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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4.03.13 14:06:22
  • 최종수정2014.03.13 14:06:22
4년째 세종시에 살면서 최근엔 약속 장소로 헷갈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2012년 7월 세종시가 출범한 뒤 '세종'이란 단어가 들어간 음식점이 너무 많아졌기 때문이다. 심지어 같은 동네에서 비슷한 메뉴를 취급하는 음식점인데도 '세종'이 기본적으로 들어가면서 앞뒤 글자만 다른 경우도 있다.

그러다 보니 세종시내 음식점에서 약속을 할 경우 정확한 상호를 미리 파악한 뒤 포탈사이트에서 지도를 출력해 챙겨 가는 버릇이 생겼다. 하지만 며칠 전에는 대전에서 세종시로 오는 친구가 엉뚱한 음식점으로 가는 바람에 전화로 재확인,약속 장소로 데려오는 소동이 빚어지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세종시에서는 일부 원주민이 중심이 돼 지역과 역 이름 바꾸기 운동이 펼쳐지고 있다. 이들은 경부·충북선 분기역인 '조치원역'을 '세종역'으로 바꾸자고 코레일(한국철도공사)에 건의한 데 이어,80여년 역사를 가진 '조치원읍'을 아예 '세종읍'으로 고치자고 주장한다. 가히 '세종시 매니아'라고도 부를 만하다.

충남도내에서도 변두리였던 '연기군민'에서 하루 아침에 '세종특별자치시민'으로 신분이 격상된 사람들은 '세종'이란 브랜드의 혜택을 톡톡히 누리고 있다. 시의 일부 지역에 21세기 세계 최대 규모라는 신도시(행정중심복합도시)가 건설되고 정부세종청사에 서울과 과천의 엘리트 공무원들이 대거 몰려들면서 땅값,집값이 전국에서 가장 많이 오르고 있다. 신도시 건설로 거액의 보상금을 받은 원주민과 정부청사 공무원이 많다 보니 세종시는 이제 투자자 1인당 보유 주식수가 전국 시·도 중에서 가장 많은 '주식부자 도시'가 되기도 했다.

실제로 세종시민들 사이에서는 요즘 이런 얘기도 많이 떠돈다. 불과 1년9개월 전 연기군 시절에는 서울이나 부산 같은 타 지역에 갔을 때 "어디에서 왔는냐"란 질문을 받고 "연기군"이라고하면 어디인지 잘 모르거나,촌놈 취급을 하더라는 것이다. 하지만 요즘에는 같은 질문을 받았을 때 "세종시"라고 대답하면 "아,그래요?"라며 대접이 달라진다고 한다.

당초 정부는 현재 신도시가 건설되고 있는 지역(73㎢)만 세종시로 만들려고 했다. 하지만 정치적 타협 결과 조치원읍 등 연기군 전 지역이 행정구역에 포함되면서 면적이 465㎢로 크게 늘었다. 2월말 현재 세종시 주민등록 인구 12만6천명 가운데 이른바 '오리지널 세종시'라고 할 수 있는 신도시(한솔동,도담동) 인구는 전체의 21%인 2만7천여명밖에 안 된다. 따라서 현재 확률상으로만 보면 '서자(庶子)'라고 할 수 있는 편입지역 주민들이 '적자(嫡子)' 행세를 하고 있는 셈이다.

세종시에는 외지인이 많이 몰려들다 보니 최근 '세종'이란 단어가 들어간 온라인 카페도 잇달아 생겨나고 있다. 운영자는 대부분 신도시 주민이다. 그런데 최근 편입 지역에 사는 한 주부가 카페에 가입하려다 퇴짜를 맞았다고 한다. 운영자가 밝힌 이유는 다음과 같았다는 것이다. "거기는 세종시가 아니잖아요." 앞으로도 이와 비슷한 갈등은 수없이 생겨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멀쩡한 조치원읍과 역을 버리고 '세종'으로 바꾸는 게 과연 잘하는 일일까.

만약 조치원읍이 세종읍으로 바뀐다면 필자의 주소는 '세종시 세종읍'이 된다. '서울시 서울구' '부산시 부산구' '대전시 대전구'가 생겨나는 것과 같다. 사람으로 치면 아버지와 자식 이름을 똑같이 짓는 식이다. 지역 실정을 잘 모르는 외지인들에게 큰 혼선을 줄 게 뻔하다.

조치원역을 세종역으로 바꾸는 것 역시 승객들을 헷갈리게 만들 가능성이 높다. '오리지널 세종시'라 할 수 있는 신도시의 배후역은 사실상 오송역이다. 신도시를 KTX로 오가는 외지인은 오송역에서 내려 BRT(간선급행버스)로 갈아탄다. 조치원역을 이용하는 사람은 극소수다. 올 연말쯤 호남선KTX가 개통되면 신도시의 오송역 의존율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필자는 철도에서도 굳이 세종시를 알리고 싶다면 '조치원(세종)'이라고 병기하라고 주장하고 싶다. '세종'이 범람하는 건 '세종대왕'에게도 결례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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