간 "먹고 살기 바쁜 틈에 어떻게 100명이 넘는 동문들이 30년만에 만나 제주도 수학여행을 떠날 수 있을까"하는 의아함이 들었다.

그러면서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학창시절 동안(童顔)이었던 그들이 반백의 중년에 들어 떠난 수학여행은 과연 어땠을까. 30년전 세월을 거슬러 올라가 한껏 폼을 잡고 제주도의 밤거리를 거닐었을까. 호기있게 술을 따르며 그 옛날의 추억을 더듬었을까. 당사자가 아닌데도 이런저런 상상의 나래를 펴면서 왠지 모르게 마음이 들떴다.

그런 호기심 가득한 마음도 잠시, 더 놀라웠던 것은 이들이 추억여행만 다녀온 것이 아니라 먼저 유명을 달리한 동기생 12명의 자녀들에게 십시일반으로 성금을 모아 많게는 100만원의 장학금을 전달해 주었다는 것이다.

추억의 졸업여행을 다녀왔다는 것도 부러웠지만 먼저 간 동기생들의 자녀들을 살뜰하게 챙기는 갸륵한 마음에 적잖은 감명을 받았다.

지천명(知天命)의 나이에 접어들면서 가정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나를 돌아볼 틈조차 없는 그들이 어떻게 '추억의 졸업여행'이라는 결코 쉽지 않은 일을 감행할 수 있었을까.

잠시 생각끝에 내린 결론이지만 그들만이 갖고 있던 학창시절 추억이라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공통분모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그러나 누구나 추억은 간직하고 있지만 그 추억을 끄집어 내 반추(反芻)해 보는 것은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마음은 있다하더라도 그것을 구체화 하고 현실화 시킬 수 있는 주체가 있어야 하고, 그것을 동의해 주고 따라주는 객체들이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다.

결코 쉽지 않은 일을 용기있게 실행함으로써 그들은 소중한 추억을 단지 공유하는 옛 기억으로만 남겨놓지 않고 내일을 살아가는 자양분으로 만들었다는데 큰 의미가 있고 가치가 있는 일이라고 생각된다. '추억은 일종의 만남'이라고 한 칼릴지브란의 말처럼 그들은 추억여행을 통해 새로운 만남을 이룬 셈이다.

30년만에 떠난 추억의 수학여행 보도를 접하면서 내 자신과 주위를 돌아봤다.

6·2 지방선거, 세종시 수정안 논란, 청주·청원 통합 등 머리 아프고 숨이 턱턱 막히는 일들만 빙 둘러싸여 있다.

한유하게 추억타령을 늘어놓기에는 현실의 무게가 너무 크게 느껴진다. 그리고 그 현실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아마도 이러한 생각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 모두가 느끼는 공통된 심정일 것이다. 눈앞에 닥치는 일에 급급한 나머지 나자신과 뒤를 돌아볼 짬이 없다. 누구를 탓할 수 있는 일은 아니지만 어쨌튼 그런 현실이 서글픈 것 또한 사실이다.

내일이면 주말이다. 계절도 바야흐로 만물이 움트는 봄이다. 바쁜 일상이지만 나를 위한 시간을 할애하자. 추억의 수학여행처럼 거창한 이벤트는 아닐지라도 맘맞는 오랜 친구 하나 둘과 가까운 근교라도 찾아가는 소소한 사치(?)를 누려보자.

그곳엔 반드시 우리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뭔가가 있을 것이다. 새로운 삶의 활력소가 될 추억으로 떠나는 여행. 말만 들어도 설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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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