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일보클린마운틴 - 설악산 울산바위

2022.10.06 16:59:44

중생대 백악기 마그마가 힘차게 솟아오른다. 미시령 옆 땅속에서 부글부글 끓어오른다. 이내 지하 암석이 세상을 뚫고 불쑥 솟아오른다. 힘차게 올라 새로운 바위산으로 거듭난다. 때론 엉기고 때론 아슬아슬하게 매달린다. 한쪽에선 자유분방한 모양으로 나선다. 심지어 바위 사이로 신선들이 놓친 공깃돌도 있다. 모두 스토리텔링에 좋은 소재들이다.

ⓒ함우석 주필
[충북일보] 울산바위는 바람이 시작되는 산이다. 바위를 지나는 바람 소리가 엄청나다. 멀리서 봐도 존재감 드러나는 크기다. 많은 설악비경 중에서도 독보적이다. 암릉미를 자랑하는 외설악의 대표다. 산 능선 사이로 고개를 내밀 듯 서 있다.

충북일보클린마운틴이 여길 찾았다. 하늘과 어울리는 설악풍경을 담았다. 바람과 구름이 내는 조화를 품고 왔다. 설악동-울산바위 왕복거리는 9km다. 어느 방향에서든 비경을 만날 수 있다. 이즈음 어서 오라는 손짓이 강렬하다.

신흥사 일주문

ⓒ함우석 주필
가을 설악동 소공원 입구가 한가하다. 날씨는 맑고 바람도 거의 없는 편이다. 소공원을 지나 주차장에 차를 세운다. 울산바위 향해 천천히 걸음을 옮긴다. 넓어진 계곡이 깔끔하게 정돈돼 있다. 카페와 식당들이 이곳저곳에 널린다. 멋지고 깔끔한 마을을 떠오르게 한다. 엄숙하기만 한 절집의 풍경이 아니다.

신흥사 사천왕문 앞 지나 곧바로 간다. 안양암 앞의 다리 건너 임도를 따른다. 계속 가면 머잖아 내원암에 도착한다. 깔끔하게 정비된 예쁜 숲길이 열린다. 오르내림이 거의 없는 완경사 길이다. 초록빛 숲의 싱그러움이 맑게 흐른다. 물소리 새소리에 마음이 편안해 진다. 조금 더 올라가면 흔들바위가 보인다.

흔들바위

ⓒ함우석 주필
계조암 석굴 앞에 서서 기도를 올린다. 흔들바위 쪽으로 다가가 흔들어본다. 학창시절 추억 떠올리며 길게 웃는다. 수십 년 세월에도 그대로 추억명소다. 마당돌 끄트머리에 흔들바위가 있다. 둥근 바위가 절벽 끝에 서서 위태롭다. 살짝 밀어도 떨어질듯 아슬아슬하다. 그래도 꿋꿋이 제자리를 지키고 있다.

흔들바위까지는 설렁설렁 가도 된다. 한 시간 정도면 도달하는 쉬운 코스다. 하지만 울산바위는 해발 878m나 된다. 흔들바위에서 정상까지는 대략 1㎞다. 경사가 가팔라 헉헉거리며 걷게 된다. 발끝으로 흙의 부드러움이 전해진다. 머잖아 다소 좁고 험한 산길이 나온다. 탐방로 숲이 수직 암릉 아래 숨는다.

흙길과 인공구조물이 서로 뒤섞인다. 데크길이 하늘로 솟듯 오르고 오른다. 수직 절벽에 오르기 직전 숨을 고른다. 잠깐 망설이다 한 발 두 발 내딛는다. 천천히 숨 고르며 수직암릉을 오른다. 울산바위 자태가 그림 같이 웅장하다. 설악산 길의 매력에서 빼놓을 수 없다. 거룩한 하루를 산 위서 다시 시작한다.

매혹적인 태양의 빛이 하늘을 감싼다. 자연스레 주변으로 시선을 옮겨 간다. 소나무가 바위틈에서 멋지게 자란다. 노송 닮은 눈잣나무에 격조가 흐른다. 단정한 모습에서 자연의 각을 느낀다. 길게 구부러진 수형마저 고급스럽다. 가지런한 솔잎은 제사처럼 단아하다. 솜씨 좋은 정원사 가위질을 능가한다.

울산바위 계단길

ⓒ함우석 주필
흔들바위에서 얼마 안가 울산바위다. 군데군데 바위들이 카파도키아 같다. 암석들이 흔들바위에 뒤지지 않는다. 빼어난 경치를 자랑하는 바윗길이다. 깎아낸 듯이 가파른 계단길이 백미다. 까마득한 암벽과 암장은 인기 명소다. 바위 아래 낭떠러지에 소름이 돋는다. 올라가야 비로소 보이는 걸 알게 된다.

하늘 위에 하얀 구름조각들이 떠간다. 멀리 보이는 잿빛 바위들이 웅장하다. 거대한 돌덩어리에 등골이 오싹한다. 벼랑 이룬 너럭바위가 아슬아슬하다. 수려한 야성미와 골계미를 드러낸다. 근육질의 서사적 분위기가 이어진다. 고고함 어우러져 산수화가 따로 없다. 울산바위가 파란 하늘 위로 우뚝하다.
ⓒ함우석 주필
약간 드러누운 아담한 바위를 만난다. 냉큼 올라가 잠시 햇볕 바라기를 한다. 솔솔 불어오는 갈바람에 이마를 댄다. 눈 감고 바위가 전하는 영감을 느낀다. 다음을 위해 자리를 내주고 일어선다. 말하기 힘들 정도의 경사가 이어진다. 말 그대로 깎아지른 절벽 데크길이다. 잠시 머뭇거리게 하는 위험한 코스다.

암벽 등반 하는 이들이 눈에 들어온다. 확보물을 설치하며 꼭대기로 오른다. 정말 아찔하고 웅장한 바윗덩어리다. 이윽고 해발 878m의 정상에 오른다. 보통의 산 정상 분위기와 아주 다르다. 정상석에 있는 산의 꼭짓점이 아니다. 바위들이 능선을 이루고 튀어나온다. 서로 연결된 바위 세 곳이 정상들이다.

울산바위 암벽 따라 계단이 가파르다. 몇 걸음만 떼도 금세 숨이 거칠어진다. 발걸음 옮길 때마다 풍경이 달라진다. 구름 한 점만 흘러가도 비명이 나온다. 마침내 울산바위에 서니 모든 게 좋다. 한쪽으론 외설악의 비경이 도도하다. 다른 쪽으론 동해 풍경이 파노라마다. 산과 바다 어느 것 하나 부족함이 없다.

정상에 오른 사람들이 세 곳을 오간다. 사방팔방 멀고 가까운 곳을 바라본다. 동북쪽 멀리 동해 해안선이 이어진다. 동남쪽으로 속초 양양 등이 나타난다. 수상한 바람 불더니 비구름 몰려온다. 거센 바람이 온 몸으로 속속 파고든다. 동해 바람이 전해주는 소리가 거세다. 울산바위를 지나며 공명으로 울린다.

눈잣나무

ⓒ함우석 주필
마당바위 위에 앉아 슬쩍 눈을 감는다. 자연 속 삼라만상의 마음을 느껴본다. 울산바위 울타리가 바람을 막아준다. 한동안 걱정 없이 자연과 교감을 한다. 바람이 점점 거세져 바위를 내려온다. 서쪽으로 보이는 설악산이 아름답다. 노적봉 지나 공룡릉 용아릉이 잡힌다. 곳곳에 우뚝우뚝 감동으로 다가온다.

힘차게 내닫는 공룡이 한눈에 잡힌다. 권금성 쪽으로 흐른 화채는 수려하다. 대청 중청 소청이 희운각으로 내린다. 한 옆으로 귀때기청이 물러서 앉는다. 산꼭대기에 올라야 맛보는 제 맛이다. 병풍처럼 솟은 마루금이 선을 긋는다. 저 멀리서 대청봉이 반갑게 손짓한다. 웅장한 설악산군이 한 눈에 들어온다.

<취재후기>수학여행의 추억 저장고, 흔들바위

수학여행의 목표는 애초부터 배움이 아니다. 친구들과 추억 쌓기가 주를 이룬다. 객기가 가미된 약간의 일탈이 진짜 묘미다. 훌륭한 유적이나 경관은 뒷전이다. 제대로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설악산은 예나 지금이나 여행 명소다. 흔들바위는 단골 수학여행지다. 추억을 공유하는 힘을 가진 장소다. 그 어떤 장소보다 가슴 설레게 한다. 학창 시절 친구들과 함께 한 덕이다. 수십 년 세월이 흘러도 또렷하다.



흔들바위는 울산바위 가는 길에 있다. 계조암 앞 와우암 위에 있다. 식당암으로 불리는 반석 끄트머리에 있다. 둥근 바위가 절벽 끝에 위태롭게 서 있다. 손만 대도 떨어질 듯 아슬아슬하다. 일부러 옮겨 놓은 것 같다.



흔들바위는 풍화작용의 결과물이다. 오랜 세월 비바람에 깎여 생긴 둥근 모양이다. 화강암 덩어리 중 중심의 핵석만 남게 됐다. 지질학적으로 보면 기반암과 분리된 토르(tor)다. 중생대 백악기부터 비바람에 깎였다.



흔들바위는 계조암 석굴 앞에 있다. 계조암은 신흥사의 모태 암자다. 그 옛날 큰 절을 세울 땐 일단 근처에 머물며 기도와 건축 준비를 했다. 모든 절이 그랬다. 절이 융성하면 모태가 됐던 암자도 번듯한 유산이 된다.



계조암 석굴은 신라 진덕여왕 때로 시간을 바꾼다. 652년에 자장율사가 머물며 향성사(지금의 신흥사)를 창건한 곳이다. 자장율사에 이어 동산, 각지, 봉정, 의상, 원효 등 불교의 큰 어른들이 이곳에서 수행했다.



석굴은 말 그대로 동굴이다. 석굴 부처와 나반존자상의 영험 때문에 찾는 이가 많다. 동굴이 있는 바위의 이름은 목탁바위다. 모든 게 맞아 떨어지는 스토리다. 커다란 불상과 작은 형태의 불상들이 벽을 장식한다.



흔들바위는 여전히 그대로다. 40년 전, 30년 전, 20년 전과 다름없다. 아직까지 떨어지지 않고 추억의 여행객을 기다리고 있다. 빈 숲 속에서 먼 여행을 온 여행자를 위로한다. 세월 가도 무시무종(無始無終)을 가르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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