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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기상 우수가 지났으니 봄의 문턱이다. 선자령 (仙子嶺 1157m)에 가기로 한다. 새벽부터 부산을 떨며 청주를 출발한다. 어딘가 떠나는 날이면 설레고 허둥댄다. 겨울산행을 위해 이것저것 챙긴다. 비교적 포근한 날씨에 선자령을 찾는다. 구간 구간마다 이색적 풍경이 펼쳐진다. 트레킹 하는 산객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선자령은 백두대간의 중심 마루금이다. 장쾌한 순백의 설원에 바람이 몰려온다. 기기묘묘한 형상의 눈꽃들이 아름답다. 정상에 서면 남쪽으로 발왕산이 흐른다. 서쪽으로 계방산, 북쪽으로 오대산이다. 황병산 등이 하얀 눈을 이고 아스라하다. 길은 대관령 마을휴게소에서 시작된다. 하산은 대관령 방향으로 다시 내려온다.
선자령은 초반 임도 중후반 능선길이다. 많은 눈이 내리는 겨울 눈 산행 명소다. 능선 눈꽃과 완만한 산세로 인기를 끈다. 강원도 영동과 영서를 잇는 고갯길이다. 북쪽 노인봉과 남쪽 대관령이 이어진다. 능선 눈꽃이 아름답고 산세가 완만하다. 하늘에선 구름이 손에 닿을 듯 떠다닌다. 동해 바다가 한눈에 훤히 내려다보인다.
선자령은 캠핑러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설산 속에서 매력 만끽하는 캠핑 성지다. 드넓게 펼쳐진 새하얀 눈밭에서 즐긴다. 작은 텐트 하나에 의지해 밤을 지새운다. 추위가 매섭게 올 때면 눈꽃이 만발한다. 산행 내내 어느 곳을 둘러봐도 장관이다. 화려한 눈꽃풍경을 길게 만끽할 수 있다. 추위가 누그러드는 2월까지도 가능하다.
선자령 길은 능선 길과 계곡 길로 나뉜다. 능선은 바람이 차지만 조망이 탁월하다. 눈앞에 펼쳐진 풍경의 규모가 웅장하다. 계곡은 아늑해서 걷는 재미가 충분하다. 나무군락이 만든 풍경이 아기자기하다. 산책하듯 편안하게 걷기 좋은 공간이다. 마음껏 숨 쉬고 한껏 기지개를 켜기 좋다. 햇살 바람 나무가 기쁨을 두 배로 키운다.
선자령을 오르는 길은 참으로 독특하다. 포장임도가 좁은 구상나무 길로 바뀐다. 허리춤까지 오는 관목이 계속 이어진다. 곧 나무그늘로 뒤덮인 숲길이 한적하다. 참나무 잣나무 숲은 여유롭게 울창하다. 관목들과 풀들 위론 하얀 눈이 부드럽다. 키 작은 숲을 지나면 하얀 눈 덮인 초지다. 아침이면 피어오른 눈꽃이 유독 예쁘다.
선자령으로 가려면 북풍을 맞아야 한다. 대륙 편서풍과 습기 해풍이 눈을 만든다. 3월까지도 1m가 넘는 눈이 쌓여 있다. 눈과 바람, 조망이 산행 재미를 더한다. 장쾌한 풍경도 좋지만 고적함이 더 좋다. 동행과 조곤조곤 대화도 행복함 자체다. 부드러운 길이 절로 마음을 열게 만든다. 이런저런 이야기가 끊이질 않고 나온다.
겨울 선자령 풍경은 동양화의 여백이다. 그 안에 거대한 풍차가 서양을 대변한다. 이국적인 풍경의 부조화가 묘한 조화다. 하얗고 까만 계곡이 발밑으로 펼쳐진다. 설원 사이로 매서운 칼바람이 지나간다. 사방으로 탁 트인 황량함이 길게 넘친다. 천상의 공간에서 원초적 자아를 만난다. 차가운 희열이 뜨거운 땀으로 분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