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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먼파워 - 김혜경 청주시립무용단 차석단원

춤, 삶이 되다

  • 웹출고시간2015.03.12 18:28:03
  • 최종수정2015.03.12 18:28:03
손가락 터치 하나로 삶의 많은 것을 조율하는 스마트한 세상에서 춤은 태고(太古)부터 아날로그적인 방식으로 우리 곁에 존재한다. 아무리 디지털로 무장한 퓨전 춤이 등장해도 결국 무용이란 몸으로 그려내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여고 시절, 운명처럼 춤을 만났고, 삶이 그대로 춤이 되었다. 그리고 세월은 춤의 물결처럼 흘렀다. 불혹을 넘긴 그녀는 이제 춤과 거의 한 몸이다. 봄빛이 흐드러진 수암골 카페에서 청주시립무용단 차석단원 김혜경(43)안무가를 만났다.

그녀는 작년 9월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23회 전국무용제 3관왕을 차지했다. 이어 미래가 촉망되는 예술인에게 주는 '청주신인예술상'까지 수상했다.

청주시립무용단 김혜경 차석단원

"춤이 뭡니까?"

다소 단도직입적인 질문에 그녀는 큰 눈을 동그랗게 뜨며 망설임 없이 곧바로 대답했다.

"영혼이죠. 몸은 영혼이 느끼는 것을 표현하는 도구이기도 하고요. 인간의 희로애락(喜怒哀樂)과 영혼이 바라본 세상을 말이 아닌, 몸짓으로 표출하는 것이죠"

어느 평론가는 김혜경에 대해 '여백의 미를 아는 안무가'라고 한다. 어찌 보면 춤은 또 다른 회화의 연속성이지 않을까. 음표와 음표 사이의 간극과 떨림으로 아름다운 멜로디가 완성되는 것처럼 여백이 풍부한 한국화의 편안함이 그녀의 춤에 스며든 것은 아닐까.

"수상작인 매화잠을 통해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는지요?"

"매화잠은 충북 단양군에 전래되는 민속연희 두향제(杜香祭)를 바탕으로 퇴계 이황 선생과 관기 두향이 신분을 초월해 나눈 9개월간의 고결한 사랑, 해원과 화평을 기원하는 민중들의 마음을 영혼결혼이라는 넋 굿을 통해 풀어냈어요. 우리 굿의 참 맛을 알리면서, 관객들에게 진정한 사랑에 대한 사람들의 배려와 위무를 함께 공감하고 싶었습니다"

그녀가 본격적으로 춤의 세상에 들어선 계기는 대학에서 스승인 벽파 박재희 선생을 만나면서였다. 박재희 선생은 73년 故한영숙 선생으로부터 태평무를 전수받았고, 80년에는 승무이수자가 됐다. 이후 그가 직접 무대에 오를 때에는 한영숙류의 춤을 중심으로 전통춤만을 고집했다. 그는 82년 청주대 무용학과 교수로 임용되면서 후학 양성에 힘을 쏟았다. 85년에는 새암무용단을 창단, 창작무용에 대한 연구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박재희 선생님은 진정한 춤꾼이자 교육자 그리고 인생의 선배로서 귀감이 되는 분입니다. 춤의 기술적인 부분은 물론 무용가로서 살아가는 삶의 자세를 늘 새롭게 깨우쳐 주시죠. 지금도 일주일에 한 번 배우고 있습니다"

그녀가 잠깐 눈앞에서 펼쳐 보여준 살풀이춤의 손끝은 '맺고 어르다 푸는' 정중동의 조화가 고왔다. 사위의 배열이 획일적이지 않고 공간을 유영하듯 자유롭다. 찰나지만, 흥이 서렸다. 춤은 흥이 나야한다. 흥이 나면 절로 어깨가 들썩인다. 영혼을 두드리는 그녀의 손짓은 보는 이의 어깨 짓을 이끌어냈다. 몸의 동작들이 만나는 시공간, 그 접점에서 인간 삶의 꽃이 피었고, 열매가 맺혔다. 춤은 다양한 인간의 삶이 개화(開花)한 형태라 할 수 있겠다.

"무대에서 행복한가요?"

우문(愚問)이지만, 묻고 싶었다. 우리의 전통 춤에는 한(恨)이 빠질 수 없는 요소가 아니던가.

"최선을 다해 준비한 무대에서 춤을 추다보면, 몰아의 지경에 빠집니다. 관객, 동료, 음악 심지어 가는 공기의 흐름조차 내 몸과 하나가 되는 경험을 느낍니다. 그 느낌은 말로 형용할 수 없어요. 내 영혼이 전기에 감전된 것처럼 전율이 몰려옵니다. 살다보면 왜 한이 없겠어요· 그 한(恨)이 내 안에서 부서지고 녹아내립니다. 행복합니다"

그녀는 현재 직업무용수로, 안무가로 활동하고 있다. 선수가 감독도 겸하고 있는 셈이다. 안무가로서의 역할은 무엇일까.
 
"무용수라고 안무자가 주는 춤을 그대로 재현하는 것은 아닙니다. 안무자가 원하는 배역을 잘 소화해 내기 위해서는 캐릭터 분석은 물론 음악, 의상, 오브제사용 등에 대해서도 이해하고 소통해야 합니다. 이런 경험을 통해 무용수로 활동하면서 더 많은 표현들을 나만의 형식으로 만들어 보고 싶은 욕망에서 안무를 시작했죠. 사람들이 표현해 낼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선, 감정의 지점을 찾아내고 싶어요"

'무언가를 창조하기 원한다면, 먼저 무엇인가가 되어야 한다'

괴테의 말 그대로 그녀는 스스로 안무(按舞)가 되고, 춤으로 동화되고 있었다.

끝으로 춤을 배우려는 후배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을 물었다.

"춤은 살아있는 생명과도 같습니다. 늘 진심을 담아 따뜻한 마음으로 춤을 대하고, 추기를 바랍니다. 스승이신 박재희 교수님이 늘 '빛의 열매는 모든 착함과 의로움과 진실함에 있다'라는 말씀을 일러주셨어요. 후배들에게 그 말을 전해주고 싶습니다"

/ 윤기윤기자 jawoon62@naver.com

◇김혜경 프로필

-청주대학교 무용학과 졸업
-목원대학교 산업정보언론대학원 생활무용과 석사
-청주시립무용단 차석단원
-전국국악제전 일반부(전통무용) 동상
-동화속으로의 여행(콩쥐팥쥐)안무
-청주시립합창단 뮤지컬(사운드 오브 뮤직)안무
-춤 전용 M극장 춤과 의식전 <갈애>안무
-청주무용협회 부회장
-벽파춤연구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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