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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날개 - 아빠와 집, 모두를 잃은 주성이

지난달 세 들어 사는 집에 화재
20살 아빠, 생모와 동거하는 친구 때려 수감
폐암 환자 할머니가 아이 돌봐… 살길 '막막'

  • 웹출고시간2012.02.12 19:12:57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주성이(16개월)의 할머니가 가엾은 눈길로 주성이를 바라보고 있다. 주성이는 집안 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천진난만하게 웃고 있다.

ⓒ 임장규기자
인간은 누구나 실수를 한다. 때론 죄를 짓기도 한다. 그러나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말이 있다. 단 한 번의 죄(폭행)로 수감생활을 하는 전민호(가명·20·음성군 읍내리)씨. 그에겐 16개월 된 아들 주성이가 있다. 10년 전 폐암 말기 수술을 받은 어머니(61)도 있다. 이런 그가 차가운 교도소에 수감된 사연은 무엇일까. 죄는 미워하되, 그를 미워할 수 없는 이유는 또 무엇일까. 전씨의 감춰진 이야기를 어머니와의 옥중 편지로 그렸다.

# 2011년 11월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

사랑하는 아들아. 네가 수감된 지 벌써 한 달이 지났구나. 춥지는 않니? 밥은 잘 먹고? 엄마는 네가 1년6개월 형을 받은 것을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구나. 그렇게 착하던 네가 사람을 때렸다니…. 하지만 엄마는 충분히 이해해. 그 상황에서 미치지 않을 사람이 누가 있겠니. (전씨는 주성이의 생모(19)와 동거를 하는 자신의 친구를 때렸다. 전치 8주가 나왔다. 주성이의 생모는 출산 후 전씨를 떠났다)

며칠 전 항소장을 접수했단다. 3월쯤 재판이 열릴 것 같구나. 그때 합의금만 마련했었더라도 이렇게 고생하지 않았을 텐데. (전씨의 가족은 매월 70만원의 정부 보조금을 받는 기초수급세대다)

# 2012년 1월 어머니께 보내는 편지

어머니, 민호예요. 죄송하다는 말밖에 드릴 말이 없네요. 아무리 화가 나도 참아야 했는데. 다 제 잘못이죠.

출소하면 뭔가를 해야 하는데, 걱정이에요. 전과자로 낙인찍힐까봐. (전씨는 고등학교 1학년 때 자퇴했다. 가정형편 상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는 기술학교에서 자동차 정비기술을 배웠다)

주성이는 잘 지내요? 말은 못해도 저를 원망하겠죠? 제 아버지 같은 아빠는 되고 싶지 않았는데…. (전씨의 부친은 알코올 중독자였다. 가정 폭력을 견디다 못한 모친이 7살 전씨를 데리고 집을 나왔다) 얼마 있으면 구정이네요. 명절도 같이 못 보내서 죄송합니다. 또 편지할게요.

# 2012년 2월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

주성이(16개월)의 볼이 빨갛다. 동상에 걸린 탓이다. 월세 집이 불에 타 병원 치료는 엄무도 못내고 있다.

ⓒ 임장규기자
아들아….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모르겠구나. 네가 더 힘들어할까봐 숨기려 했는데 아무래도 알려야 할 것 같아서.

구정 끝나고, 그러니깐 1월26일 집에 불이 났단다. 옆방 아저씨가 불을 질렀지 뭐니. (이날 오후 4시15분 공사장 일을 하는 40대 후반의 옆집 남성은 자신의 신병을 비관, "다 같이 죽자"며 불을 질렀다. 월세 25만원짜리 낡은 한옥은 앙상한 뼈대만 남았다)

다행히 다치진 않았단다. 일단은 김씨 아줌마 집에서 지내고 있어. 앞으로가 막막하구나. 네가 빨리 나와야 할 텐데….

# 2012년 2월 어머니께 보내는 편지

정말 안 다치셨어요? 주성이도요? 어째 이런 일이…. 어머니 폐암 검진도 받으셔야 하잖아요. 벌써 2년 넘은 것 같은데. 나머지 일은 너무 걱정 마세요. 제가 나가면 어떻게든 해볼게요.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어머니.

# 2012년 2월10일 오전.

주성이가 기자에게 달려들었다. '안아 달라'는 몸짓이었다. 가까이서 본 녀석의 양 볼은 빨갰다. 할머니는 "아무래도 동상에 걸린 것 같다"고 했다. 집이 없어진 판에 병원 갈 생각은 하지도 못했다고. "집 구할 돈은 있느냐"고 물었다. 대답 대신 내민 통장에는 9,000원이 찍혀 있었다.

/ 임장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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