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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순

수필가·한국어강사

도쿄타워가 보이는 공원에 초록이 가득하다. 연분홍 겹벚꽃이 바람에 살랑거리는 모습과 파란 하늘이 조화로웠다. 눈길 머무는 곳마다 꽃들이 지천으로 피어 있는 아름다운 계절에 여동생의 아들인 조카의 결혼식에 참석하러 도쿄에 왔다.

일본의 결혼 문화는 한국과 조금 달랐다. 한국은 대체로 시간에 쫓기듯 짧게 끝내야 하지만 일본은 결혼식 시간이 긴 편이라고 한다. 조카가 나름 조율하여 최소한의 시간으로 줄였다고 하는데도 오후 4시에 시작해서 8시쯤 끝났다.

일본은 우리와 달리 결혼식에 하객들을 많이 초대하지 않는다. 양가 가족과 친구, 직장동료까지 전체 인원이 40~50명을 넘지 않는다. 그렇기에 초대를 받은 사람은 결혼식 참석 여부를 정확하게 알리는 게 예의다. 가까운 사람들만 참석해서 서로 인사를 나누니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하는데 우리는 언어 소통의 부재로 인해 짧은 인사만으로 축하해야 했다.

결혼식장은 호텔이었는데 본식은 성당 스타일로 진행됐다. 사제 앞에서 혼인서약과 서명을 한 후 축가와 기도로 간단하게 끝났다. 원래 일본에서는 결혼 본식에 양가 부모와 신랑 신부만 참석하기도 한다.

본식이 끝나면 하객들이 먼저 밖으로 나가 신랑 신부에게 꽃가루를 뿌리며 축하한다. 신랑 신부는 축하받으며 하객들 사이를 걸어가서 종을 울린다. 새로이 부부가 탄생 되었음을 알려주는 것 같았다.

이후에 피로연장으로 자리를 옮기는 데 일본은 피로연을 중요하게 여긴다. 피로연장 대기실에서는 신부가 입고 나올 피로연 드레스 색깔 맞추기 이벤트가 있었고, 입장하니 정성스럽게 준비한 답례품이 의자에 놓여 있었다.

신랑 신부는 맨 앞의 단상에 앉고 하객들은 이름표가 놓인 각자의 자리에 앉으면 되는데 친구들이나 지인들이 가운데에 앉고 양가 부모님과 가족은 양쪽 끝 테이블에 앉는 것이 일본의 문화라고 한다.

피로연은 모두 같이 음식을 먹으며 즐기는 형식이었다. 신부의 아버지는 앞에 나와 우리 딸은 이런 딸이라며 어린 시절과 학창 시절을 어떻게 보냈으며 졸업 후에는 어떤 일을 하며 지금까지 살아왔다는 소개를 자세하게 했다. 신부를 조금 더 가깝게 이해할 수 있는 것 같아 좋았다.

마지막 순서로 신랑 신부가 양가 부모님께 쓴 편지를 읽고 선물을 드렸다. 선물은 나무판을 세 개로 잘라 시계를 만들었다고 한다. 나뭇결이 하나로 이어진 세 개의 시계 중 양쪽 시계는 부모님께 드리고 가운데 시계는 부부로 연을 맺은 신랑 신부가 갖는다.

세 개의 시계는 지금까지 함께 한 시간이 소중하듯 앞으로도 모든 시간을 함께하겠다는 의미라고 한다. 한국과 일본의 부모와 아들, 딸이 만나 새로운 가족이 되었고 앞으로의 시간을 영원히 함께한다는 것은 신랑 신부에게 큰 축복이고 든든한 의지도 되리라 생각한다.

여동생은 일본인 며느리를 보며 마음고생도 없지 않았다. 낯선 땅에서 우리와 조금 다른 결혼 문화였지만 신랑과 신부가 예쁘게 결혼하는 모습을 보며 나도 뭉클했다. 사돈지간에 말이 안 통하고 문화도 다르지만 부부의 인연으로 맺어진 두 사람이 행복하게 살아주기를 바라는 마음은 세상 어느 부모라도 다 같은 마음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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