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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풍명월 산경탐사Ⅱ- 계명지맥 답사기 ③

넘어지고 주저앉고 미끄러지고… 그래도 아름답다

  • 웹출고시간2009.02.05 21:00:23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3일차...갑둥이재~신매고개(도상거리 8.8km 5시간 20분 소요)

중산리~갑둥이재~667.2봉(△)~대미산(681.1m)~420.7봉(△)~솔고개(36번 국도)~255.7봉(△)~신매고개
이름있는 산군에서 벗어난 변방의 입지조건을 가진 갑둥이재 이후 지맥길은 자칫 없는 길 만들며 가야 되는 번거로움을 동반하는 건 아닐까· 우려 속에 나선 계명지맥 3번째 답사길...한적한 산골 마을 중산리에 대원들 떨구어놓고는 차량 이동을 위한 두 대의 차량은 하산지점인 신매고개로 향했고 떨구어진 대원들은 시작점인 감둥이재로 향했다.

봄이 오려는가· 길게 누운 임도따라 또박또박 걷는 걸음으로 전해지는 찹찹함이 싫지 않다. 갑둥이재를 시작으로(중산리에서 1.4km 25분 소요) 드세어지는 오름길엔 차곡차곡 쌓여있는 낙엽도 굳은듯 찰진 단단함으로 우려가 현실이 되어 나타난다. 산길도 지나간 발자욱도 없다.

차곡차곡 쌓인 낙엽을 헤치며 한발짝 옮기면 반발짝 밀리고 두발짝 옮기면 한발짝 밀려나는 눈 러셀이 아닌 낙엽 러셀은 밀리지 않으려 다리에 힘이 실리다 보니 한발한발의 움직임이 굼뜨다. 게다가 봉우리 넘으면 봉우리가 나타나고 그 봉우리 지나면 또 봉우리가 나타나는 산넘어산이다. "저 우뚝선 봉우리가 △이 있는 667.1봉일거야" 얼를 다다르고 싶은 마음속 목적지는 과정이 힘들어도 희망이다. 그래서 만나게 되는 희망은 크든 작든 달콤하다.

667.1봉에 올라 만나게된 △은 그래서 더 반갑다.(갑둥이재에서 0.9km 39분 소요) 앙상한 나뭇가지 사이로 내려다 보이는 중산저수지가 지척이다. 비스듬히 우측으로 휘어지는 마루금은 툭 떨구어놓듯 가파름이 심하다 보니 힘들게 오른 오름길 까먹는일은 쉽다 못해 허망하다. 더더군다나 낙엽밑에 깔린 얼음판에 기대어 여기서 쭈욱 저기서 쭈욱 날로 먹는다. 툭 떨구어진 안부에서 다시 우측으로 휘어지는 오름길은 이쪽 저쪽 늘어뜨린 사면이 깊고 끝도없이 골진 날등으로 벼랑끝을 딛고 가듯 짜릿함과 시원함을 함께 즐긴다.


우측으로 휘어지는 산줄기에 늘어놓은 크고 작은 봉을 지나 대미산(681m) 오르니(667.1봉에서 0.8km 25분 소요) 정상부에 작은 웅덩이가 있고 빙둘러 잡목들로 시원스런 조망을 기대할 수가 없다. 오늘 구간상에 위치한 가장 높은 봉우리이지만 대미산 정상을 알리는 팻말도 그 어떤 특별함도 찾아볼 수가 없다. 잠시 숨고른뒤 이어가는 산줄기는 비스듬 좌측으로 툭 떨구어진뒤 낙타등 같은 날등으로 나아감이 아기자기 하다.

속이 허하다. 너무도 솔직한 몸속언어는 걸름없이 신호를 보내온다. 시간을 보니 12시가 넘었다. 잠시 평평함을 빌어 펼쳐놓은 점심상은 차려진 음식도 둘러앉은 사람도 풍성한 잔치집 같다. 빙둘러 점심먹고는 또다시 이어가는 지맥길은 비스듬 좌측으로 이어지고 도장처럼 박힌듯 자리한 맥반석 광산이 우측 산아래로 내려다 보임과 동시에 산능엔 그 맥반석 광산에서 걸어놓은 듯한 [발파위험]현수막이 비바람에 나달나달이다.

그곳에서 마루금은 곧바로 좌측으로 휘어지고 대미산 이후 급속히 내려앉는 산줄기는 봉에서 좌측 그다음 봉에서 또 좌측으로 서남진하다 안부에서 우측으로 솟아오른 봉을 향해 치고 오르니 콧끝을 간질이는 솔향이 좋은 고른 산책길 이어지더니 420.7봉(△)이다.(대미산에서 1.7km 1시간40분 소요) 그곳에서 잠시 길머리를 찾지 못하고 왔다갔다 우왕좌왕이다.


생각없이 뚜렷한 등로를 따라가면 상촌으로 떨어지는 막다른 능선으로 독도에 신경써야 될 부분이다. 지맥길은 420,7봉(△)에서 우측을 이어져야 하는데 마루금의 골격이 희미한데다 길 마저 없고 경사 또한 쏟아질듯 가파르다. '서걱서걱' 묵은 낙엽 헤치고 가야하는 가파름은 내 의지와 상관없이 넘어지고 주저앉고 미끄러지는 대원들 부지기수다.

되살아난 마루금을 딛고선 뒤에야 안도의 한숨과 함께 되돌아 보니 한달음에 차오른 봉우리가 눈앞을 떠억 가로 막는다. 휴~~설령 길을 잘못 짚어 잘못 내려왔더라도 결코 되짚어 가고 싶진 않을 것 같은 무게감이 짖누른다. 식은땀이 흐른다. 이후 성가스런 잡목과 질퍽함이 깔린 해빙기의 들판 논과밭 그리고 묘지 사람들 세상 36번 도로 솔고개이다.(403.7봉(△)에서 1.3km 40분 소요)

과수원을 가로질러 동네 뒷산같은 야트막함이 깔린 능선엔 온통 가시덤불이다. 중간중간 사과 과수원도 있고 밤나무 단지도 가지런한 가족묘도 있다. 200고도를 넘나드는 자잘한 오르내림은 눈높이로 가늠되는 산넘어산의 투명함에 "에이 이제부터는 눈감고도 갈수있겠다" 섣부른 판단으로 실수도 하고 우왕좌좌왕 알바도 하고 갈팡질팡 나머지 공부도 하게 되는 것을...알면서도 똑같은 실수를 하게되는 것 또한 지맥답사의 필수... 선굵은 산줄기는 궂이 신경을 쓰지 않아도 가야될 방향 잡는데 큰 애로사항은 없지만 눈둑 밭둑이 잘라먹고 마루금인지 동산인지 애매함위로 가시덤불 뒤덮여 있다면 우선 당장 가시덤불 헤치고 나아가야 하는 난제 때문에 시야확보는 물론 방향감각마저 잃게 마련...그러다보면 엉뚱한 곳으로 가게 되는 것은 잠깐 되짚어 와야 하는 시행착오는 길다.


묘가 있는 봉에서 숲속에 몸을 숨긴 고라니 한 마리에 정신 팔려 해찰 부리다 묘지 때문에 생긴 번듯함에 홀려 의심없이 잘나있는 산길로 주척주척 따라간다. 얼마나 갔을까· 어느순간 감지되는 싸한 서늘함 "이길이 아닌개벼" 우왕좌왕~~뒤따르던 대원들 길 잃은 양 같다.

되짚어 묘가 있는 봉에서 좌측이 아닌 우측으로 수정된 길머리는 성가스런 나뭇가지들의 훼방으로 나아감이 원활치 않다. 옷도 뜯기고 모자도 훌떡 벗겨지고 다리도 걸고 나름대로 허리도 숙이고 머리도 수구리고 하다보니 낮은 시야로 볼 수 있는 거리감은 한계가 있어 툭하면 길머리 놓치기가 일쑤이다. 호랑이 한테 잡혀가도 정신 똑바로 차리라 했는데 도통 잔살가지 나뭇가지들의 손사래에 정신이 없다.


255.3봉(△)에 올라(솔고개에서 2km 1시간 소요)_잠시 한숨 돌린뒤 Y갈림길 우측으로 이어진 마루금 또한 희미함 속에 철탑을 지나 248봉에서 좌측으로 잡목 헤치고 나아가는 끄들림 끝에 숲속세상이 아닌 바깥세상으로 나서니 531번 도로 신매고개다.(255.3봉(△)에서 0.7km 25분 소요)

끄들린 듯 엉클어진 머리, 낙엽, 나뭇가지까지 얹어진 배낭, 흙먼지 뒤집어쓴 신발과 바지 가랑이 그리고 발갛게 상기된 얼굴...영광의 상처는 그래도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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