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 지북정수장 인근 상수도관 이음부 파손 복구 지연으로 인해 청주시 금천동과 용담동을 비롯한 일부 지역의 단수가 길어지며 무더위 속에 주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3일 청주시 금천동의 한 아파트 주민들이 급수차로 물을 공급 받고 있다.
ⓒ김태훈 기자
청주시는 단수 사고를 인지한 지 41시간만에, 시민들의 불만이 폭주하고 나서야 단수 경위와 사태 수습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단수의 원인은 노후된 정수시설을 현대화하는 통합 정수장 현대화 사업의 하나인 기존 지북정수장으로 연결된 800㎜, 900㎜ 도수관로를 통합정수장으로 변경하는 작업 과정에서 발생했다. 무단수로 진행하려던 청주시와 공사업체의 예측이 빗나가면서 1차 단수가 발생했고 연결한 도수관로 이음부가 두 차례 파손되면서 단수 피해가 확산됐다.
상수도사업본부가 단수를 감지한 시각은 지난 1일 오후 6시께. 전명우 본부장은 공사 현장에서 단수 상황을 파악했다.
그러나 상수도사업본부는 연결공사가 마무리되면 수돗물 공급에 차질이 없을 것으로 오판하고 단수 피해에 대한 안내를 하지 않았다.
시민들이 시청 당직실을 통해 민원을 제기하자 그제야 "곧 수돗물 공급이 재개 된다"며 거짓말을 했다.
이어 도수관로 이음부가 수돗물을 공급하는 통수 과정에서 파손되며 문제가 확산될 조짐을 보이자 2일 오전 8시께 다가구주택을 중심으로 급수차와 병물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 역시 성난 시민들을 안정시키기엔 미봉책에 지나지 않았다.
단수에 대한 안내문도 2일 오전에야 시청 홈페이지에 게시됐고 이마저도 공급 예정 시간에 맞춰 수돗물이 공급되지 않아 시민들은 낮에는 폭염과 저녁에는 열대야와 싸우며 2박3일을 고통 속에 보내야 했다.
음식점 업주들은 분통을 터트리며 가게 문을 닫고 예고에 없던 임시 휴업에 들어갔다.
편의점에서 컵라면이나 빵 등으로 끼니를 때우는 시민들도 많았다.
금천고, 상당고, 청석고, 주성고, 청주여고, 신흥고, 충북상업정보고 등 12개 고교는 수능을 101일 앞둔 상황에서 어처구니없게 단수로 3일부터 4일까지 임시 방학에 들어갔다.
별 탈 없다는 아파트도 영향을 미쳤다.
금천배수지 수위가 낮아지면서 단독주택과 상가에서 시작된 수돗물 단수가 용정동과 금천동 아파트 단지 수천 가구로 확대됐다.
시민들의 불만은 극에 달했지만 청주시의 대처는 형편없었다.
단수 가구 등 피해 현황을 추산할 뿐 몇 가구·몇 명의 시민들이 단수 피해를 입고 있는지, 어느 지역에 단수가 이뤄지고 있는 지도 2박3일, 40시간 넘도록 제대로 파악조차 못했다.
시장 주재 대책회의는 2일 밤 11시나 돼서야 열렸다.
상수도사업본부가 추정한 단수 가구는 2일 오전부터 1천300여가구에서 오후 5천여가구, 2일 오전 2천여가구였지만 시민들과 언론이 추정하는 피해가구는 수만 가구에 이를 것으로 추정돼 사태 축소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청주시는 이번 단수 사태를 "좋은 훈련"에 비유하며 사태의 심각성을 여전히 파악하지 못하는 자세를 보였다.
전명우 본부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음부가 연속으로 파손되며 통수 시간이 자꾸만 번복되면 시민들이 혼란에 빠질 수 있고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려고 보니 제때 안내를 하지 못한 측면이 있었다"며 "좋은 훈련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기자들로부터 빈축을 샀다.
시민 김모(상당구 금천동)씨는 "청주시의 안일한 행정과 대응이 단수사고로 끝낼 일을 재난으로 키우고 있다"며 "원인규명 등 철저한 조사로 책임을 반드시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대만·안순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