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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날개' - 여름이 싫은 제천 정우수군

장마철마다 빗물과 한바탕 전쟁
30년 된 집 비좁아 아빠는 따로 거주
엄마는 가출… '물놀이' 딴 세상 얘기

  • 웹출고시간2012.07.23 18:49:07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이맘때면 TV 어디선가 흘러간 유행가가 나온다. 익살스러운 표정의 가수는 이렇게 외친다. "와우~, 여름이다!" 그리곤 탁 트인 푸른 바다가 배경화면으로 지나간다.

그렇다. 여름이다. 개구쟁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계절이다. 바다로, 계곡으로 물놀이 갈 생각에 잠도 오질 않는다.

정우수(왼쪽 두 번째)군의 가족. 집이 좁아 아빠(가운데)는 월세 5만원짜리 단칸방에 따로 산다.

하지만 8살 정우수(제천 교동·남천초 2)는 여름이 싫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해 물이 싫다. 물에 빠져 죽을 뻔한 기억이 있어서가 아니다. 여름마다 천장을 뚫고 내려오는 빗물이 싫은 거다. '우수'란 이름과 달리 빗물과는 천생 악연인가 보다. 이번 장마 때도 한바탕 난리법석을 떨었다. 30년 된 집은 장대비를 이겨내지 못해 더 주저앉았다. 곰팡이는 벽지 곳곳을 집어 삼켰다.

정우수군 집 부엌 모습. 천장 곳곳에서 빗물이 새고 있다.

"아빠 간다, 잘 자." 아빠(50)가 겨우겨우 집수리를 한 뒤 옆집으로 건너갔다. 월세 5만원짜리 단칸방이다. 아빠는 다른 식구들과 떨어져 산다. 집이 작아서다. 비가 새더라도 그나마 넓은 집을 연로한 부모와 아들, 딸(7)에게 양보했다.

아빠는 젊어서부터 허약했다. 산에서 나무를 해 겨우겨우 살았다. 지적장애를 가진 아내가 집을 나간 뒤부턴 공공근로를 했다. 풀을 뽑아 한 달 70만원을 벌었다.

엄마의 유전자를 물려받아서인지 우수도 얼마 전 지적장애 판정을 받았다. 말이 서툴고, 실수가 잦다. 우수와 우수의 여동생을 키우는 할머니, 할아버지는 자기 몸 돌보기도 벅차다. 오랜 세월 길거리에서 물건을 판 할머니(74)는 관절이 좋지 않다. 거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할아버지(85)는 고혈압, 당뇨를 앓고 있다. 폐도 거의 망가진 상태다.

"에고, 이 녀석아. 그냥 아무데나 싸." 우수가 화장실을 가기 싫다며 앙탈이다. 똥파리가 득실대는 재래식 화장실은 공포 그 자체다. 30년이 넘은 나무 집의 환경이란 안 봐도 뻔하다. 겨울엔 연탄불로 물을 데워 집 밖 수돗가에서 몸을 씻어야 한다. 이제 7, 8살 된 꼬마들이 견디기엔 너무 힘든 환경이다.

또 다시 여름 유행가가 TV에서 흘러나온다. TV 속 아이들이 물장구를 치며 해맑게 웃는다. 무관심인지, 부러운 건 지 모르겠다. 우수와 한 살 터울 여동생의 표정이 멍하다.

/ 임장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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