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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먼파워 - 박종복 산남동 현진에버빌아파트 입주자대표위원회장

38년 간의 공직생활 여정 끝내고 8개 동 입주자대표위원회 회장 당선
인생 제2막 의미 있는 도전 나서… 직책 맡은지 6개월 만에 곳곳서 성과
10년 맞이한 현진에버빌 아파트 "내가 살고 있는 곳에 대한 자부심 중요"

  • 웹출고시간2015.11.12 18:44:36
  • 최종수정2015.11.12 18:45:10
[충북일보] 인류는 아주 오래전부터 마을이라는 터전 위에서 공동체의 삶을 이어왔다. 국가 이전부터 이미 마을은 존재했다. 인류의 오랜 지혜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단위가 마을인 셈이다. 그런데 산업화에 따른 농촌사회의 구조적 붕괴, 핵가족화로 인해 공동체의 문화는 차츰 사라지고 있다. 특히 도시의 경우 작은 마을축제라는 전통행사는 소멸되고, 국가 혹은 지자체에서 행하는 관주도형 행사로 만족해야만 했다. 시민들이 참여자가 아닌, 관람자의 역할에 그치고 있는 것이다.

청주 산남동 현진에버빌아파트 입주자대표위원회 박종복 회장

지난 6월, 청주 산남동 소재의 청주현진에버빌 아파트 3동 60세대의 동대표로 선출되었고, 이어 8개동 477세대 입주자대표위원회(이하 입대위) 회장으로 당선되면서 신선한 아파트문화의 변화를 이끌고 있는 박종복(63)회장이 주목받고 있다. 그녀는 2013년 3월, 충북여성발전센터 소장(서기관)으로 38년 공직생활의 여정을 끝내고 유유자적한 은퇴생활을 즐기던 중 뜻밖에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을 맡으면서 의미 있는 도전에 나선 것이다. 마을 아파트를 관람자가 아닌 참여자로 만들겠다는 당찬 구상이다.

"지금까지 인생의 전부를 충북도 복지행정분야에서 일했다. 할 만큼 했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좀 쉬고 싶었고 좋은 사람들과 많이 놀았다(웃음). 그러다 덜컥 입대위 회장으로 선출되면서 새로운 아파트문화를 만들어 보고 싶은 열정이 구체화됐다. 일은 사람을 행복하게 만든다."
회장이라는 직책을 맡은 지 6개월 만에 그녀가 이뤄낸 성과는 '돌풍(突風)'이라는 표현이 적절했다. 제일 먼저 주목한 것은 아파트주민들의 불편사항을 해결하는 것이었다. 바로 택배문화였다. 아파트정문 수위실은 택배보관소로 변한지 오래다. 택배수하물 창고로 변한 좁은 경비실은 본연의 업무보다 택배수발이 주 업무가 되어 버렸다. 그래서 그녀는 무인택배함 제도를 도입, 추진했다.

"아파트의 운영도 작은 정치인 셈이다. 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것, 불편사항을 현명하게 해소해주는 것이 우리들의 역할이다. 무인택배함은 근본적으로 택배문화를 바꿔주는 해결책이라고 판단했다. 입대위를 거쳐 의견을 내고 즉시 가결해서 시행하고 있다. 마침 적절한 공간이 단지 내에 있어 활용하기로 했다."

그리고 다시 그녀가 추진하고 있는 것은 10년을 맞이한 현진에버빌아파트를 전통문화 가치를 지닌 아파트로 바꾸는 작업이다. 아파트는 시간이 갈수록 가치가 떨어지는 것은 기본상식이다. 하지만 그녀는 역발상을 했다. 오래된 것은 '전통'이며, 새 것보다 가치 있는 문화적 유산으로 본 것이다.

"우리 아파트는 도심에 존재하는 큰 마을이기도 하다. 주변상권이 발달해 입지적 조건도 좋지만, 조경이 수려해 무엇보다 환경이 우수하다. 시간이 갈수록 아파트의 품격을 높이는 방법은 '가치 있는 문화'를 입히는 거다. '마을 숲'을 가꾸려는 거다. 옛날 마을 숲에서는 당제, 마을제사, 전통놀이 등이 행해지기도 했다. 마을사람들의 휴양, 위락 등과 같은 공원적 기능을 담아내기도 했고. 이러한 의미에서 볼 때, 마을 숲은 복합유산적 특징을 지닌 유산(遺産)이라고 말할 수 있다. '마을 숲'으로 아파트 내의 공원을 만들어 보다 쾌적한 환경을 만들고 싶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이곳에서 오랜 동안 삶을 꾸릴 주민들을 위해 꼭 추진하려 한다. 시도단체에 '마을 숲 가꾸기 사업'을 제안해 볼 생각이다."
과거 마을 숲은 마을을 구성하는 중요한 경관요소이며 다양한 문화적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삶은 우리 선조들의 이상향이기도 했다.

지난 광복절에는 태극기 대를 단지 내 가로등에 설치, 광복70주년의 의미를 새겼다. 가을이 오면서 주변 지인들에게 협찬을 받아 입구에 국화화분을 진열해 주민들의 마음까지 화사하게 물들여 놓았다. 입대위 회장을 맡은 지 6개월, 비교적 짧은 시간임에도 아파트 마을 여건과 환경은 확연히 달라졌다. 주거의 편리함은 물론 더욱 환하고 아름다워졌으며 애국적 풍모까지 갖추어졌다.

"내가 살고 있는 곳에 대한 자부심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이 우리 마을을 사랑하는 출발점이다. 그러다보면 이웃도 소중해지고 공동체에 관한 관심이 높아진다. 주민들과의 원활한 소통, 그리고 각 세대 간의 갈등을 해결하고 창구역할을 할까 늘 고민한다. 우리 아파트마을은 다양한 생각과 사고, 지향성을 갖고 있는 사람들로 이루어진 체계다. 구성원들의 노력으로 꾸준히 발전적 면모를 갖추어가야 마을의 가치가 높아진다."
그녀는 오랜 공직생활의 경험과 지혜를 입주민을 위해 다시 활용하고 있었다. 지방자치단체는 시민으로부터 세금을 거두어 시민의 필요에 맞게 재배분하는 시스템으로 움직인다. 하지만 세금을 기초로 한 재정은 유한할 수밖에 없고 지방자치단체의 해결능력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아파트는 도심의 마을이다. 그들도 입주민 대표를 뽑아, 행정적인 업무를 맡아 처리하는 관리사무소와 연계해 입주민대표자회의라는 기구를 통해 운영된다. 어떻게 보면 작은 정부 역할을 하는 곳이다. 그 역할의 핵심을 말하다 문득, 그녀는 어머니 이야기를 이끌어 냈다.

"어머니는 내게 유산처럼 '돈은 버는 자랑 말고, 쓰는 자랑을 해라'라고 입버릇처럼 강조하셨다. 공직생활은 행복한 수혜였다. 고맙게 받은 것을 다시 우리 마을에 돌려주고 싶다. 우리 마을아파트는 내가 아껴놓은 땅이자, 내 삶을 유보해놓은 분야일지도 모른다."

마을의 작은 '정치, 경제, 복지'는 국가 단위의 큰 '정치, 경제, 복지'와 상승작용을 일으킨다. 일방적인 의존관계를 점차 수정함으로써 국가와 마을의 관계가 균형을 맞추게 된다면 국가는 한층 고유의 역할에 집중할 수 있고 마을은 더욱 활기를 찾게 될 수 있다. 더불어 개인의 삶은 보다 인간다워질 것이다. 이것이 국가가, 혹은 지방자치단체가 마을 공동체의 복원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박종복 회장의 마을공동체에 대한 삶의 철학과 실천은 우리의 뿌리이자 원형인 지모신(地母神)을 떠올리게 한다. 모든 생명을 넉넉히 끌어안는 대지의 어머니 품이야말로 우리의 가장 아름답고 평화로운 삶의 터전인 것이다. 그 터전을 위해 허리 굽혀 작은 것까지 돌보는 어머니 마음은 도심 속 마을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고 있다.

/ 윤기윤기자 jawoon6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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