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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숙

시인·한국어 강사

라따뚜이를 만들어 보기로 했다. 평소 요리를 즐기는 편이 아니라 어쩌면 숙제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마트에 가서 여기저기 재료를 찾아다녔다. 가지, 호박, 피망, 토마토…. 준비해야할 재료가 생각보다 많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낯섦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것을 바로 알 수 있었다. 막상 재료를 찾아 장바구니에 담고 보니 요리 치고 재료가 간단했다. 라따뚜이는 여러 가지 채소를 넣어 만드는 프랑스의 전통음식 중 하나이며 빵과 곁들여 먹을 수 있다. 하지만 애니메이션과 게임으로 자리매김한 '라따뚜이'는 음식보다도 '레미'라는 애니메이션 속의 생쥐가 먼저 떠오르기도 한다.

새삼스럽게 라따뚜이를 떠올리게 된 것은 한국어학급 학생 중 러시아가 고향인 이고리가 제안을 했기 때문이다. 이고리는 다재다능한 재주꾼이다. 한국어가 제법 유창할 뿐만 아니라 영어에도 많은 관심과 흥미를 보이고 있다. 또한 그림이면 그림, 요리면 요리 등 매사에 관심을 보이며 즐기는 적극적인 성격의 소유자이다. 가끔 러시아 음식을 직접 요리해서 친구들과 나눌 줄도 안다.

러시아에서는 여러 가지 샐러드와 고기요리를 즐겨 먹는다. 명절이나 생일파티에도 식탁 위에 오르는 음식을 보면 알록달록 다채롭다. 샐러드 종류만 해도 신선하고 화려한 빛깔로 식탁이 풍성하게 차려진다.

다양한 문화와 접하며 생활하다보니 나 역시 평소에도 러시아 음식을 즐겨 먹는다. 한번은 이고리가 '샤우르마'를 요리해서 먹었다고 하면서 샤우르마를 소개해 준 적이 있다. 러시아식당에 가서 샤우르마를 자주 먹는 나에게는 반가운 일이었다. 샤우르마는 흔히 말하는 케밥이다. 러시아에서 유명한 길거리음식으로 생각하면 된다. 넓적한 밀가루빵에 고기와 채소를 말아서 먹는 대표적인 음식이라고 할 수 있다. 몇 가지를 더 언급하자면 블린과 비로스키, 펠메니(작은 만두), 샤슬릭(꼬치) 등을 꼽을 수 있다.

아직 한국의 음식 중 김치를 먹지 못하는 우즈베키스탄이 고향인 니나도 러시아 음식을 이야기 할 때는 얼굴이 활짝 핀다. 전날에 어머니와 스파게티를 먹거나 떡볶이를 먹고 학교에 오면 이야깃거리가 풍부해서인지 아직 한국어가 서툰 편이지만 말문이 쉽게 열린다. 그리고 커피를 좋아해서 카페에 다녀온 후에도 자신의 경험을 즐겁게 이야기한다.

러시아가 고향인 이고리와 우즈베키스탄이 고향인 니나는 러시아 문화를 함께 공유하면서 서로 챙겨주고 도와주며 소통한다. 더구나 이고리의 할머니가 우즈베키스탄에 살고 계셔서 자연스럽게 고향친구처럼 잘 지낸다.

얼마 전에는 새롭게 문을 연 우즈베키스탄 식당엘 다녀왔다. 그 식당에서는 직접 탄드르에 우즈베키스탄 빵인 논을 굽고, 양파와 고기를 넣어 만든 솜사를 굽는다. 우즈베키스탄에서 볼 수 있었던 탄드르에서 나오는 음식을 접하니 설레었다. 탄드르는 진흙으로 만든 둥근 오븐이다. 그 탄드르에 구운 빵은 훨씬 더 고소하고 맛이 좋다. 반가운 마음에 이고리와 니나에게 탄드르가 있는 식당이 생겼다는 소식을 전해줬다. 매우 반가워했다. 그리고 그곳에 구운 음식이 맛있다는 이야기도 잊지 않았다.

가지와 호박을 어슷어슷 썰고 피망과 토마토도 얇게 썰었다. 그리고 양 끝에 남은 재료들을 잘게 잘라 볶았다. 케첩을 넣어 살짝 끓이다가 썰어놓은 재료들은 하나씩 가지런히 맞춰서 보기 좋게 위에 얹고 올리브유와 후추를 뿌리고 20분 정도 끓여 익혔다. 고운 빛깔의 라따뚜이가 조화롭게 어우러졌다. 재료부터 요리가 완성되기까지 사진으로 남겼다. 다음에는 라따뚜이를 요리해 본 경험으로 대화를 할 예정이다. 음식을 주제로 대화를 할 때는 경계를 넘나들며 자연스럽게 소통이 이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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