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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0.02.11 20:43:37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60년 만에 찾아 온 백호랑이 해인 경인년 설이다.

음력 정월은 한 해의 첫 달을 일컫는 말로, 정(正)에는 첫째 번 과 세수(歲首)의 뜻이 있다. 정월 초하루를 원단(元旦), 설 또는 설날이라 한다. 대보름날까지 설 기간이다.

그 옛날 개구쟁이 어린 시절, 손꼽아 기다리던 설 명절은 가슴 설레는 잔칫날이었다. 이 날 만큼은 기름진 음식에 얼굴에 윤기가 돌고 양말 한 켤레일망정 설빔도 입어보는 날이 바로 설이었다.

설은 비단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한다는 의미만이 아니다. '나'라는 존재의 근간이 되는 가족들과 선조들을 되돌아보는 시간이기도 하다. 일 년이라는 긴 여정을 시작하기에 앞서 먼저 내 자신과 가족들을 점검하는 것이다.

요즘 누군가 시집장가 가지 않는 다음에야, 명절이 없다면 친척이 한자리에 모일 일도 별 없는 세상이다. 설이 그래서 흥겹다.

이번 설이 두려운 사람들도 많다.

재수생과 백수, 노처녀·노총각들이 그렇다. 쏟아지는 몰매너한 질문들은 이들이 감당하기 힘겹다. 올해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사람들이 서러운 설을 보내야 할 것 같다.

얼마 전 통계청이 고용동향을 발표했다. 이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공식 실업자는 88만9천명으로 집계됐다. 취업준비자, 주당 18시간 미만 취업자, 그냥 쉬는 사람까지 포함한 정상적인 직업을 갖지 못한 사람도 408만명에 이른다.

취업을 하려다가 취직이 안 돼 중간에 포기한 구직 단념자는 1년에 39.8%나 늘었다. 지난해 실업급여를 타간 사람이 130만명에 이른다. 이 제도가 도입된 이래 최대 규모다.

사실상의 백수가 400만명을 넘어섰다. 우리나라 인구 4천만명에 비하면 10명 중 1명이 백수인 셈이다.

충북지역의 지난달 실업률도 크게 증가했다. 1월 중 실업자는 2만5천명으로 전년 동월 1만6천명보다 9천명(54.6%)이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실업대란이 현실화되지 않을까 우려스러울 정도다.

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를 가장 빨리 극복한 나라로 세계의 부러움을 사고 있지만 고용한파는 위기수준으로 싸늘하다.

친서민을 내세웠지만 고용빙하기에 접어들면서 서민생활은 더욱 찌들었다. 신용불량자가 340만명에 이른다는 사실만으로도 설을 맞는 서민들의 고통을 짐작하고도 남는다.

'고용 없는 성장' '고용 없는 경기회복'의 구조화가 진행되고 있음을 역력히 보여준다.

MB정부는 그동안 경제 살리기를 최우선 정책과제로 제시하고 경제를 살리면 일자리가 저절로 늘어난다고 주문처럼 되뇌었다.

경기는 회복세를 타는 듯했으나 고용지표는 추락을 거듭했다. 경제살리기 2년의 성과가 사실상 실업률 13%선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은 현 정부의 정책 실패로밖에 달리 평가할 길이 없다.

정부는 올해도 일자리 창출을 제1의 국정목표로 내걸었다.

일자리 해법을 챙기겠다고 하니 기대를 가질 만하지만 지금껏 대기업들의 행태를 비춰보아 선뜻 믿음이 가지 않는다.

6.2지방선거를 앞둔 정치인들은 딴 세상이다.

이번 설 연휴 정치인들은 각종 정치현안을 고향으로 직접 들고 가 하소연 할 태세다. 세종시 문제 등 자신들이 풀지 못한 정치 숙제를 확산시키고 치밀한 설득 작전을 통해 확실한 내 편, 내 표를 만들어 나간다는 전략인 셈이다. 민생 챙기기는 뒷전이다. 선거를 앞둔 여론몰이로 명절의 만남과 정이 정치적으로 변질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그래서 나온다.

그래서 격랑 속에 설을 맞는 실업자들은 더욱 서럽다.

빙산처럼 더 큰 절망이나 고통이 숨어 있다 할지라도 희망의 노래를 다 같이 불러보자.

현 정부와 정치권은 서민들이 왜 희망의 노래를 부르는지 알 수 있도록 말이다.

희망의 노래는 기뻐서 부르는 게 아니다. 힘들고 팍팍해서, 더 이상 '꿈' '미래'가 없을 때 부른다.

인간이 희망을 노래하는 때는 지금은 몹시 절망적 상태라는 자기고백의 과정이기도 하다. 그 고백 속에는 적어도 지금보다 나아질 것이라고 믿는 인간의 욕망이 담겨있다. 그 욕망을 우리는 희망이라고 한다.

희망의 노래는 서민들이 생활고를 겪고 있음을 알아달라고 외치는 비명 또는 항의성 메시지다.

일반 호랑이가 500년을 기다려 백호가 되는 것처럼 우리 인간에게 60년 만에 찾아온 백호랑이 해를 맞아 올해 국가의 태평성대와 각 가정의 행복이 가득하길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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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