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가을을 제대로 느낄 수는 없을까. 오서산에 가면 은빛 물결이 파도를 친다. 가는 늦가을 정취를 마음껏 누릴 수 있다. 이즈음 파도치는 억새 바다로 눈부시다. 능선마다 하얀억새의 군무가 황홀하다. 9부 능선부터 정상까지 길게 이어진다. 서해 천수만 풍경도 시원하게 펼쳐진다. 아름다운 낙조가 바다 위를 붉게 덮는다.
오서산 억새군락지 풍경은 휴식이다. 묵직했던 마음을 편하게 만들어준다. 정상의 낙조억새는 최고의 명품이다. 산마루 안부부터 시야가 환히 터진다. 주봉을 따라 억새밭이 길게 이어진다. 서해가 눈 아래로 아름답게 펼쳐진다. 금빛 낙조 아래로 서해가 붉게 불탄다. 금빛 억새가 가을의 멋을 한층 돋운다. 저무는 노을 속으로 가을이 지나간다.
ⓒ함우석 주필억새물결 출렁이는 오서산으로 달린다. 은빛 억새와 황금빛 천수만이 눈부시다. 계절이 소리 없이 바뀌듯 산색도 바뀐다. 화려한 단풍은 찰나와 같이 정말 짧다. 억새꽃은 초가을에서 겨울까지 남는다. 낙조와 어울려 가을의 정취를 깊게 한다.
오서산은 충남 홍성과 보령, 청양에 걸쳐있다. 서해안에 드문 억새 산이다. 7부 능선부터 정상까지, 서쪽 사면에 억새가 뒤덮여 있다. 낙조가 떨어질 때 그야말로 환상적이다. 정상에서 서해 바다까지 붉은 빛이 쏟아진다. 은빛으로 반짝이는 억새꽃이 어우러진다. 하늘이 붉어지면 억새가 금빛으로 바뀐다.·
오서산은 서해의 등대란 별명을 갖고 있다. 해안에 바짝 붙어 최고 높이를 자랑한다. 까마귀와 까치가 많아 까마귀 보금자리로 불린다. 지금의 오서산으로 불리게 된 이유다. 기암괴석과 부드러운 능선을 고루 갖추고 있다. 1만평에 달하는 가을 억새밭은 장관이다. 전국 5대 억새 명소 중 하나다.
정상에 오르는 길은 4가지 코스가 있다. 가장 빠른 들머리는 오서산 자연휴양림이다. 홍성 방면에서는 광천 상담주차장에서 출발한다. 정암사를 거쳐 1천600계단을 거친다. 내원사를 거쳐 정상에 이르는 코스도 있다. 보령 쪽에선 대개 성연주차장에서 출발한다. 모두 대표적인 등산코스들이다. 오서산의 가장 큰 특징은 정상부 능선이다. 740m봉에서 남동쪽으로 정상까지 이어진다. 평탄한 능선 주변에 억새가 군락을 이룬다. 서쪽으로 넓고 아름다운 억새밭이 펼쳐진다. 정상에 서면 서해와 맞닿는 느낌이다. 일대의 마을이 손에 잡힐 듯 가깝다. 반면 동쪽과 남쪽으론 산줄기가 첩첩산중이다.
오서산의 형세는 남서방향으로 발달했다. 정상주변에는 바위 면이 푸석하다. 풍화작용에 의해 토로작용이 활발하게 진행됐다. 이상한 바위들이 신기하게 남은 이유다. 용허리바위와 줌방바위가 대표적이다. 물론 대문바위, 신랑신부바위, 농바위도 있다. 그래도 오서산에서 쉰질바위를 빼놓을 수는 없다.
가을 등산은 풍경을 보는 맛이다. 은빛 금빛으로 물든 풍경들이 즐비하다. 가을의 산 풍경은 자연의 아름다운 선물이다. 농익는 자연 속의 가을은 그 자체로 신비로움이다. 특히 산등성이에서 피어난 억새 물결은 장관이다. 바람 불어 흔들리는 모습은 유혹이다. 그 장관에 넘어가지 않고 배길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