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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화온

MBA J&B교육컨설팅 대표이사

참으로 아이러니한 경험이다. 한참 행복에 대해 생각하고 있던 순간에 전혀 행복하지 않은 소식이 전해졌으니 말이다. 행복이란 주제로 칼럼을 써달라는 요청을 받고, 이른 새벽 누구로부터도 방해 받지 않을 시간을 택해 컴퓨터 앞에 앉았다. 맑은 정신과 평화로운 마음에서 행복에 관한 사고의 단편들이 물 흐르듯이 가슴에서 머리로 샘솟았고, 키보드 위의 손을 거쳐 모니터 상의 글씨들로 구체화되고 있었다. 행복이라는 주제가 가져다주는 행복감으로 인해 스스로 행복에 겨워하며 온갖 행복에 관한 생각들로 정말 행복해 있던 바로 그 시간에, 거실에서 핸드폰 벨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전화를 하기에는 너무나도 이른 새벽시간이기에, 갑작스러운 벨소리 자체가 불안으로 느껴졌다.

전화를 받는 목소리의 떨림.. 그리고 잠시 후에 밀려오는 허무함이 온 몸을 감싼다. 바로 전날까지도 아무렇지 않으셨던 절친한 친구가 갑작스런 심장마비로 쓰러지셨다는 소식이다. 심장이 멈췄고 응급조치가 진행 중이라는, 이대로 친구의 모습을 다시는 볼 수 없게 될 수도 있다는 얘기가 전해졌다. 이미 까무러칠 정도로 충격을 받은 나는 가까스로 정신을 차리고 응급실로 가기 위해 간단한 세수를 한다. 대충 옷을 챙겨 입으면서도 입에서는 끊임없이 간절한 소원을 담은 기도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이 무슨 아이러니한 상황이란 말인가. 행복을 떠올리면서, 행복에 관한 단어들로 지면을 채우면서,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한 순간을 만끽하고 있던 때에 행복과는 가장 거리가 먼 죽음에 가까운 소식이 전해졌으니 말이다. 갑작스러운 상황 속에서 순간 형용하기 어려운 감정들이 뒤엉켰다. 극과 극의 감정이 동시에 한 마음에서 만나는 이런 경험은 일찍이 해보지 못했던 것 같다.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저리도록 아파오는 감정을 애써 억누르면서 나는 기우뚱 거리는 몸뚱이를 이끌고 응급실로 향했다.

그로부터 한 나절 이상의 시간이 지난 오후, 이제는 어느 정도 마음을 진정할 수 있을 만큼 친구의 상태가 호전되었다. 심장의 혈관이 막혀서 심장이 멎었던 것이고, 불과 몇 분만 늦었어도 다시 심장을 살릴 수 없었을 것이라는 설명에 가족들이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 이제 의식이 반쯤 회복되었고 완전히 자가 호흡을 하기까지 좀 더 경과를 지켜보아야 하는 상황이다.

행복에 관한 칼럼을 오늘까지 보내주어야 하기에 상황이 어느 정도 진정된 이때 노트북을 다시 꺼내들었다. 행복... 새벽에 지면을 가득 채웠던 말들이 갑자기 너무나 의미 없게 느껴졌다. 아무런 생명력도 없는 껍데기뿐인 말들이 행복을 가장한 옷을 입고 어색하게 앉아 있는 느낌이었다. 한 땀 한 땀 정성들여 써내려갔던 단어들을 천천히 지우면서, 정말 내게 행복이란 무엇일까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뚜렷하게 떠오르는 단 하나의 문장. 내게 행복이란 '사랑하는 사람이 내 곁에 있는 것'이다. 그렇다. 사랑하는 사람을 볼 수 있고 만날 수 있고 얘기하고 함께 웃을 수 있다는 것이 행복이었다. 온갖 미사어구로 행복에 관해 표현해 보았지만, 결국 내게 진짜 행복은 바로 그것이었다.

세상의 다른 모든 것은 없어져도 다시 얻을 수 있지만, 사랑하는 사람은 그렇지 않다. 영원한 세상으로 돌아간 사람은 이 세상에서 다시 만날 수 없다. 그런데 문제는 그 생사의 갈림이 우리 손에 있지 않다는 것이며, 우리 의지로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래서 어쩌면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는 것은 주어지는 은혜이고 한정된 기회인지도 모른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은혜로 주어진 그 기회 동안 최대한 사랑하면서 사는 것이다. 그렇게 해도 삶과 죽음이 나와 그를 갈라놓을 때에 아쉽지 않을 사람이 없겠지만, 후회는 덜 하게 되리라. 지지고 볶아도 사랑하는 사람이 내 곁에 있는 오늘이 너무나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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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