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는다'는 '자세히 본다'의 다른 이름이다. 길 걷기의 즐거움은 새로운 발견이다. 짙은 솔숲과 푸른바다를 끼고 걷는다. 내딛는 걸음마다 솔향기 솔솔 추억이다. 바다풍경이 솔숲과 어울려 환상적이다. 곰솔 방풍림과 모래언덕의 궁합도 일품이다.
빽빽한 송림 속으로 파도소리가 밀려온다. 한걸음 한걸음마다 비릿한 바다향이 배어든다. 넓은 백사장이 던지는 느낌이 아련하다. 물 빠진 뒤 드러난 적나라함이 기막히다. 해질녘 내리는 노을빛이 은은히 퍼진다. 가는 봄을 잡으려는 사람들이 몰려든다.
충남 태안해변길 1코스 '바라길'을 걷는다. 구불구불 해안을 따라 태안절경이 펼쳐진다. 시원한 갯바람이 먹먹해진 가슴을 씻어준다. 짙어진 곰솔향이 허전한 마음을 채워준다. 지나는 바람이 슬픈 시간까지 보듬어준다. 환상적인 풍경으로 아픈 마음이 사라진다. '치유'와 '극복'으로 더 아름다워진 바라길이다.
ⓒ함우석 주필해안길에서 만난 바다풍경
ⓒ함우석 주필마외해변과 소나무
ⓒ함우석 주필신두리 사구 모래언덕으로 가는 나무데크길
ⓒ함우석 주필93차 충북일보 클린마운틴 단체사진
ⓒ함우석 주필신두리 사구 풍경이 사막 같다. 모래가 계절풍을 따라 조금씩 육지로 밀려 나온다. 불어온 바람이 시간을 조각한다. 물과 바람이 땅의 시간을 빚는다.
드넓은 갯벌과 사구가 펼쳐진다. 간조에 너른 모래펄이 드러난다. 해류를 타고 온 모래가 퇴적한다. 해파랑에 밀려 점점 위로 쌓인다. 어느새 좀 높은 구릉 모양을 만든다. 1만년 동안 쉬지 않고 작업한다.
신두리 사구는 자연이 만든 명품이다. 오랜 반복이 조합한 모래조각이다. 우리나라 최대의 해안사구다. 면적만 약 264만㎡다. 천연기념물 제431호다. 신비한 모래언덕에 압도당한다. 대자연의 위대함을 새삼 깨닫게 한다.
한반도 해안사구의 거의 모든 지형을 관찰할 수 있다. 사계절 다양한 아름다운 경관도 볼 수 있다. 생태적으론 더욱 중요하다. 육지와 해양생태계의 완충지역이기 때문이다. 바다와 육지의 거점지역이다.
사구지역의 습지에는 환경부가 지정한 멸종위기 종들이 서식한다. 대표적으로 맹꽁이, 금개구리, 구렁이 등을 꼽을 수 있다. 천연기념물 황조롱이 등도 관찰된다. 전형적인 생태관광지로서도 가치가 있다.
신두리 사구는 1차적으로 폭풍이나 해일로부터 해안선을 보호한다. 그 다음 인간과 사구 생명체에게 지하수를 공급한다. 사구 해안길 좌우에는 키 작은 억새들이 있다. 바람에 흔들리며 여행객들을 반긴다. 바깥세상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날려준다.
신두리 사구에선 모래언덕부터 둘러보는 게 좋다. 그 다음 곰솔생태 숲을 지나 작은 별똥재와 억새골을 걸으면 된다. 이곳은 신두리사구에서 가장 아름답다. 나무데크를 따라 모래언덕으로 가다가 보면 사막에 온 것 같다.
곰솔생태숲으로 가는 길엔 나무데크가 없는 흙길이다. 울창한 곰솔 사이로 걷는 기분이 상쾌하다. 소나무숲길을 벗어나면 작은 언덕이 나온다. 억새가 장관을 이룬다. 석양에 빛나 너무 아름답다.
좌우에는 키 작은 억새들이 바람에 흔들린다. 파도소리가 음악처럼 들린다. 구불구불 이어진 길에서 서로 사진을 찍어 준다. 붉은 기운이 구름 한쪽 끝을 물들이며 번진다. 구름이 해를 살짝 가린 날 신두리 사구가 정말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