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지나도 명소의 가치는 변치 않는다. 여전히 여행자들에게 사랑을 받는다. 그래서일까. 호미곶 광장에도 늘 찾는 이들이 많다. 기다란 셀카봉을 들어 사진을 찍는다. 동해 바다를 배경으로 줄지어 얼굴을 내민다. '상생의 손' 조형물 앞은 늘 만원이다. 단순한 바닷가 해안 절벽이 일출 명소 제1의 관광지가 됐다. 오늘도 호미곶 광장은 분주하다.
멸치 말리는 풍경
선바위.
흰디기 바위.
흥환해수욕장
클린마운틴 단체사진
호미곶에 초겨울 풍경이 내린다. 바람 안에 겨울이 실려와 내린다. 괭이갈매기가 파란 바다 위로 노닌다. 바람이 바다 너머에서 불어온다. 길 끝에서 해송이 의연히 지킨다. 하루 종일 바람과 시간을 보낸다.
푸른 바다 한 가운데 큰 손이 있다. 육지 광장에도 한 손이 마주한다. 바다엔 왼손, 육지엔 오른손이다. 서로 함께 살자는 상생의 손이다. 사람의 줄이 쉬지 않고 이어진다. 셀카봉 인증샷 행렬도 계속된다.
뼛속까지 시려오는 추위는 없다. 자연이 내고 거둔 신비로움이다. 장군바위가 한 마을을 호위한다. 수직으로 선 바위가 산을 만든다. 산이 바다를 품어 모양이 바뀐다. 의연하게 자기 존재를 드러낸다. 공존의 관계를 분명하게 알린다.
파도가 만든 하얀 포말이 넘실댄다. 맑고 푸른 하늘이 작은 어촌을 감싼다. 초록 소나무와 팽나무 단풍이 바다에 투영돼 조화를 이룬다. 드디어 호미곶 해맞이 공원에 도착한다. '상생의 손'이 서로를 보듬으려 애쓴다.
파도를 따라 옛 추억이 흘러나온다. 맑은 하늘 위로 파란 미소가 지난다. 호미곶 광장에 볼거리가 다양하다. 호미곶등대와 등대박물관·포항바다화석박물관을 비롯, 새천년 불씨 보관함, 이육사 청포도 시비 등이 눈에 띈다.
불씨 보관함에는 3개의 불씨가 있다. 전북 부안 변산반도의 일몰 불씨, 호미곶 일출 불씨, 독도와 남태평양 피지섬의 불씨를 동시에 채화해 합쳤다. 2000년에 새천년을 맞으며 만든 불씨다. 한 해를 정리하는 시간을 갖기에 적합하다.
호미곶은 '호랑이 꼬리'라는 뜻이다. 한반도 남단의 동쪽 끝이다. 일출명소로 이미 유명하다. 솟아오르는 태양을 움켜쥘 듯한 모양을 가진 조형물은 '상생의 손'이다. 바다 속에서 쑥 내밀고 있다. 물론 광장에도 하나 있다.
매일 아침 어스름해지면 붉은 빛의 해가 차가운 바다를 뚫고 나온다. 하늘도, 구름도 파도도 태양의 빛을 머금기 시작한다. 바다마저 태울 듯 이글거리며 솟는다. 보는 이들의 가슴을 가장 뜨겁게 만드는 시간이다.
때맞춰 갈매기들이 물결치는 파도를 장단 삼아 군무를 펼친다. 춤을 추다 잠시 쉬려고 상생의 손에 내려앉는다. 다섯 개 손가락 모두 갈매기들의 차지가 된다. 마침내 호미곶 일출은 절정의 풍광을 보여준다. 일출과 손의 조화가 절묘하다.
바다를 등지고 돌아서면 '호미곶해맞이광장'이다. 광장 중앙에 또 하나의 '상생의 손'이 있다. 온 인류가 화합해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자는 의미를 갖고 있다. 이 작품은 바다의 오른손과 땅의 왼손 한 쌍으로 돼 있다.
호미곶 상징은 일출이다. 시간이 지나도 명소 값이 바뀌지 않는다. 실제 호미곶에 서면 확 트인 동해의 웅장함에 압도당한다. 여기에 상생의 손이 방점을 찍는다. 흐르는 낭만과 꿈이 겨울 추위를 잊게 한다.
상생의 손 옆 바다 쪽으로 쭉 뻗은 전망대가 있다. 그곳에 닿기까지 바다 위를 걷는 아슬아슬함을 느낄 수 있다. 찾는 이들을 위해 바닥을 투명유리로 했다. 수려한 바다 풍경을 맘껏 즐기도록 한 설계다.
바다 속 '상생의 손' 조각과 국립등대박물관 또한 풍경이다. '상생의 손'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고 인근 바닷가를 걷는다. 그림엽서 코스에서 새로운 행복을 만난다. 눈을 감으면 여전히 푸르디푸른 길 위에 서 있다.
작은 포구와 그물을 손질하는 사람 풍경이 추억으로 남는다. 어선들이 정박한 포구가 평화롭다. 그물 손질하는 어부가 아름답다. 멸치 말리는 아낙의 손길이 바쁘다. 12월 겨울 한낮 산수비경의 호랑이 꼬리 풍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