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물 합친 푸른 물빛이 영롱하게 빛난다. 어느 새 흐름이 느릿느릿 여유를 부린다. 움푹한 웅덩이에 괸 물처럼 한참을 머문다. 한층 깊어진 고요가 가을 한낮과 어울린다. 따뜻한 숨결이 강 길을 따라 바람으로 인다. 반짝이는 윤슬이 물결 따라 소리를 낸다. 이랑이랑 만드는 작은 물방울이 새 풍경을 만든다. 구름 뒤로 숨은 햇살이 하늘을 더 새롭게 한다. 도당 할배나무도 가을빛의 옷을 입는다.
두물머리는 언제나 애절하고 순정하다. 그 곳에 서면 몸과 마음을 깨끗이 비춰볼 수 있다. 바쁜 일상 속에서 휴식이 필요할 때 찾으면 좋다. 한국인 정서에 딱 들어맞는 명소다.
이름부터 참 예쁘다. 길도 강물만큼 착하다. 풍광은 당연히 뛰어나다. 이즈음 가을향기를 담고 있어 연정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아침이면 강물의 잔주름이 애잔한 윤슬로 빛난다. 오래전부터 데이트 코스와 출사 장소로 인기가 높다.
두물머리는 온전한 한강의 시작점이다. 남한강은 태백 검룡소에서 발원해 양수리 서북쪽으로 흐른다. 북한강은 남으로 흐른다. 두물머리에서 두 강이 만나 비로소 한 몸이 된다. 팔당댐을 만든 국토의 중요한 동맥이다.
국토의 절반 정도 물이 여기서 부둥켜 앉는다. 그 위에서 날마다 사랑의 마법을 펼친다. 정다운 만남으로 새 생명을 만든다. 머나먼 지평선이 아름다운 환희로 그려지는 곳이다. 바다처럼 넓은 풍경이 한 없이 펼쳐지는 곳이다.
물안개와 일출, 황포돛배, 400년이 넘은 느티나무가 유명하다. 한국인이 꼭 가봐야 할 '한국관광100선'에 선정되기도 했다. 자연풍경 투과형 액자 포토존은 인기 만점이다. 액자 안에서 보는 두물머리 풍을 감상할 수 있다.
두물머리는 어디서 봐도 그윽하다. 풍성해진 물이 다양한 풍경을 만든다. 노을이 지는 저녁엔 금빛 물결로 반짝인다. 눈부신 석양이 수면 위로 일렁인다. 낭만과 사랑이 흐르는 무한한 힘의 원천이다. 생명의 태동 공간이다.
두물머리 연꽃은 이미 지고 없다. 꽃대는 연밥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그저 400년 된 느티나무 하나로도 충분하다. 그 나무 아래서 연인들은 사랑을 맹세한다. 할배 나무가 할매 나무를 그리워하듯 말이다.
연인들에게 명소 중의 명소로 꼽힌다. 사랑에 행복해 하고 이별에 슬퍼한다. 사랑이 무너지기 직전 다시 찾아 사랑을 되찾는다. 행복한 고민에 빠지는 금빛 시월이다. 문득 서늘한 바람 불더니 가을이다. 두물머리가 고요히 마음을 잡는다.
푸른 하늘에 흰 구름이 둥실 떠간다. 고추잠자리가 떼 지어 들녘에 난다. 금빛 게으른 울음이 해설피 퍼진다. 눈물이 날 정도로 고적한 풍경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신비감을 더한다. 찬찬히 듣고 보고 읽으며 걸어간다.
두물머리 생태공원 숲은 이즈음 가을빛으로 수채화를 그린다. 숲길은 추억을 훌쩍 뛰어넘는다. 더 먼 태고로 아득하게 인도한다. 옛 생명들을 만나게 해준다. 그 사이 강물은 누구의 간섭도 없이 흘러간다. 흐르고 흘러 큰 뜻을 이룬다.
남한강과 북한강은 수많은 애환을 품고 흐른다. 오늘도 두물머리서 몸을 합쳐 비로소 큰 강을 만든다. 한강은 그렇게 태어나고 또 태어난다. 강 옆엔 언제나 아름다운 숲과 길이 있다. 생존과 실존을 새소리와 물소리가 애틋하게 증명한다.
새벽 물안개는 두물머리 절경을 만들어낸다. 수려한 경치로 아픈 상처를 보듬는다. 자정의 노력으로 맑은 물이 되는 과정이다. 서로 다른 사람이 만나 화해하고 배려하는 것과 같다. 궁극적으로 행복한 세상을 가꾸는 일이다. 새로운 생명이다.
두물머리의 행복이 아름답게 흘러간다. 걸을수록 아름다운 풍경이 와 닿는다. 지친 몸과 마음을 뒤섞는다. 두 물 같은 마음으로 더 낮게 걸어간다. 풍경이 주는 감동의 힘이 멀리 퍼진다. 시원한 쾌감이 오랫동안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