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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의 예인과 장인들 - 궁시장(弓矢匠) 양태현

40여년 죽시(竹矢) 외길… '왕의 남자'서도 사용

  • 웹출고시간2009.05.07 20:21:12
  • 최종수정2014.07.20 13:28:11

궁시장 양태현씨는 대표적인 죽시인 유엽전은 물론 수렵용, 적에 편지보낼 때 쓰는 새전, 인마를 살상하지는 않고 기절시키는 무촉전 등 각종 전통화살 제조기법을 이어가고 있다.

고구려 시대상을 담고 있는 안악 제3호 무덤과 약수리 벽화무덤의 수렵도 등에는 고구려인의 기상을 보여주는 말타기와 활쏘기가 생생할 정도로 활쏘기는 조상들의 수렵과 전쟁에서 매우 중요한 도구이자 무기였다.

우리 민족에게 가장 대중화된 무예인 활쏘기는 조선시대에도 무신은 물론 문신들에게도 심신단련과 호연지기를 기르는데 필수적이었다.

지금도 전국체전이나 전주대사습놀이, 현충사 이순신장군탄신축제 등의 궁도대회에서는 이런 각궁과 죽시(竹矢)를 사용한다.

또 전국의 활쏘기 동호회원 등 1만명 정도의 10%가 각궁을 사용하고 있으며 활터는 전국에 300여곳이고, 이 가운데 충북에는 18곳이 있다.

우리의 전통적인 활은 삼국시대의 맥궁에서 비롯된 각궁(角弓)으로 궁간상, 물소뿔, 소힘줄, 민어부레풀, 실, 칠의 6가지 재료를 복합해서 독특한 기술로 제작되었기에 그 탄력성이 매우 뛰어났다.

국궁에 쓰이는 죽시의 화살대는 강원도 양양의 바닷가에서 해풍을 맞으며 단단하게 자라난 해장죽(시누대)으로 만드는데 일정한 크기와 무게를 가진 것을 골라 채취한 뒤 그늘에서 말려야 한다.

이러한 활에 얹어 쏘는 화살은 그 재료와 용도 등에 따라 여러 가지 이름이 있지만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국궁(각궁)의 화살은 대나무로 만든 죽시(竹矢)다.

이 죽시는 조선시대에는 그 화살촉이 버드나무잎처럼 생겼다하여 유엽전(柳葉箭)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리는데, 영화나 드라마의 사극에서 쉽게 볼 수 있다.

또 지금도 궁도에서는 하급자를 지나 단(段)으로 승단한 뒤 45발 중에 31발을 명중시켜 '명궁' 칭호를 얻게 되는 5단부터는 반드시 죽시만 사용한다.

이런 죽시를 비롯한 전통 화살을 만드는 장인은 전국에 이제 6명이 남아있는데, 충청도에는 충북도 무형문화제 제16호인 궁시장(弓矢匠) 양태현씨(57ㆍ청주시 흥덕구 봉명동 614번지ㆍ011-9841-1493)가 유일하다.

충북도 중요무형문화재 제16호로 지정된 양씨는 16살 때부터 40년간 전통화살 만들기 외길을 걸어왔으나 경제적 어려움과 그 맥을 잇고자 하는 후진이 없어 안타까워하고 있다.

그는 16살이던 1966년부터 지금까지 40년을 전통화살 만드는 한 길을 걸어왔다.

당시에는 활쏘기가 성행하고, 양궁이나 카본화살 등이 없었기 때문에 화살 만드는 직업도 대기업 직원보다 수입이 좋아 시작한 일이었다.

지금은 한 달에 화살 50개도 못 팔지만 당시에는 각종 궁도대회가 많아 대회날짜에 맞춰 납품하기 위해 며칠씩 밤을 새는 일도 많았고, 한 달에 700여개씩 팔기도 했다.

전통화살은 곧고 가벼우면서도 강하고, 비행성과 항구성이 뛰어나야 하기 때문에 제작과정이 지난할 수 밖에 없다.

양씨는 우선 화살대인 대나무를 고르고 손질하는 것부터 온갖 정성을 쏟는다.

죽시에 사용되는 대나무는 강원도 양양 지역에서 해풍을 맞고 자란 '해장죽(海藏竹)'(일명 시누대)을 쓴다.

남쪽의 담양 등지에서 자란 대나무는 상대적으로 물러서 바구니 등을 만드는 데는 적합하지만 화살용으로는 맞지 않는다.

굵기는 3년 정도 자라 어른 새끼 손가락 정도 돼야 하고, 중량은 7돈(26.25g)에서 7돈반(28.02g)이어야 한다.

길이는 최소 두자 네치(72.6cm)에서 두자 여덟치(84.6cm)까지인데 요즘 주종을 이루는 것은 두자 여섯치 반(80.1cm)이다.

대나무 마디 역시 정확하게 3개가 들어있는 이런 시누대를 엄선해서 그늘에서 충분히 말린 뒤 부재비라는 불통에서 표면을 굽는다.

열이 가해진 시누대를 나무구멍틀을 통과시키며 굽은 곳은 바로잡고 열처리를 하는 과정을 여러 번 반복해서 가벼우면서도 쇳소리가 날 정도로 단단하게 만든다.

그 다음에는 사포질로 표면을 매끈하게 하고 마디를 없앤다.

화살 깃은 꿩 날개 털을 사용하는데, 제주도 꿩에서 구하는 이 털은 꿩 한 마리에서 10개 밖에는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꿩 털이 부드럽고 공기 중에서 화살을 잘 날게 하며, 미관상으로도 빼어나고 작업하기도 비교적 쉬워 다른 털보다 널리 사용돼 왔다.

꿩 깃을 다듬는 작업은 매우 작은 가위로 세심하게 잔뼈를 제거하고, 유연한 화살 깃 모양으로 잘라내는 섬세한 작업이라서 대부분 장인 부인이나 딸의 몫인 경우가 많다.

이렇게 만들어 진 깃은 3개를 화살대에 붙이는 데, 화살대를 쪼갠 뒤 깃을 넣고는 아래 위 부분에 민어부레풀을 바르고 투명한 소 힘줄을 감는다.

양씨는 "민어부레풀과 소 힘줄로 접착시키면 시간이 오래되더라도 또 어지간한 온도나 습도에서도 절대 떨어지지 않아 현대의 어떤 강력 본드나 접착제보다 훌륭하다"고 말한다.

화살 깃 바로 아래에는 활 시위를 거는 움푹 패인 부분이 있는데 이를 오늬라 한다.

오늬는 단단하기로 이름난 싸리나무를 깎아서 만든 것으로 이를 화살대에 끼우고 역시 민어부레풀과 소 힘줄로 단단하게 고정시킨다.

화살 1개를 만들기 위해 대나무를 굽고, 싸리나무 오늬와 대나무 상사를 끼우고, 소 힘줄과 민어부레풀로 깃을 고정시키는 등 큰 작업 84번, 작은 손질 수백 번이 들어야 한다.

화살 앞 부분에는 촉을 끼우는데 이 촉 바로 아래에 대나무를 깎아서 끼워 놓는다. 이를 상사라 하는데, 이 상사는 화살촉이 과녁이나 목표물에 명중했을 때 받는 충격을 완화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 상사의 끝 부분에 드디어 촉을 끼워 넣게 되는데 여기에는 신주(황동)이나 구리로 만든 '조이개'가 씌인다.

조이개는 불에 달군 신주 고리를 화살대에 끼운 뒤 소뿔로 만든 도구로 힘껏 조여 가며 고정시킨다.

화살촉은 본래는 버드나무잎 모양(유엽전)의 날카로운 사냥용 촉이었으나 연습용으로 바뀌면서 가늘고 네모진 형태로 변모됐다.

그러던 것이 6ㆍ25전쟁 때 탄피가 흔해지자 탄피 앞 부분을 두드려서 네모진 형태로 만들어 촉으로 사용하다 지금은 끝이 둥근 탄피 모양의 촉을 사용한다.

화살촉 가운데는 나무를 골프공만하게 깎은 뒤 그 속에 여러 개의 바람 구멍을 뚫어 날아갈 때 '삐이이'하는 소리가 나도록 만든 것도 있다.

이는 전쟁 때 아군에게 첫 공격 신호를 보낼 때 사용한 것으로 장자(莊子)의 재유편(在宥篇)에서 이를 가리켜 '효시(嚆矢)'라고 했는데 이것이 '무슨 일의 시작'이라는 뜻의 '효시'의 효시이다.

이런 복잡한 과정과 정교한 수작업을 거쳐야 하나의 화살이 만들어지기 때문에 모든 화살은 기계로 찍어낸 것처럼 일정하지 않고 미세하나마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우리가 흔히 쓰는 말 가운데 "길고 짧은 것은 한번 대보자"라는 표현이 있는데 여기의 '대'는 화살을 한 대, 두 대 하는 식의 단위로 쓰이는 말인 것이다.

이렇듯 죽시 한 개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큰 손만 84번이고 작은 손길까지 포함하면 수백 번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양씨는 이런 유엽전 외에도 끝이 뭉툭해서 사람이나 동물을 죽지 않고 기절시키는 무촉전, 금속 촉 대신 솜방망이를 달아 적진에 불을 지를 때 쓰이는 화전, 가는 대를 사용하여 적진에 편지를 보낼 때 사용하는 세전, 깃은 좁고 촉은 나무로 돼 있으며 조선시대 무과시험이나 교습에 사용된 박두(樸頭), 깃은 매우 넓고 쇠 촉을 달아 사냥용으로 쓰였던 노시(盧矢)를 비롯한 각종 사냥용 화살도 만들고 있다.

또 편젼(片箭)이 있는데 이는 길이는 여덟 치(24cm) 정도로 짧지만 나무 대롱에 넣고 쏘기 때문에 사정거리가 길어 1000보 밖의 적까지 맞추는 가공할 무기여서 조선 정부에서는 북방 야인들에게 편전 제작기술이 흘러들어갈 것을 우려해 함경도 지역에서는 이것의 교습을 금지하기도 했었다.

양씨는 현재 수렵용부터 무촉전, 새전, 편전, 노시 등 각종 화살 11개를 한 세트로 하는 장식용 화살과 군대에서 장군 승진 축하선물로 쓰이는 화살 5~7개짜리 선물세트도 제작하고 있다.

양씨가 자신의 가정집 작은 공방에서 이렇듯 정성을 다해 화살 만드는 일을 고집스레 해오고 있고, 자신이 만든 화살이 영화 '왕의 남자'에 사용될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고 있지만 요즘은 이런 전통화살의 수요가 적은 게 문제다.

요즘은 양궁과 카본 화살이 널리 사용되고 있어 죽시의 수요가 줄어든 대신 각종 화살을 11개 혹은 5~7개를 한 세트로 만든 장식용 또는 군장성 진급 축하선물용 작품의 주문이 간간이 들어온다.

지난 80년대 중반 이후 양궁 보급과 함께 카본, 알루미늄 등으로 만든 값싼 화살이 나오면서부터 전통 화살을 찾는 이들이 대폭 줄어든 것이다.

지금은 양씨의 전통 화살이 1년에 충북지역에서 100여개, 서울 경기 등 수도권 지역에서 200~300여개 등을 포함해 모두 겨우 500~700여개 밖에 팔리지 않아 생활이 어려운 실정이다.

올해 들어서도 벌써 4개월이 지났지만 양씨는 주문량이 없어 보름 밖에는 일하지 못한 상황이기에 군대를 제대한 뒤 자신의 뒤를 잇겠다고 몇 년간 함께 일하다가 일거리가 없어서 그만 둔 아들을 탓할 수도 없이 혼자 애를 태우고 있다.

그럼에도 그는 "예전에는 활쏘기 하는 사대에서 사두에 대한 예의, 복장, 활쏘는 법도 등이 엄격했는데 요즘에는 그런 궁도마저 무너지고 있어 안타깝다"며 화살과 관련된 궁도까지 염려했다.

양씨같은 궁시장을 지원하고 고유의 무예이자 심신단련 운동인 궁도를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국가는 물론 지자체에서 경기도 등이 그러하듯이 청남대, 청주 상당산성, 문의문화재단지 등 관광객이 많은 곳에 화살만들기 전수관이나 체험관 등을 만들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박종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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