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술에는 맥주, 양주, 막걸리, 소주 등이 있지만 서민들이 일반적으로 즐겨 마시는 술은 역시 소주다. 수육이나 삼겹살 등을 안주 삼아 목구멍으로 소주를 넘길 때 "따르르"하는 맛은 무엇과 비교할 수 없다. 하루의 고단한 삶을 마감하는 퇴근길에 "카~"하는 진동의 맛은 언제나 서민의 발길을 유혹한다. 여기에다 립스틱 짙게 바른 아가씨가 나와 "오빠, 한잔하고 가셔"라고 꼬드기면 용빼는 재주가 없다. 혹자는 소주와 막걸리를 마시고 취하는 기분이 약간 다르다고 한다. 소주는 "알딸딸"하고 막걸리는 "어리기리"하다는 것이다.

사실, 직장 내에서 가장 발달한 문화는 술의 문화다. 술이 해롭다는 경고 속에서도 한솥밥을 먹는 공동체의 운명에 술이 빠질 수 없다. 직장 내에서 회식이 있는 날에는 으레 술이 등장한다. 이외에도 승진 턱을 한다든지, 야유회, 단합대회 등에는 말하지 않아도 술이 나오며 이외에도 전근을 할 때면 이별주, 신입사원이 들어오면 환영주, 심지어는 착복식 등 술 마시는 핑계는 얼마든지 있다. 그 많은 술자리에 가장 등장 빈도수가 높은 것은 소주다.

충북인이 가장 많이 마시는 소주는 '참 이슬'과 '시원 소주'다. 두 소주의 점유비율은 해마다 조금씩 다르긴 하나 약 6대4 정도다. 2009년 통계로는 57.2%대 42.8%다. 그 외의 소주는 충북사회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진로소주와 충북소주는 우리 지역사회에서 소주업계를 양분한 양대 산맥이다. 지난 1990년대만 해도 충북소주의 전신인 '백학소주'는 '진로소주'에 일방적으로 밀리는 판국이었는데 장덕수라는 걸출한 기업인이 충북소주를 인수하면서 그 판도를 점차 변화시켰다.

충북소주는 충북의 근대사와 맥락을 함께했다. 1957년, (합) 대양상사로 출발한 이 업체는 1971년 창업주인 고 박문복 씨에 의해 충북소주합동제조장을 설립, 우암동 시대를 열었고 1985년에는 물맛 좋기로 소문난 지금의 위치인 청원군 북일면 우산리로 옮겨 면모를 일신했다. 1989년에는 회사이름조차도 브랜드 이름인 '백학'으로 바꾸었다. 이후 1998년 하이트 맥주로 매각되었다가 2004년 10월 장덕수 대표이사가 인수하면서 날개 짓을 다시하게 됐다. 소주는 에탄올 정제를 물에 희석하여 만드는 것이므로 물맛이 술맛의 결정적 요인이 된다. '시원 소주'라는 상표를 단 충북소주는 야금야금 기존의 소주시장을 잠식하며 활로를 넓혔다.

충북인의 애향심을 등에 업고 '시원 소주'이외에도 산삼배양근주인 '휘'와 프리미엄 소주 '청풍'을 출시하여 애주가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충북소주가 이렇게 성장한 것은 자도주라는 이점과 장덕수 대표이사의 공격적인 마케팅, 지역 밀착형 경영 등에서 찾아볼 수 있는 것이다. 장 대표는 특히 지역의 대소사를 잘 챙겼으며 살림이 어려운 문화단체에도 광고 등을 통해 뒤를 밀어주었다. 충북소주가 '사회적 기업'은 아니었으나 정서상 '사회적 기업'의 일정부분을 수행해왔고 기업 메세나 역할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래서 충북사람들은 '충북 소주'를 가리켜 대표적 향토기업으로 내세우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술자리에서도 망설이지 않고 "충북사람이니까 충북소주를 마셔야지"하면서 '시원소주'를 주문하는 예가 많았다. 애향심의 날개를 단 충북소주가 돌연 롯데주류에 매각됐다는 소식이다. 애주가의 한 사람으로서 뒤통수를 한 방 맞은 기분이다. 매각대금은 350억 원으로 알려졌다. 한창 잘 나가던 충북 소주가 왜 롯데에게 팔렸을까. 그 사연은 장 대표만이 알 것이다. 소주시장에 대한 불확실성 등이 작용했다고 보지만 시중에서는 "한창 몸값을 올려놓고 매각하는 '먹튀'가 아니냐"는 비난의 소리가 높다. 아마도 자도주를 잃은 상실감에서 일 것이다. 이런 이유에선지 장 대표는 150억 원을 출연, 사회복지재단의 설립을 밝히고 있다. 장덕수는 주류회사 영업사원으로 출발하여 '충북소주' 를 일으킨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차후 거취 또한 인물값에 걸맞게 충북도의 경제적, 문화적 발전을 도모하는데 일익이 되었으면 한다. 충북 소주를 인수한 롯데 측에서 충북과 어떤 관계를 설정할지는 잘 모르지만 모름지기 충북 소주의 기업정신을 이어받아 충북사회 발전에 일정부분 기여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롯데는 전국적인 대 기업이므로 어쩌면 충북소주보다 더 큰 시혜의 햇살을 충북지역에 뿌려 줄지도 모른다. 기업보다 더 중요한 것은 '기업정신'이다. '돈' 보다도 '인심'과 '사람'을 얻는 것이 기업의 본령이다.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배너

랭킹 뉴스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배너

매거진 in 충북

thumbnail 308*171

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