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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호종

프리랜서

필자는 좀비에 관련된 드라마, 영화를 참 좋아하는데요.

물리면 감염되는 이 세계관에선, 물리자마자 그 부위를 잘라내지 않는 이상, 백이면 백 좀비로 변하게 됩니다. 좀비로 변한 가족을 차마 죽이지 못하고 같이 좀비로 변하는 길을 택하는 경우도 왕왕 연출되거니와, 치료약이 나올때까지 죽이지 않겠다며 어느 장소엔가 격리시켜 두었다가 온 공동체가 위험에 처하게 되는 상황이 끊임없이 연출됩니다.

좀비 드라마, 영화 창작자들을 어쩔 수 없는 상황을 연출하여, '거기 화면 너머 당신, 당신이라면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할 수 있을건데?'라는 메시지를 끊임 없이 던지는데요. 그 때마다 정말이지 속수무책입니다. 인간이 과연 '후회하지 않는 선택'만 하며 살 수 있을까요?

음악의 신 아폴론과 학예의 여신 칼리오페 사이에서 태어난 오르페우스는 어머니로부터 시와 노래, 아버지로부터 리라 연주를 배워 뛰어난 음악가가 되었습니다. 음악을 연주하며 괴물을 물리치는가 하면, 바다의 폭풍을 잠재우는 등 뛰어난 능력을 지녔었는데요. 가장 유명한건 그와 그의 아내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오르페우스의 아내 에우리디케는 물의 요정이었습니다. 물의 요정 에우리디케는 어느 날 산책을 하다, 낯선 남자들을 보고 자신을 겁탈하려 한다 느껴 부리나케 도망치다 뱀에 물려 죽고 마는데요. 오르페우스는 슬픔에 잠겨있기에 잠시, 저승으로 내려가 저승의 신 하데스를 음악으로 감동시켜 아내를 이승으로 다시 데려가도 좋다는 허락을 받습니다. 대신 조건은 '에우리디케는 망자의 몸이니,지상에 도달하기 전까진 절대로 아내 에우리디케를 향해 몸을 돌리지 말 것(뒤를 돌아보지 말 것)'이었습니다.

지하로의 여정이 거의 끝나갈 무렵 빛이 보이기 시작하자 사랑하는 아내를 보고 싶은 마음에 오르페우스는 아내를 돌아보고 마는데요. 그 순간 에우리디케는 안개의 정령으로 변하여 사라지고 맙니다. 실의에 빠진 오르페우스는 결국 죽었으며, 아폴론이 아들에게 선물했던 황금리라는 신들에 의해 하늘의 거문고 자리가 되었습니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서 치히로 역시 비슷한 상황에 놓입니다. 기상천외한 일들이 벌어지는 신들의 나라에서 돼지가 된 부모를 구출해 돌아가던 소녀 치히로는 바깥 세상으로 나가는 통로에 놓인 터널을 지나는 동안 결코 돌아봐서는 안 된다는 말을 듣는 거지요. 이윽고 다 빠져나온뒤엔, 놀랍도록 평온하고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았던 세상이 다시 나옵니다. 그 당시엔 그토록 열렬했으며 치열했던지라도, 그 연속성에서 한 발짝만 빠져나와도 그런겁니다. 아무일도 아니었던 것처럼.

현실에서, 내가 사랑하는, 사랑했던 사람들이 죽기 전, 결국 사랑하는 이에게 못해줬던 일만 생각이 나 힘들었던 경험이 있으신가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후회하지 않는 삶'에 대해 논하지만 인간은 정말이지 어쩔 수가 없는 동물인가 봅니다. 그래도 우리가 수천 년 동안 이렇게 끊임 없이 얘기하는 것은, 후회하지 않으려고 발버둥 쳐야 결국은 그 근처라도 간다는 것이어서가 아닐까 합니다.

힘들어도 '덜 후회하며' 살아야 합니다 우리. 삶은 연속이며 후회만 하다 별이 되기엔 인생이 너무 짧지 않던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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