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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조

충북대 산학협력 중점 교수

어느 날인가부터 내 차의 운전석 쪽 타이어 공기압 경고등이 한 달에 한두 번 꼴로 계속 켜졌다. 이 문제로 자동차 제조사 서비스센터에 꽤 여러 번 갔었는데 타이어 표면에 비눗물을 뿌려보고는 특별히 문제가 될 만한 구멍이 없어도 가끔 이렇게 미세하게 공기가 빠지는 경우가 있다며 더 이상의 원인 찾기를 포기하고 공기압만 보충해 주었다. 이와 같은 상황이 몇 번 반복되다 보니 나도 모르게 이런 상황에 익숙해져 더 이상의 원인 파악을 위한 노력을 포기했고 그냥 공기압만 단순 보충하는 것이 습관화 되어 버렸다.

타이어 교체할 때가 되어 유명 타이어 전문점에 갔더니 이번에는 휠이 좀 이상하다는 듯이 얘기한다. 듣고 보니 혹시나 휠에 이상이 있어서 타이어에서 공기가 빠졌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칭 전문가라는 분이 휠을 교체하면 주행 소음도 줄고 아무래도 여러모로 차량 상태가 좋아질 거라고 했다. 이 기회에 타이어뿐만 아니고 휠까지 교체하면 공기압이 감소하는 문제의 싹을 일거에 없앨 수 있을 듯했다. 유혹을 참지 못하고 결국 100여만원을 들여 모두 교체하고 말았다. 이제는 괜찮겠거니 했다.

그런데 웬걸! 오산이었다. 같은 증상이 계속 나타났다.

작정을 하고 서비스센터에 다시 가서 휠과 타이어까지 모두 교체했는데도 공기가 빠져 경고등이 계속 켜진다고 했더니 정비기사 분이 좀 더 꼼꼼히 검사해본다. 역시 타이어 자체에는 이상이 없다. 하지만 이 기사 분은 이전분들과 다르게 공기주입구 있는 곳에도 비눗물을 뿌렸는데, 맙소사 휠에 장착된 공기주입구 주위에서 아주 작은 공기방울들이 발생하는 것이었다. 너무 기뻤다. 드디어 문제의 원인을 찾은 것이다.

여기서 더 알아보지 말고 그냥 돈 주고 해당 부품만 교체 했어야 했다. 그러나 난 혹시나 해서 묻지 말았으면 좋았을 질문을 정비기사 분에게 하고 말았다. 혹시 교체해야 할 부품이 보증기간 내의 부품은 아닌지 말이다.

기사 분 말씀이 보증기간이긴 한데 아쉽게도 내 경우에는 휠을 갈면서 공기압센서를 떼었다 붙였기 때문에 이 경우에는 무상수리가 안 된다고 했다.

순간 내 뇌리에 한심스러움과 후회, 짜증 등의 감정이 폭풍처럼 몰아쳤다. 공기주입구 근처에 비눗물 뿌려볼 생각을 휠 교체 전에 왜 못했을까 하는 후회가 밀려왔고, 너무나도 당연히 고려했어야 하는 검사 부위였는데 기사 분들에게만 전적으로 검사를 의뢰하고 난 아무 역할을 하지 않았다는 나의 그 무책임함이 한심스러웠다. 솔직히 짜증도 많이 났다. 이미 서비스센터에 몇 번이나 찾아가 같은 증상을 설명했을 때 왜 아무도 그곳에 비눗물을 뿌려볼 생각을 해보지 않았는지· 마지막 분을 제외하고 여러 정비기사 분들이 그 생각을 못했었다는 사실에 실망감이 밀려왔다. 물론 완벽한 시스템이란 존재하지 않겠지만 적어도 10번 정도 방문했으면 한두 번 정도는 근본 원인을 찾아냈어야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 모든 것은 나의 부주의함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나의 부주의함이 나의 시간과 돈을 앗아간 것이다. 기계의 오작동에는 당연히 그 이유가 있다는 사실을 잘 알면서도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했고, 경고등의 의미를 내가 아는 지식의 범위 내에서 내가 믿고 싶은 내용만을 바탕으로 해석한 내 실수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그러고 보니 지금 우리 주위에 참 많은 경고등들이 켜지고 있다. 우리나라를 둘러싼 정치적, 군사적, 경제적 불확실성까지 더해져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 양상이다. 이럴 때 일수록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내가 아는 지식의 범위 내에서 내가 믿고 싶은 내용만을 바탕으로 경고의 의미를 해석하고 싶은 달콤한 유혹을 떨쳐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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