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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숙

시인·한국어 강사

올해는 유난히 봄이 일찍 올 것 같은 예감이다. 따뜻하고 기분 좋은 느낌이다.

일찌감치 백거이(白居易)의 '춘풍(春風)'이 자주 불었기 때문이다. 시의 한 구절인 '앵행도리(櫻杏桃梨)'가 많은 사람들에게 익숙해졌다. 올해 충청북도교육청의 화두를 '앵행도리(櫻杏桃梨)'로 정하게 되면서 좀 낯설던 사자성어가 친숙해진 것이다. 귀에 들리는 말맛으로 보자면 마치 꽃밭에 날아드는 벌의 날갯짓 소리가 연상되며 한층 더 가깝게 다가온 것 같은 봄꽃의 향기가 느껴지기도 한다.

사자성어 '앵행도리(櫻杏桃梨)'는 앵두꽃과 벚꽃, 살구꽃, 복숭아꽃, 배꽃을 의미한다. 비슷한 모양의 꽃잎과 빛깔의 꽃으로 피는 시기 또한 엇비슷한 봄꽃이지만 열매는 다소 다르기도 하다. 이것은 곧 저마다 지니고 있는 학생들의 다양한 개성과 능력을 존중해주고 인정해주는 교육의 의미임을 알 수 있다.

『전당시(全唐詩)』에 실린 시 '춘풍(春風)'의 전문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春風先發苑中梅(춘풍선발원중매) 봄바람 불어오니 울안에 매화가 먼저 피고

櫻杏桃梨次第開(앵행도리차제개) 앵두꽃 벚꽃 살구꽃 복숭아꽃 배꽃이 차례로 피어나네

薺花楡莢深村裏(제화유협심촌리) 냉이꽃 느릅나무 싹은 마을 안 깊은 곳에 피니

亦道春風爲我來(역도춘풍위아래) 또한 봄바람은 나를 위해 불어왔다고 말하리

이 시에는 봄에 만날 수 있는 매화꽃, 앵두꽃, 벚꽃, 살구꽃, 복숭아꽃, 배꽃, 냉이꽃, 느릅나무 등이 등장한다. 긴 겨울을 보내고 따뜻한 봄바람이 가져다 준 봄에 볼 수 있는 선물이다.

이 꽃들은 사계절 중 봄에 피는 꽃이다. 꽃 모양이나 빛깔, 개화시기와 열매 등이 비슷하면서도 다르고 또한 다르면서도 비슷해 보이지만 저마다 고유함이 있다. 같은 꽃이라 하더라도 기온에 따라 혹은 지역에 따라 아니면 양지쪽이냐 응달이냐에 따라서도 꽃이 피는 시기는 다를 수 있다. 어디 꽃뿐이겠는가. 모든 만물이 그럴 것이고 사람 역시 비슷한 또래라고 하더라도 저마다 조금씩 다르지 않은가. 이름이나 얼굴 등 외형은 물론 생각이나 꿈 또한 천차만별, 가지각색이다.

그러므로 올해 충청북도교육청의 화두가 '앵행도리(櫻杏桃梨)'라는 것은 곧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준다는 의미로 다가온다. 모든 학생들이 서로 다르다는 것에 대해 인정받으며 꿈과 끼를 펼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이르자, 교육 현장에서 학생들을 만나는 한 사람으로서 마음이 흡족해진다.

지난해 충청북도교육청의 화두는 '송무백열(松茂柏悅)'이었다. 송무백열은 소나무가 무성하면 잣나무가 기뻐한다는 뜻으로, 벗이 잘되면 기뻐한다는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서로 존중하고 협력하며 배려한다는 의미로 활용되었다.

솔직하게 고백하자면 처음 '앵행도리' 사자성어를 접했을 때, 의미보다는 먼저 재미있는 어감으로 다가왔다. 마치 꽃밭에 날아드는 벌떼가 앵앵거리는 것 같은 의성어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에서인지 친근감 있게 입안에 착착 달라붙었다. 그리하여 시 전체를 읽게 되었고 진정한 의미를 깨닫게 되니 마음까지 풍성해진다.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면서 학생 저마다 지니고 있는 개성과 능력을 인정해준다면 즐겁고 행복한 배움의 터전이 될 것이다.

마음에는 벌써 따뜻한 봄이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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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