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탄강은 풍경만으로도 남다르다. 다른 강에서는 볼 수 없는 명품이다. 여기에 벼랑 잔도까지 설치됐다. 지금껏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시야로 한탄강을 감상할 수 있다. 반드시 걸어 봐야 할 이유 중 하나다. 순담계곡은 철원8경에도 이름을 올리고 있다. 그 병풍 같은 수직 벼랑에 잔도가 놓였다. 오늘도 수많은 사람들이 그 위를 걷는다.
ⓒ함우석 주필한탄강 주상절리길 잔도 조성사업은 2018년 시작됐다. 그리고 3년만인 지난달 긴 작업이 끝났다. 철원군은 지난달 19일 주상절리길 잔도를 개방했다. 구간은 한탄강 순담계곡의 순담매표소~동온동 드르니마을 3.6㎞다. 입장료는 1만원이다. 절반은 철원사랑상품권으로 돌려받는다. 한탄강은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등재됐다. 지정 이유는 분명하다. 지금부터 27만 년 전은 한반도의 제4계 화산활동 시기다. 그러니까 백두산과 한라산, 울릉도 성인봉이 일제히 폭발했던 때다. 한탄강 일대에서도 화산 활동이 활발했다. 시뻘건 불길과 함께 끓어 넘치는 용암이 흘러내렸다.
한탄강은 화산활동과 함께 생겼다. 서울에서 원산을 잇는 철도가 경원선이다. 이 철도가 북한 땅으로 접어들어 다섯 번째 기차역이 견불량역이다. 처음 화산이 폭발한 건 이 역에서 북동쪽으로 4㎞쯤 떨어진 이름 없는 산이다. 뒤이은 폭발 역시 북한 땅인 오리산에서 불을 뿜었다.견불량역 쪽 화산의 용암은 진득해 금세 식어서 굳어졌다. 하지만 오리산 용암은 묽어 추가령 계곡을 넘어 한탄강의 물길 자리를 타고 흘렀다. 임진강 하류까지 무려 90㎞를 내달렸다. 용암의 양도 어마어마했다. 서울 면적보다 더 넓은 650㎢(1억9600여 만 평)의 땅을 용암이 다 뒤덮었다.
용암이 식으면서 물길이 막혔다. 물살은 화산석의 틈새를 가르며 새로운 길을 찾기 시작했다. 땅의 틈새를 뚫고 점점 더 깊이 들어갔다. 강바닥은 점점 낮아졌다. 물살이 자꾸만 더 강변을 깎아내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나며 용암이 식어갔다. 주상절리가 수직 벼랑을 이룬 지형이 됐다.
한탄강 협곡의 비경은 이렇게 만들어졌다. 기기묘묘한 풍경이 많은 이유도 이런 생성 배경 때문이다. 한탄강은 너른 들판 아래 푹 꺼진 자리에 있다. 깎아지른 벼랑을 이루며 흐른다. 수직 협곡 아래로 내려가야 비로소 강을 볼 수 있다. 평야의 땅 아래 갈라진 계곡 사이로 지하처럼 흐르기 때문이다.
한탄강 주상절리길엔 노약자도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어느 곳에서나 잔도 입구로 들어설 수 있다. 물론 교량 구간이나 보행 데크의 접속구간에 오르내림이 있긴 하다. 그렇다고 힘겨울 정도는 아니다. 길의 전체 구간은 3.6㎞ 남짓이다. 잔도 구간은 709m다. 보행 데크 구간은 2.24㎞ 정도다.
하이라이트는 단연 잔도 구간이다. 직벽에 쇠파이프를 박아 매달아 짜릿하다. 잔도 구간이 709m라면 결코 짧지 않은 거리다. 물론 훨씬 긴 보행 데크 구간도 아찔하기는 마찬가지다. 걷다 보면 어디까지가 잔도이고 보행 데크인지 알 수 없다. 거의 전 구간에서 잔도를 걷는 듯한 느낌이다.
지난 11일 주상절리길에 또 하나의 명품이 등장했다. 마침내 물윗길에 완성됐다. 물윗길의 가장 큰 매력은 길 위에서 보이는 풍경이다. 걷다보면 기암절벽이 첩첩이 겹쳐진다. 강을 따라 접혀 있던 협곡이 서서히 펼쳐진다. 옥색의 강물 풍경이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답다. 눈이라도 오면 정취를 더한다.
물윗길은 총 8㎞ 구간이 운영되며 유료화 된다. 입장료는 1만원이다. 잔도와 마찬가지로 철원사랑상품권으로 5천원을 환급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