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변길 5코스 노을길 탐방을 시작한다. 아침 길이 꽤 호젓한데 바다가 소란하다. 거센 바람에 하얀 눈이 솔숲을 뒤덮는다. 마지막 남은 이파리를 떨어트리고 간다. 향긋한 소나무향이 바람을 타고 흐른다. 하얀 파도를 타고 거친 숨소리가 들린다. 자연 속에 사람이 만든 걸작에 다가선다. 닿는 곳마다 거센 바람이 겨울을 알린다.
백사장항 개펄이 썰물로 드러나 휑하다. 육지서 내려온 물이 갯골을 타고 흐른다. 백사장 위는 걸어도 발이 빠지지 않는다. 하얀 조개껍질들이 널브러져 신비롭다. 해변 따라 이어진 해송 터널을 걸어간다. 잘 자란 안면송 군락이 장관을 연출한다. 신발 아래 흰 눈과 솔잎 감촉이 폭신하다. 바람이 얼굴을 스치며 상쾌하게 지난다.
백사장항에서 서남쪽으로 쭉 걸어간다. 걷는 내내 파도가 내는 소리가 말동무다. 해변 곰솔 밭이 겨울 분위기를 물씬 낸다. 해변길 안내도와 이정목이 세워져 있다. 솔밭 아래 백사장이 널찍하게 펼쳐진다. 파도의 숨소리가 해안에 길게 퍼져간다. 백사장항에서 삼봉해변으로 이어진다. 길로 길의 이름을 알려주는 보는 길이다.
솔숲.
ⓒ함우석주필
삼봉해변 쪽 해송숲길로 계속 이어간다. 꽃지해수욕장 11km 지점서 좌회전 한다. 소화기 보관함 있는 데크 쉼터를 지난다. 침목계단으로 내려와 해변길을 걷는다. 삼봉해변에서 지나온 길을 뒤돌아본다. 백사장항 쪽으로 솔숲이 길게 이어진다. 마음이 절로 순해지는 노을길 풍경이다. 해질녘이면 석양과 노을빛이 아름답다.
2km를 가니 3개의 산봉우리가 보인다. 삼봉해수욕장의 세 봉우리가 인사한다. 높이 22m, 20m, 18m의 낮은 삼봉이다. 세 갈래 갈라져 높이가 아주 낮은 봉우리다. 삼봉해수욕장을 대표하는 세 봉우리다. 일몰 장면을 카메라에 담으면 장관이다. 백사장 모래가 넓고 경사가 매우 느리다. 길이가 수km에 달해 한참을 걸어야 한다.
삼봉해수욕장 끝나고 솔숲이 이어진다. 울창한 솔숲에 야영장이 길게 펼쳐진다. 머잖아 또 새로운 해수욕장이 나타난다. 안면도 해안가엔 해수욕장이 즐비하다. 10여 곳이 나란히 늘어서 길을 이어준다. 겨울바다의 낭만 즐기기에도 적당하다. 모래밭이 단단하고 부드러워 걷기 좋다. 해가 진 뒤에는 붉은 잔영이 환상적이다.
해안사구 해송숲길서 해변풍경을 본다. 하늘과 바다와 해변이 하나로 이어진다. 안전쉼터를 지나니 소나무길이 끝난다. 데크길을 빠져나와 시멘트길을 걷는다. 소나무길을 따라 기지포 해변으로 간다. 기지포 해변의 해안사구 특별보호구역. 동식물 보호시스템이 아주 인상적이다. 하얀 숲길과 데크길을 번갈아 걸어간다.
두여습곡
ⓒ함우석주필
해변 갈매기들이 삼삼오오 모여 앉는다. 곧 드넓은 안면해수욕장으로 들어선다. 텅 빈 모래사장에 파도소리만 가득하다. 달뿌리가 해안사구를 튼튼하게 감싼다. 기지포 탐방지원센터를 천천히 지난다. 소나무길 사이로 난 데크길이 포근하다. 큰 도로 포장길로 올라 창정교를 건넌다. 다리 건너 우측 소나무 숲으로 들어선다.
매트길이 산뜻하게 솔숲을 가로지른다. 모래언덕을 내려와 안면해변을 걷는다. 안면해변은 다른 해수욕장과 좀 다르다. 들머리 주변이 산과 논으로 둘러싸인다. 해안마을 들어가는 풋풋함이 느껴진다. 넓은 소나무 밭과 백사장 역시 장관이다. 해변길을 따라 두여해변으로 들어선다. 송림숲길과 데크길이 아우토반이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노을길을 이어간다. 마침내 두여해수욕장이 반갑게 맞는다. 썰물 때면 500m 넓은 개펄이 펼쳐진다. 만조 때면 바위섬이 돼 또 다른 분위기다. 리아스식 해안의 멋스러움을 살려 준다. 경사가 완만하고 만조 수심도 깊지 않다. 안전하고 편한 수영을 하기에 적당하다. 산책을 하거나 해루질을 하기에도 좋다.
두여해수욕장엔 사계절 찾는 이가 많다. 안면도 서쪽에서 가장 큰 리아스식이다. 모래사장이 많아 해수욕하기 적당하다. 최근 영화촬영지로 알려지면서 더 많다. 물론 인근 꽃지해수욕장 만큼은 아니다. 종주려로 불리는 바위 풍경이 멋스럽다. 침목계단과 흙길을 가파르게 올라간다. 두여 전망대가 언덕 위의 하이라이트다.
여는 밀물 때 바닷물 속에 잠기는 바위다. 썰물 때는 크고 웅장한 바위로 드러난다. 두여는 바위가 두 개 있어 붙은 이름이다. 해수욕장 면적은 약 10 만평에 달한다. 길이는 3km이며 해안 폭은 250m다. 주변에는 소나무 숲이 크게 우거져 있다. 고운 모래 깔린 백사장이 넓게 펼쳐진다. 정중앙 소나무 한 그루가 예사롭지 않다.
해송 한그루가 해변의 운치를 더해 준다. 파도소리가 모래사장을 나와 다가온다. 산 위의 전망대 아래로 습곡이 펼쳐진다. 물 빠진 해변에 드러난 계곡이 기막히다. 물결 모양이 억겁 원시의 시간을 알린다. 낙조 내리면 너른 백사장이 붉게 물든다. 거대한 물결모양을 한 암반이 춤을 춘다. 지각변동이 창조한 멋진 예술작품이다.
밀물 때와 썰물 때의 명소가 아주 다르다. 썰물 무렵 두여전망대 전망은 압권이다. 붉은 해변과 습곡을 한 꺼 번에 볼 수 있다. 검은 바위가 해안 전체를 가득 채워간다. 습곡은 꿈틀대는 용의 등지느러미 같다. 승천을 꿈꾸는 용이 격렬하게 꿈틀댄다. 철지난 모래사장은 적막으로 가득하다. 구멍 난 가슴을 메우러 오기에 제격이다.
햇살 고운 날 지난 세월이 알알이 맺힌다. 11월 풍경이 낮볕에 부서져 하늘거린다. 깜작 지나간 인연이 무리 지어 떠오른다. 시간 가로질러 옛날 기억을 되짚어 본다. 이미 스쳐간 이전 가을 추억을 떠올린다. 남은 발자취 더듬어 옛날 향기를 찾는다. 하얀 모래가 가을과 유난히 잘 어울린다. 버스 타고 꽃지해수욕장으로 이동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