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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풍기라도 꺼야겠네"…농촌의 소박한 '여름나기'

삼삼오오 경로당 모여 선풍기 바람 쐬는게 전부
"에어컨이 뭔 필요 있어"…블랙 아웃 모르는 농촌

  • 웹출고시간2013.06.10 19:31:27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지난 7일 청원군 내수읍 은곡리의 한 경로당. 마을 주민 3~4명이 모여 앉아 선풍기 바람을 쐬고 있다.

청원군 내수읍 은곡리 마을. 내수읍내와 10분 거리, 청주시내까지도 20분이면 도착할 수 있을 정도로 '시내권' 지역이다.

지난 7일 기자가 이 마을을 찾은 이유는 연일 불볕더위가 계속되는 가운데, 원전 가동 중단 사태까지 터져 '전력난이다, 블랙아웃이다' 혼란스러운 사회 속에서 농촌 주민들의 여름나기는 어떨지 궁금해서였다.

마을에 도착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풍경은 도심과 별반 다르지 않은 집들이었다.

높은 담벼락에 견고히 쌓인 벽돌 집. 예전 농촌 마을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하지만 시내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에어컨 한 대 달린 집을 찾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다.

지난 2005년 준공된 경로당에도 에어컨이 없기는 마찬가지. 매일 오후 1시께가 되면 10여명의 마을 주민이 모인다는 이곳에는 지난해 군에서 마련해준 선풍기 두 대가 전부다. 그마저 한 대는 날개가 고장이 났다.

"전기가 없대? 아이고, 저거(선풍기)라도 꺼야겠네."

마을 전체가 급격한 노령화와 일손 부족으로 생계 꾸려나가기도 버거운데 전력난 소식에 솔선수범 절약하려 든다.

불과 10년 전만해도 쌀농사가 대부분이었던 이 마을엔 최근 고추, 콩 밭이 부쩍 늘었다. 자식들에게 손 벌리기 싫어 이것저것 재배하며 시내 시장에 내다 판다.

이 같은 열악한 농촌생활환경 속에서 삶의 고단함을 찾아 볼 수 없었다.

"전기세 아깝게 에어컨이 뭐가 필요 있어. 저녁에는 그나마 선선해. 이렇게 땡볕일 때나 가끔 들어와 더위나 식히다 나가는 거지."

새벽부터 각자의 논·밭에서 일을 하다 더위를 피해 경로당을 찾은 마을 주민들이 하나 둘씩 모여들자 서로 선풍기 머리들 돌려주느라 바쁘다.

연일 매스컴을 장식하는 전력난, 블랙아웃 등은 이들에게 전혀 관심사가 아니다.

"없으면 없는 대로 살면 되지. 욕심 부리며 살기엔 인생이 너무 짧아. 소원이랄 것도 없어. 그저 장마 때마다 무너지는 둑이 올해는 잘 버텨줬으면 좋겠어. 지난해 군에서 보수를 해줬는데 영 시원찮아서 말이지."

/ 최범규기자 calguksu@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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