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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의 예인과 장인들 - 자수 명인 이은실

조선왕실 화려한 자수 전통 잇는다

  • 웹출고시간2010.02.04 17:27:18
  • 최종수정2014.07.20 13:29:32

편집자 주

그동안 연재해 왔던 '전통의 맥-충북의 예인과 장인들'을 이번 '이은실' 편으로 끝맺는다. 충북지역에는 아직도 소개하지 못한 훌륭한 장인들이 많아 아쉽지만 다음 기회를 기약한다. 한편 소중한 전통을 잇고 있는 장인들 가운데는 경제적으로 어렵고 사회적으로 관심을 받지도 못하는 속에서도 묵묵히 갈 길을 가고 있는 경우가 많아 지역사회의 관심이 필요함을 느끼게 했다.
◇ 자수 명장 김현희에게 배워

예전에 우리 조상들은 수저를 넣는 수저보도 천에다 아름답게 자수를 놓아 만들어 썼다.

수저보 가운데 어떤 것은 붉은 색 천의 앞면에는 만개한 모란, 국화, 나비가 있고, 뒷면에는 '응천상지삼광(應天上之三光) 비인간지오복(備人間之五福)'(하늘의 세 가지 빛 즉, 해와 달과 별이 감응하시어 인간에게는 오복을 갖춰 내려 주소서)라는 글귀를 넣은 것도 있다.

또 물건을 싸서 보관하거나 운반하는 도구로서 흔하게 씌였던 보자기도 한 땀 한 땀 수를 놓거나 여러 가지 색깔의 자투리 천을 하나하나 이어 붙여 아름답게 만들었다.

물론 보자기에도 복(福), 수(壽), 귀(貴), 강녕(康寧), 다남(多男) 등 글귀를 수놓아 제액초복(除厄招福)을 염원하기도 했다.

이렇듯 생활용품은 물론 각종 복식에도 널리 투영됐던 자수는 조선시대에 궁수(宮繡)와 민수(民繡)로 나뉘어 진다.

궁수는 궁중에서 숙련된 수방(繡房) 상공들이 만드는 것으로서 세련되고 화려하며 격조가 높았다.

민수는 서민들 사이에 전해오던 씨족적·지방적 가사로 일반 여성들이 습득하는 것으로 소박한 것이 특징이다.

자수명장 김현희를 사사하고 충북에서 궁수(宮繡) 전통을 잇고 있는 이은실씨.

지금 우리 나라에서 궁수의 전통을 잇고 있는 사람 가운데 김현희(64) 자수 명장이 있다.

김현희 명장은 조선 왕실의 마지막 수방나인에게서 자수를 배운 윤정식 선생(1900~2000)에게서 자수를 배웠다.

이런 김현희 명장에게서 10년째 자수를 배우며 충북 지역에서 궁수의 전통을 이어가는 사람이 있다.

한국공예관에서 자수를 가르치고 있는 이은실씨(48·충북 증평군 도안면 연촌리 115-2)다.

이씨는 지난 2007년 제32회 대한민국전승공예대전에서 명주에다 치자, 쪽, 소목, 꼭두서니, 코치닐 등 10여 가지 천연재료로 염색한 작품으로 염색 부문에서 특선했다.

지난해에 열린 제34회 전승공예대전에서는 천연 염색한 붉은 천에 잎과 꽃을 달고 있는 석류 나무와 새 등 선조들의 작품을 회화적으로 재구성한 '석류무늬 보자기'로 자수 부문에서 특선했다.

◇ 공예대전 거푸 특선, 해외전시회 출품

또 지난해에는 영국에 있는 한국문화원에서 열린 '한국공예품 전시회'에 자수 작품을 출품을 요청받아 출품했고, 지난 1월 13일부터 4월 11일까지 캐나다 밴쿠버동계올림픽 개최를 기념하기 위해 밴쿠버 박물관에서 열리는 '한국-캐나다 공예특별전'에도 기러기보자기를 보내 전시하고 있다.

지금은 이렇게 염색과 자수 실력을 인정받고 있는 이씨지만 10여년 전까지만 해도 자수와는 특별한 인연이 있지는 않았다.

이씨는 청주교육대학을 졸업하고 초등교사로서 14년을 봉직했었다.

그러다 자녀들이 미국에서 공부하게 되어 교직을 그만두었는데, 미국에 가서 보니 막상 현지인들에게 우리 고유의 전통 물품을 선물하거나 보여줄 것이 마땅치 않았다.

그래서 2000년에 서울로 돌아와 김현희 명장이 가르치는 자수 학교에 등록하고는 자수를 본격적으로 배우기 시작했다.

조각천을 이어 만든 기러기보.

본래 차분하게 타고난 성품 덕분인지 자수를 배우면 배울수록 재미있고 느껴지는 그 깊이와 맛에 빠져들게 되었다.

이씨는 "우리 바느질과 비슷한 서양의 퀼트는 바느질이 속으로 감춰져 있고, 우리의 바느질은 겉으로 드러나 있음에도 우리 바느질선은 매우 아름답다"며 자부심을 갖고 있다.

이씨는 "우리 선조들은 혼수 예물로 기러기를 보낼 때도 예쁜 기러기보에 싸서 보냈고, 혼인 때 신랑집에서 예단과 함께 신부집으로 보내는 서간인 혼서지도 혼서지보에 싸서 보낼 정도로 멋스럽고 예를 갖추었다"며 보자기를 극찬한다.

◇ 쌈솔 바느질은 안팎이 똑같아

갖가지 색을 가진 조각천을 이어 만든 조각보.

또 "서양에서는 옷 속에 몸을 넣지만 동양에서는 몸을 옷으로 감싸듯이 우리 나라에서는 싸는 문화와 보자기가 발달했다"며 "게다가 비닐봉투가 범람하는 요즘 환경을 중시하면서 보자기의 수요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옛 보자기 가운데 한복을 만들다 남은 색색의 천 조각을 이어서 만든 조각보가 있는데 이는 서양의 패치워크와 비슷하다.

이 조각보는 남은 천을 재활용하는 지혜의 소산이기도 하지만 조각천 하나하나를 이어가는 행위 자체가 장수를 염원하기도 했었다.

조각보를 만들 때는 감침질, 쌈솔, 깨끼 등 3가지 바느질 방법을 쓴다.

감침질은 두 겹 조각천의 시접을 접어서 꿰메는 방법으로 촘촘하게 0.1cm 땀으로 떠 바느질선이 예쁘지만 한 땀씩 떠야 하므로 바늘에 실을 너무 길게 꿰면 불편하고 중간에 실이 꼬여 끊어지는 수가 있어 조심해야 한다.

얇은 천으로 된 홑보를 만들 때 쓰는 바느질 방법인 쌈솔은 시접을 0.3cm 정도로 접어 서로 감싸서 양면에서 감칠질을 하는 것이다.

이씨는 이런 쌈솔 기법의 홑보는 안팎이 똑같아 서양인들이 놀라워한다고 귀뜸했다.

얇은 비단, 모시, 노방 등 투명한 옷감에 많이 사용되는 깨끼는 두 겹을 마주 붙여서 0.5cm 밑에 흠질한 뒤 꺾고, 다시 0.1cm 밑에 흠질한 뒤 여분 시접은 잘라내고, 다시 한번 흠질하는 등 3번을 흠질하기 때문에 최대한 가늘게 해야 곱게 보일 수 있다.

조각천을 잇기 위해서는 조각천끼리 겹쳐서 고른 간격으로 감칠질을 해야 하고, 그렇게 반복하여 가로 세로 여러 개의 단을 만든 뒤, 다시 단끼리 감칠질로 잇는다.

그리고는 겉감위에 놓은 다음 가장 자리를 접어 올리고 감칠질하여 테두리면을 만들고, 손잡이를 따로 만들어서 붙이고, 조각보에 악센트를 주는 액세서리인 박쥐장식을 조각천으로 만들어 붙여야 한다.

◇ 자수보 하나에 6개월씩 걸려

꽃, 소나무, 책 등을 화려하게 수놓은 책걸이병풍 '책가도'

이런 조각보와 함께 유품으로 가장 많이 전해지고 있는 대표적인 보자기는 바탕천에 자수로 문양을 수놓는 수보(자수보)다.

수보는 문양의 아름다움도 있지만 거기에 새겨넣는 부귀장수 글귀에서 현세의 복락을 기원하는 민간신앙적 요소까지 간직하고 있다.

이런 수보를 만들기 위해서는 면직물로 된 바탕천에 한 땀 한 땀 정성을 모아 수를 놓아야 한다.

그리고는 수놓은 바탕천 뒷면에 생긴 바느질 선과 실밥을 가리기 위해 바탕천 뒤에 견직물을 대어 겹보(안감)을 만들어 주고, 끈은 안감과 같은 천과 색을 하는 게 일반적이다.

이런 식으로 작은 조각보나 수보를 만드는 데에는 재료를 구입하고 염색하고 수를 놓는 과정을 하다 보면 적게는 작품 하나에 1개월이 걸리고 대작의 경우에는 6개월씩 걸리기도 한다.

하지만 이씨는 작품을 만들 때마다 재료를 주는 자연에 감탄하고, 자신의 손끝에서 새로운 모습으로 진화해 가는 작품을 보며 그것에 몰입할 때 창작의 희열을 느낀다.

이씨는 서울에서는 김현희 선생들의 제자들 모임인 '김현희 자수보자기 연구회'에서 교류하며 배우는 한편 청주에서는 봄부터 가을까지 자수교실을 6년째 열고 있다.

◇ 제자들 동아리 '땀앤땀' 맹활약

청주시 운천동 고인쇄박물관 옆에 있는 한국공예관에서 매주 월, 수, 금요일마다 열리는 초·중·고급반 교실에 40여명의 제자들이 있다.

자수 외에도 명주, 면직물 등 천에다 자연에서 얻는 쑥, 애기똥풀, 단풍나무잎, 신나무, 개나리, 소목, 쪽, 치자 등 천연 염재로 하는 염색도 가르친다.

이씨는 "우리의 것인 자수를 아이들이 배우면 전통교육, 감성교육에도 좋을 것"이라며 "학교 수업시간에도 자수가 포함되고, 그리하여 점차 우리 자수가 세계에 널리 알려졌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한편 이씨의 역대 제자들은 '땀 앤 땀'이란 동아리를 만들어 기별로 모임을 갖고 있는데, 제자들 가운데 일부는 조각보를 갖고 유명 디자이너 이상봉씨와 함께 작업해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한글 주제 패션쇼에 참여하기도 했다.

/박종천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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