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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날개 - 정신지체 1급 인희

아무도 몰라주는 14번째 생일
아빠는 청각장애에 알코올 중독
지체장애 엄마는 낳자마자 가출

  • 웹출고시간2012.04.29 19:21:52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인희네 가족을 앉혀놓고 어렵사리 사진을 찍었다. 정신지체 1급 인희(가운데)와 청각장애인 아빠(오른쪽)는 도무질 웃질 않았다.

ⓒ 남기중기자
지난 28일. 한 소녀가 14번째 생일을 맞았다. 남들처럼 예쁜 옷을 선물로 받고 싶은데, 야속한 아빠(56)는 오늘도 술타령이다.

"아..빠... 술 먹..지마." 소녀가 힘겹게 입을 연다. 아빠는 소녀를 쳐다보지도 않는다. 오로지 술병만 바라보고 있다.

이토록 무심한 아빠는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청각장애인이다. 10살 때 한약을 잘못 먹은 탓이다. 현재는 정신지체 장애까지 의심되는 상태다.

불행은 아빠에게서 멈추지 않았다. 딸 인희(음성군 금왕읍 유포리)까지 장애를 물려받았다. '정신지체 1급'. 역시 정신지체 장애인인 엄마는 인희를 낳자마자 집을 나갔다.

"에휴, 저것들을 어떻게 해야 댜? 내가 아주 속 터져 죽어."

할머니가 한숨을 내쉰다. 가족 중 유일하게 장애가 없는 할머니지만, 팔순의 고령 탓에 아무 일도 할 수 없다. 그저 아들과 손녀의 끼니를 차려주는 것밖에.

토라졌던 인희가 금세 웃는다. 인형을 주니 신났다. 다섯 살 어린애 마냥 소꿉놀이를 한다. 뭐라 중얼중얼하는데, 도무지 알아들을 수가 없다. 정신지체 1급 소녀의 가상세계는 아빠도, 할머니도, 기자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할머니, 그럼 뭘로 생활해요?" "일할 사람이 누가 있어. 나라에서 돈 주니깐 사는 거지."

기초생활보장수급세대인 인희네는 한 달 90여만원을 받는다. 모을 돈도 없이 거의 밥값으로 나간다.

그나마 집이 있어 다행이다. 나무와 판자, 비닐로 지은 인희네 만의 보금자리다. 여름에는 태풍 걱정, 겨울에는 한파 걱정에 하루하루를 보낸다.

그런데도 이 집이 좋단다. 정확히 말해 싫지는 않은 거다. 새 집, 그러니깐 새로운 환경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읍내로 나갈 경우 알코올 중독자인 아빠의 '사고'도 걱정된다.

할머니는 집수리를 원했다. 무너지지 않을 정도면 된다고 했다. 시간이 급해 보였다. 앙상한 나무로 버티고 있는 집은 금세라도 무너질 것 같았다.

인희의 고모가 찾아왔다. 실질적으로 인희네를 돌보고 있는 보호자다. "제 힘으론 한계예요. 저 녀석을 언제까지, 어떻게 키워야 합니까. 학교라도 졸업하면요? 어휴~, 생각만 해도 암담하죠."

갑자기 인희가 웃으며 달려든다. 카메라를 봐서다. 신기한 물건을 보면 나타나는 반응이라고 고모가 말해줬다.

셔터를 누르려하자 얼굴이 굳어진다. 웃으라고 아무리 말해도 고집불통이다. 14번째 생일을 맞은 정신지체 1급 소녀 인희는 그렇게 웃다가, 말다가를 반복했다.

/ 임장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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