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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서 희망을 품다

본보 올 한해 '전통의 맛을 찾아서' 연재
선조의 지혜 이어받아 부가가치 창출

  • 웹출고시간2014.12.31 17:10:50
  • 최종수정2014.12.31 17:10:50

장(醬)은 한국인의 대표적 음식이다. 된장, 고추장, 쌈장 등 장이 들어가지 않은 요리가 거의 없을 정도다. 그런데 현대인들의 입맛이 점차 서구화되면서 장맛도 변하기 시작했다. 항아리보다는 공장에서 대량 생산한 장이 식탁에 오르고, 전통 메주보다는 수입산 고춧가루가 쓰이는 시대가 됐다.

그래도 밥상머리 한켠엔 여전히 전통의 맛이 남아 있었다. 오히려 자신의 자리를 묵묵히 지키며 억대 소득을 올려다주는 효자 역할을 톡톡히 했다. 본보는 올 한 해, 선조의 비법을 그대로 전수받아 전통의 맛을 담그며 새로운 농촌 부가가치까지 창출하고 있는 16명의 영농인들을 만나봤다. 그들의 성공 스토리를 다시 한 번 소개한다.

◇된장·고추장, 무르익는 전통 장류

괴산 하늘사랑 영농조합법인 지찬오·김금자 부부

괴산 하늘사랑영농조합법인의 지찬오·김금자 부부는 어머니의 손맛이 느껴지는 전통 장맛을 내기 위해 '동의보감' 같은 옛 저서까지 탐독하면서 장맛을 연구했다고 한다.

그 결과, 보리쌀로 만든 고추장을 개발해 지난 2007년 전주국제발효식품엑스포에서 IFFE지정 우수 발효식품상을 탔고, 2년 뒤에는 특허를 취득했다.

지금은 '옹기에 장을 담아 다 맛있다'는 뜻의 '전통의 맛과 멋 옹다맛'는 상표를 등록, 연 2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보은 고시랑장독대 지민정씨.

보은 고시랑장독대 고상흠·지민정 부부는 전통장류에 익숙하지 않은 젊은층과 외국인의 입맛을 사로잡을 수 있는 해법을 내놨다.

피반령 청정지역에서 기른 콩으로 메주를 만들어 전통방식 그대로 정성스럽게 담그는 고시랑장독대 효소된장은 기능성 장으로 특허를 받았다. 일반 전통된장에 비해 냄새를 80%까지 잡았고 짠맛도 덜하다고 한다. 비결은 벌꿀 발효액. 부부는 벌꿀 발효액을 된장, 고추장, 간장에 접목해 현대인의 입맛에 맞는 새로운 장을 개발했다.

정훈백 코메가 대표.

음성 코메가 정훈백 대표는 맷돌로 들기름을 짜내는 국내 유일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들깨를 잘 갈아서 천으로 꽁꽁 묶은 다음 기름틀에 넣고 두터운 나무 위에 맷돌을 얹어 누르는 기법으로 기름을 얻는다.

정 대표는 이 같은 방식으로 짜낸 들깨 생기름으로 2012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세계오일국제콩쿠르에서 금상을 수상했다.

진천 콩세상 김옥주 대표.

진천 콩세상의 김옥주 대표는 '냄새 없는 청국장'으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일반 콩으로 냄새 제거에 수많은 실패를 겪은 김 대표는 마지막으로 자신이 재배해 고소득을 올리고 있는 작두콩으로 청국장을 담가보자는 아이디어로 승부를 걸었다. 그 결과, 지난 1999년 한국식품개발연구원으로부터 타 청국장에 비해 냄새가 현저하게 나지 않는 것을 인정받고 '작두콩 청국장'으로 특허출원을 하며 새로운 시장을 개척했다.

제천 신월식품 유순자 대표.

제천 신월식품 유순자 대표는 된장에 황기를 접목, 전통의 맛에 건강 기능성을 첨가한 제품을 개발했다. 약초의 고장으로 유명한 제천의 황기를 넣었더니 그 특유의 맛이 된장의 잡내를 없애주는 효능을 발휘한 것이다.

현재 유 대표는 황기된장, 황기고추장, 황기청국장과 함께 검은콩으로 만든 '대맥장'과 메밀로 만든 '생황장'을 잇따라 개발하면서 제천의 전통 손맛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음성 선돌메주농원 김영란 대표

음성 선돌메주농원 김영란 대표는 좋은 소금과 물, 그리고 소비자에 대한 정성만 있다면 부재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아도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을 수 있다고 확신한다.

김 대표는 "국산 콩을 쓰는 건 당연하고 전남 신안에서 ISO인증을 받은 소금과 지하 150m에서 끌어 올리는 물이 비법"이라며 "부재료를 사용한 기능성 장이 요즘 많이 나오고 있지만 우리는 전통방식 그대로 아무것도 첨가하지 않고 만든다"고 했다.

진천 청매촌 조명동·강희삼씨 부부.

진천 청매촌의 조명동·강희삼씨 부부는 매실을 장류와 접목시켜 새로운 상품을 탄생시켰다. 항아리 20개로 시작한 청매촌은 현재 115.7㎡(35평) 규모의 공장과 판매장에 항아리 200개를 두고 있다. 매실로 담근 고추장과 매실액은 전통방식으로 담그는 된장이나 간장, 청국장 못지 않는 주력 상품으로 발전했다.

증평 죽리토종식품 공병임 대표.

증평 죽리토종식품 공병임 대표는 시어머니의 솜씨를 이어받아 선조들이 만들었던 전통적인 방법으로 직접 메주를 쑤고 장을 담근다. 비학골 골짜기 끝에서 싸리꽃 향기와 송홧가루까지 함께 어우러진 된장은 아무도 흉내 낼 수 없는 맛이다.

공 대표는 증평에서 생산된 백태로 메주를 쑨다. 여기에 증평의 특산물인 홍삼을 첨가한 홍삼청국장, 토종청국장 분말 등을 생산하며 수도권 입맛까지 사로잡고 있다.

영동 산마루 조순희 대표

영동 산마루 조순희 대표는 백두대간 민주지산자락 산골에서 10년째 전통 장류만을 고집하고 있다. 이 영농조합은 93세로 돌아가신 이웃의 먹뱅이 할머니로부터 전수받은 손맛이라 해서 '먹뱅이 전통 장'이라 불리기도 한다.

직접 콩을 심어 삶아 찧고 다져서 메주를 빗고, 여기에 산골의 청정수를 얹어 천일염으로 깊은 맛을 냈다. 특히 북어를 넣어 염분조절을 하는 것이 비법인데 북어에서 베어 나오는 시원한 맛과 어우러진 된장과 간장이 일품이다.

청주 두리두리영농조합 박해순 대표.

청주 두리두리영농조합 박해순 대표는 상황, 차가버섯을 첨부한 된장, 간장, 고추장 등 기능성 장류를 생산하고 있다.

이곳의 장류는 마을 조합원들이 제일 좋은 종자를 사와 그 종자로 농사를 짓고 생산된 가장 좋은 특상품으로 선별해 만든 것이다. 지난 2012년에는 한국체대로부터 납품 제의를 받아 공급 절차를 거친 끝에 런던올림픽 참가선수들의 밥상에 올라 힘을 보태기도 했다.

음성 수정산농원 강혁희·남궁영자 부부

강혁희·남궁영자 부부가 운영하는 음성 수정산농원. 요즘 대부분은 기계로 콩을 삶는데 이들 부부는 직접 농사를 지어 탈곡해 얻은 콩으로 가마솥에서 삶아 메주를 쑨다. 이 메주로 된장을 담글 때 3~4년 된 소금을 넣는데, 염도를 지방별로 다르게 넣어 입맛을 맞춘다고 한다.

청주 다농식품의 변익수 대표 부부

청주 다농식품의 변익수 대표도 선대부터 이어진 맛을 고수하고 있다.

종갓집 며느리였던 어머니의 손맛을 이어받은 변 대표는 전통적인 방법을 고수하되 무농약 이상 농산물만 사용해 1년에 한번만 장을 담근다. 된장은 정월에, 고추장은 가을에 담그는데 정해진 양만 담그고 나면 품절이 되더라도 다시 만드는 일은 없다. 가장 좋은 맛을 내는 철은 정해져 있다는 고집 때문이다.

◇ 고구마·조청에서도 새 길을 찾다

충주 나만식품의 나만식 대표.

충주 나만식품의 나만식 대표는 '자색 고구마 박사'로 통한다. 30여년 전부터 고깃집과 횟집 등을 운영하며 음식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그는 자신만의 자색고구마 추출기술을 보유한 기술자다.

나 대표가 현재 농축액을 발효해 만드는 것은 묵, 부침(전), 돼지갈비양념, 요리도우미, 비빔장, 막걸리, 약주, 발효차, 효소, 냉면, 칼국수, 찐빵, 만두, 수제비, 옹심이, 효소술, 국수, 냉면육수, 전병, 각종 건강차 등 종류가 30여 가지가 넘는다.

충주 천등산전통발효식품 김영자 대표.

충주 천등산전통발효식품 김영자 대표는 손수 지은 농산물로 전통발효식품을 생산, 연간 1억여원의 고소득을 올리고 있다.

친환경농법으로 직접 콩, 사과 농사를 지은 뒤 이를 발효한 추축물을 된장, 고추장, 간장, 식초, 장아찌 등에 넣어 만든 제품을 개발한 것이다. 최근엔 사과식초가 큰 인기를 얻으면서 발효된 식초 생산량은 거의 소진됐다고 한다.

단양농특산의 신현팔·박경희씨 부부.

단양농특산의 신현팔·박경희씨 부부는 예부터 내려오는 '조청'을 상품화하며 새로운 판로를 열었다.

조선시대 선비들은 공부에 임하기 전에 조청을 한 두 숟가락 먹었다는 기록이 있는데, 이는 조청이 인간의 뇌에 영양을 공급해 기억력향상과 집중력을 높여주기 때문이라고 한다.

전통방식으로 만든 조청은 2011년 7월 마늘조청에 대해 특허를 출원하고 충북관광협회 공모 지역특성화 관광상품전에서 금상을 수상하며 이름을 알렸다. 지난해부터는 단양아로니아 조청에 개발해 시판하면서 농촌지역 창업에 대한 새로운 길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청주 은혜양봉원 조동춘 대표.

청주 은혜양봉원 조동춘 대표는 30년간 '양봉'이라는 한 우물을 팠다. 부인 정길자씨와 청주시 흥덕구 옥산면 국사리에서 300통 가량의 벌을 치는 조 대표는 매주 성화동 장전공원, MBC광장, 미동산수목원, 우암어린이회관에서 열리는 직거래장터에 나가 직접 내린 꿀을 판매하고 있다.

여기에 청풍명월장터, G마켓, 옥션 등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판매를 하면서 온·오프라인 통틀어 연간 4천만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조 대표는 "실패도 많이 했지만 한 우물만 파다보니 결국 달콤한 꿀물이 샘솟더라"고 했다.

본보가 지난 한 해 만난 16명의 영농인들. 각자의 위치에서 각자만의 전통방식을 고수하고 있는 이들에게선 한 가지 공통점이 발견됐다. 바로 우리 것을 지키는 곳에 길이 있다는 점이었다.

/ 임장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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