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웹출고시간2022.02.14 17:52:19
  • 최종수정2022.02.14 17:52:19
[충북일보]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인면수심의 만행이 저질러진다. 이른바 '친족 성폭력 범죄'다. 피해자는 평생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입게 된다. 하지만 가해자가 가족이라는 이유로 피해 사실을 알리기조차 어렵다. 친족 성폭력 범죄는 매년 400건 이상 발생한다. 하루 한 건 이상 벌어지는 셈이다. 적극적인 사회적 보호망이 구축돼야 한다. 경찰청에 따르면 친족 성폭력 범죄는 지난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400건 넘게 발생했다. 하지만 수사 기관을 통해 드러난 범죄의 수치가 전체를 아우르지 못하고 있다. 범죄 특성상 외부에 드러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는 훨씬 더 많을 수 있다. 조기 발견 방법을 찾아야 한다. 충북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해 5월 청주에선 성폭행에 시달리던 여중생과 그 친구가 함께 세상을 등진 사건이 벌어졌다. 사건의 가해자로 지목된 여중생의 계부는 의붓딸과 친구에게 술을 먹인 뒤 성폭행을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다. 현재 친족관계에 의한 강간 등 혐의로 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하지만 성 기능 장애를 주장하며 대부분의 범죄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그는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장을 제출했다. 항소심 첫 공판은 다음달 3일 청주지법에서 열린다.

친족 성폭력은 대개 피해자가 어린 시절부터 이뤄지게 된다. 부모 등 양육자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기에 피해를 입곤 한다. 계부 등에 의한 부모 성폭력이 많다. 죄질이 대단히 무거운 범죄다. 그런데 피해 사실 발굴은 성장한 뒤에 나타나는 사례가 많다. 게다가 처벌이 가볍다. 친족 성폭력 범죄는 암수 범죄의 특성을 띤다. 가족 관계라는 특수성이 범죄를 덮는 주요소다. 친족 성폭력에는 피해자와 가해자뿐 아니라 온 가족의 이해관계가 달렸다. 처음에 범행이 드러나면 가정에서 가해자가 죽일 놈이 된다. 하지만 가해자를 신고해 처벌받게 하는 건 다른 차원의 문제다. 타인에게 당한 성폭력은 가족의 조력과 응원을 받을 수 있다. 그런데 친족 성폭력에서는 그러기가 사실상 어렵다. 진술해 줄 사람을 찾는 것도 쉽지 않다. 가족 관계 단절을 각오해야 신고도 할 수 있다. 어렵게 신고 한 후에도 심리적 압박을 받게 되는 경우가 많다. 앞서 언급했듯이 친족 성폭력 시기는 피해자가 8~9세 정도에 불과할 때가 많다. 범행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가정에 기대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관찰과 상담을 통한 학교의 역할이 중요하다. 피해 사실이 확인되면 가해자와 즉시 분리 조치가 필요하다.

현행법상 친족 성폭력 범죄 공소시효는 10년이다. 물론 DNA 증거 등 과학적 증거가 있으면 10년 더 연장할 수 있다. 그러나 피해자의 현실은 녹록지 않다. 피해자는 수십 년간 후유증을 겪고 살 수밖에 없다. 한국성폭력상담소의 2019년 상담통계 결과를 보면 알 수 있다. 피해자 중 55.2%가 첫 상담을 받기까지 10년 넘게 걸린다. 피해 사실을 알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친족 성폭력 범죄에 공소시효를 둬선 안 된다는 주장에 설득력이 실리는 대목이다. 친족 성폭력 생존자들과 여성단체는 공소시효 폐지 운동을 벌이고 있다. 충북지방법무사회가 적극 돕고 있다. 지난 10일 전국 친족 성폭력 피해자들이 청주에 모였다. 이 자리에서도 가해자 강력 처벌과 공소시효 전면 폐지 등을 요구했다. 자신이 겪은 끔찍한 과거를 회상하며 오창 여중생 사건을 바라봤다. 이들은 "친족 성폭력 피해자들은 가해자가 가족이라는 이유로 망설이다 용기를 내면 공소시효라는 사법적 제도에 절망한다"며 "가해자가 두려워하고 피해자가 사회 구성원으로 당당히 살아갈 수 있도록 친족 성폭력 공소시효를 전면 폐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성폭력 관련 다른 법안들조차 아직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 소관 상임위원회 심사 단계에 머물러 있다.

친족 성폭력 사건이 있었을 때 피해자가 용기 내기는 결코 쉽지 않다. 정부가 피해자 스스로 용기를 내고 이후 삶이 안전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야 한다. 특히 피해자가 미성년자라면 별도의 독립된 쉼터 등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안전하게 교육받고 성인으로 성장해 갈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공소시효 폐지와 함께 모든 걸 고려한 피해자 보호 절차를 제도로 마련해야 한다. 충북법무사회의 더 적극적인 활동을 기대한다.
배너
배너
배너

랭킹 뉴스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배너

매거진 in 충북

thumbnail 308*171

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