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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3.02.22 16:11:48
  • 최종수정2023.02.22 16:11:48

마선옥

한국장애경제인협회 충북지회장

지적장애인 자식을 둔 부모들께서는 내 자식보다 하루만 더 살게 해달라고 기도를 한다지요. 장애인이나 비장애인이나 부모의 마음은 다 같을 것입니다. 얼마 전 뉴스에서 놀랄 만한 일이 있었습니다. 1급 뇌병변 지적장애, 대장암 걸린 딸 38년 동안 돌본 엄마의 우발적 살인 사건으로 법원은 눈물바다가 되었다고 합니다. 딸에게 수면제를 먹여 잠들게 한 뒤 질식사시키고 본인도 죽으려 했으나 아들의 방문으로 인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위태로웠던 사건입니다. 내가 배 아파 낳은 자식을 누가 죽이고 싶었겠습니까? 이번 사건뿐만 아니라 어딘가에서 또 그런 살해를 생각하며 지내고 있을 장애인 가족들을 생각하면 사람 사는 일이 아득하기만 합니다.

우리 사회에서 번번이 일어나는 장애인가족 살해사건을 함께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2023년 2월19일 오후2시 인천지방법원 413호 법정. 30대 발달장애인 딸을 살해해서 기소 된 60대 어머니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하였습니다. 검찰에서는 지난해 12월, 징역 12년을 선고 받았으나 인천지법형사 14부(재판장 류 경진)는 형량을 크게 낮춰서 발표했습니다. 검찰 시민위원회 10명도 만장일치로 검찰 "항소 부제기" 의견을 제출 했다고 하는데 재판부로서도 살인죄에 대해 집행유예라는 관대한 처분에 고민을 많이 했으리라 생각됩니다. 검찰이나 법원 소식에서 따뜻한 소식을 접한 것은 오랜만인 것 같습니다. 형량이 줄어 소식은 훈훈하지만, 장애인을 돌보고 있는 장애인 가족들이 살해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도록 하는 사회적 제도 개선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남깁니다.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던 어머니, 그녀의 남편, 아들, 며느리, 사돈 등 모두 껴안고 눈물을 흘렸다고 합니다. 그동안 가족 모두 제정신으로 살 수가 없었다며 흐느끼며 울었습니다. 그녀의 아들은 인터뷰에서 "어머니의 망가진 정신과 몸을 돌보고 평생 누나에 대해 생각하며 살아가라는 뜻으로 받아들인다 "고 말했습니다.

사회나 국가의 지원이 넉넉하지 않은 상태에서 장애인을 돌본다는 것이 가족들의 책임인 것인가? 그들의 탓만으로 보기는 어려운 것입니다.

왜 지적장애인 가족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일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지적 장애인 가족들의 계속되는 비극을 바라보는 일은 슬프고 억울한 일입니다. 누가 장애인으로 살고 싶었겠습니까? 또 장애가 있는 인간으로 태어난 것이 죽어야 되는 이유일까요? 장애가 있는 자녀를 보살피기 힘들다는 이유로 베이비 박스에 버리거나, 시설에 맡기고 떠나는 그런 일들이 일어나면 안 되는 것이지요. 부모에 의해 목숨을 잃은 장애인 자녀들이 안타까운 것은 누구나 알고 있을 것입니다. 장애인 자녀를 양육하느라 매일 매시 울지 않고는 견디기 어려웠다고 말하는 부모를 만난 적 있습니다. 이 부모의 얘기를 빌리자면 사회서비스의 체계가 필요한 것이라고 말합니다.

근본적인 돌봄 문제를 해결하려고 할 때 우리나라가 진정한 선진화로 접어드는 것이 아닐까요? 만약 사회지원 서비스가 제대로 구축되어 있었다면 어떠했을까요? 구체적인 서비스 체계가 만들어져 있었다면 어떠했을까요? 그랬어도 그 지적장애인 부모들이 죽음을 선택했을까 생각해 봅니다. 일정 수준 경제적 기초 보장과 수요자 맞춤형 통합지원이 강력히 촉구되는 것이지요. 장애 유형별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이즘에서 저의 이야기도 담아 볼까 합니다.

약 2주전에 저희 어머니께서 투병하시다 세상을 하직하셨습니다.

살아계실 때 늘 걱정하시던 어머니, 내가 잘못해서 장애인을 만들었다며 우시던 어머니, 그래서 난 눈을 감을 수 없다시던 어머니,

지체장애가 있는 필자에게 어머니는 살아생전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너를 장애인으로 만든 건 내 잘못이다."

어디에나 어머니의 마음은 같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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